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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 숨을 쉰 다는건

호흡

by 둥이

나무들의 호흡

산책길로 들어선다.

나무들의 숨소리가 들리는듯 하다.

산향기에 묻어 나는 냄새는 나무들의 호흡 분비물 이다. 나무들은 해가 뜰때 나뭇잎에 지니고 있는 기공을 한시간에 걸쳐 천천히 열어간다. 해가져서 어두워 지면 서서히 잎의 기공은 닫힌다고 한다. 나무들은 하루에 한번 천천히 길게 숨을 쉬어간다. 햇볕을 받아 기공이 열리면 길게 햇볕을 들이마셨다가 어두어지면 이산화탄소를 내쉰다고 한다. 열린 기공을 통해 나무의 수분은 대기로 증발한다.햇볕을 들여마신 나뭇잎은 광합성을 통해 탄수화물과 산소를 만들어 낸다. 탄수화물은 줄기와 뿌리를 키워 나간다.

이 증발속도에 따라 나무는 뿌리를 통해 땅으로 부터 흡수속도와 수액의 이동속도를 결정 한다고 한다. 나뭇잎의 기공이 열리는데 필요한 햇볕은 순광합성이 가능한 광도이면 족하다고 한다. 아주 적은 광원으로도 기공은 열린다고 한다.

이렇듯 나무들은 하루에 한번 천천히 인내심을 가지고 긴 숨으로 호흡한다.


나무가 지금도 하고 있는일이, 사람에게 없어서는 안되는 호흡에 필요한 산소를 만들어 내고 있음에 절로 고개가 숙연해진다. 나무들의 호흡에 어찌 감사하지 않을수 있으랴 나무들이 살아 숨숴야 사람이 살수 있다는건 언어가 아니다. 팩트이고 진리이다. 언어로 설명 되어지는 이론이 아니라 내 호흡과 나무의 호흡이 혈관으로 연결 되어 있다는 것이다. 내가 내뿜는 호흡의 분비물을 거둬간다. 사람이 먹고 마시고 만들어 내는, 그로 인해 생성되는 에너지 총합을 나무들은 말없이 받아들인다. 수종에 따라, 잎면적에 따라, 총증산량은 달라진다고 한다. 이러한 증산작용은 온도와 햇볕에 영향을 받게 되는데 추운 겨울에는 증산작용이 낮아진다고 한다. 나무는 나무의 중심을 버림으로 삶을 이어 나간다고 한다. 나무 중심은 무기질로 변해간다. 나무는 중심을 버리고 뿌리로 길어올린 물을 중력을 거슬려 표피층에 올려 보낸다. 그들이 오랜 시간을 버티고 살아나감에 그만한 효율을 선택하는 지혜가 있다. 버리고 취함이 사람 보다 나음이다. 나무는 훌륭한 스승이다. 나무는 앎과 삶이 같다. 오랜 세월 살아감엔 이유가 있다.


가을 길목의 산세는 붉게 붓칠을 해나간다.

녹색을 버리는 산세는 아름다웠다. 자기색을 잃어가며 수분을 거둬 들이는 나무들은 다가올 겨울을 준비 하느라 분주했다. 호흡을 멈춰선 낙옆들은 나무 밑둥으로 포개여져 포근하게 쌓여갔다. 쌓여가는 낙옆 위로 새벽이슬과 안개비가 내려 앉는다. 낙옆들은 가는길을 아는듯 했다.

낙옆은 살아갈 다른 생명에 힘을 보태준다. 흙으로 회귀함을 거부하지 않는다. 나무는 온힘을 다해 생에 집중한다. 때에 맞춰 줄기로 퍼져 있는 수분을 거둬 들인다. 긴 겨울을 준비하는 나무는 빈틈이 없다. 농부가 가을 낱알을 거둬 들이듯 나무는 모든 힘을 뿌리에 쏟는다. 잎과 뿌리는 온도와 햇볕 땅의 기운에 따라 어디에 힘을 주어야 할지 알고 있다.

나무는 스스로 그렇게 살아감이다.



환자들의 호흡

병실로 들어선다.

생사의 경계에서 환자들은 온힘을 다해 호흡을 잡고 있다. 거친 숨소리라도 살아 있음에 감사함을 느낀다. 산소호흡기와 가슴에 붙어 있는 호흡의 표식들이 살아있음을 모니터 그래프로 올라준다. 빨간색 녹색 신호등의 모습을 한 모니터 그래프는 생과 사를 구분해준다.

그분들의 호흡은 우리가 평소 느끼지 못하는 한숨과 들숨과 날숨 들이다. 숨이라도 제대로 쉬어 봤으면 하는 우리가 숨쉬고 있다는것이, 호흡하고 있다는것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 우린 모른다. 호흡을 잃고 나서야 알수 있다. 보잘것 없는 일상은 일이 생기고 나서야 그 일상의 소중함을 알수 있다. 호흡한다는것 그건 살아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다. 편하게 숨쉰다는건 그건 적어도 내가 아직은 건강하다는 것이다.

잃기전에 알아야 됨이다.

에베레스트 같은 높은산을 등반하는 사람들은 고산병 때문에 하루에 정해진 높이만큼만 올라간다고 한다. 고산병은 숨이 쉬어지지 않는다. 머리가 아프고 움직일수도 없고 고통의 감각만 살아 남는다. 베이스캠프를 만들고 아주 조금씩 기압이 몸에 익숙해지도록 시간을 두고 느리게 등반해야 된다고 한다. 고산병으로 고생한 등반가들은 산소가 제일 맛있다고 말한다. 편하게 숨을 쉴수 있다는것이 어느 정도의 행복인지를 몸으로 깨닫는다.


숨을 쉰다는것,

호흡한다는것,

그래서 내가 지금

살아 있다는것에,

나에 호흡에 감사함을 느껴본다.


산책길에 나무 둥지에 앉았다.

나무들의 호흡과

나의 호흡이 혈관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느껴본다. 나무가 내뿜는 호흡이 내 호흡에 닿아 있음을 느껴본다. 나의 호흡이 나무의 호흡속으로 들어가 있음을 느낀다.

저마다의 색으로 깨어나는 나무들 곁에 서있다.

내가 그 순간 속에 있다.

그 기적 같은 순간에 나무와 내가 공존한다.

내 호흡으로 나무의 호흡을 느낀다.

생각을 지우고 무엇도 바라지 않는 텅빈 마음으로 나무의 호흡을 느껴 본다.

그 순간 비로서 나는 하나의 풍경이 된다.

그 순간을 충만하게 느끼기만 하면 된다.

언어가 지워진 자리에 감사함만이 남았다.

그 자리에 신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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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아 있다는 그 단순한 놀라움과

존재한다는 그 황홀함에 취하여"

-행복의 충격 김화영-


"체념의 쾌감. 한 물체처럼 존재하는것"

-앙드레지드- 지상의 양식 중에서-


"제 얼굴에 태양의 흔적이 있다는것을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제 손에 풀의 흔적이, 손톱밑에 흙의 흔적이 있을때도 행복해집니다. 그들에게 내어주는 저의 손과발, 제 마음에 그들의 흔적이 남겨집니다. 물이 드는것이지요. 자연을 돌보는 우리는 서서히 자연에 물이 들어갑니다.땅과 일치 되는 호흡안에서 그들이 우리에게 내어주는 모든것이 어머니의 젖줄처럼 다가옵니다. 저를 살게하는, 우리를 살게하는 이 내어줌의 원리를 우리는 사랑 이라고 말합니다.그러니 우리는 사랑안에서 살고 있습니다. 모든것안에 하느님께서 내어주신 사랑의 자취가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

글\조경자 마리 가르멜수녀(노틀담수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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