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버스 정거장
아파트 단지옆 골목길에는 노란 버스들의 버스 정거장이 있습니다. 노란버스가 서다 가기를 반복하는 정거장에는 큼지막한 은행나무 몇그루가 서있습니다. 여름 한철 뜨거운 햇살을 막아주기도 하고 찬바람이 불기 시작할때쯤 노랗게 단풍이 들어 오고 가는 사람들을 불러 세우기도 합니다.
그 몇그루의 은행나무 옆으로 작은 쇼파가 하나가 놓여 있습니다. 누군가 일부러 가져다 놓은건지, 아니면 내다 놓은건지 알수 없지만 보기에 아직은 쓸만해 보였습니다. 그렇게 어느날 부터인가 은행나무 옆에는 쇼파가 앉아 있었습니다. 원래부터 그곳에 은행나무 옆에 있었던 것처럼 나무색깔과 비슷한 색상을 하고 있었습니다. 거실에서 사용하는 기다란 쇼파가 아닌 한 두사람 간신히 앉을 정도의 정사각형 쇼파였습니다. 시골 동네어귀 정자나무 옆으로 항상 그림 처럼 붙어있던 그런 엔티크한 걸상도 아니였습니다. 이유야 어쨌든 쇼파가 그 자리를 지킨 이후의 풍경은 사뭇 많이 달라졌습니다. 은행나무 옆은 마을버스가 정차하는 정거장 이였습니다. 큰 도로가 아닌 아파트 뒷편의 골목 도로 여서 차량은 많치 않았습니다. 그 작은 정거장에는 시간에 맞추어 네종류의 노란버스가 서다 가기를 반복합니다. 첫번째로 눈에 띠는 버스는 여러 종류의 마을버스들이 번호를 달리한채 단지별로 운행하는 마을버스들입니다. 그곳엔 예쁜 교복을 입은 중고등학생과 옆단지로 마실을 가는 동네 아주머니와 약속시간에 맞춰 지하철역으로 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마을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많친 않치만 그들 대부분은 은행나무 옆 쇼파에 관심을 두진 않습니다. 앉지도 않고 그렇다고 무엇을 올려두지도 않았습니다. 그냥 무심코 스마트폰만 쳐다보며 버스를 타거나 기디리더군요. 두번째는 노란 학원버스 입니다. 아파트 단지는 학교수업이 마치는 시간대가 대면 작은 노란버스는 열심히 아이들을 실어 나릅니다. 종류도 다양합니다. 실어 나르는 아이들은 초등학생들도 있도 중고등학생 들도 있습니다. 아이들은 제각기 각자의 학원차량으로 노란버스 안으로 들어갑니다. 늦은저녁 10시가 넘어설 때쯤 그 정거장으로 다시 노란버스는 회귀합니다. 아이들 역시 은행나무 옆 쇼파에 앉아있을 여유가 없어 보입니다. 타고 내리기에 바뻐 보이더군요. 세번째로는 어른신돌봄서비스 차량 입니다. 기대수명이 길어지다 보니 돌봄서비스 차량이 한두대 보이기 시작하더니 요즘은 아침 저녁으로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태우러 오더군요. 돌봄 서비스 차량도 노란색 이였습니다. 돌봄서비스 차량은 거의 정해진 시간에 옵니다. 할머니들은 그 시간보다 삼십분 많게는 한시간이나 일찍 나와 그 쇼파에 둘러 앉아 있었습니다. 할머니 두분이 엉덩이를 맞대고 앉아 이야길 나눕니다. 어제도 봤고 그제도 봤을 텐데도 할말이 많은듯 합니다. 어느날은 세명의 할머니가 작은쇼파 둘레로 엉덩이만 걸친체 앉아있습니다. 자식이야기 며느리 이야기 대통령 이야기 지나가다 들어볼 양으로 걷는속도를 줄여봅니다. 세상사는 이야기가 재밌습니다. 세분의 할머니 목에는 하얀색 피쳐폰 핸드폰이 걸려 있었습니다. 인터넷이 안되는 피쳐폰처럼 보였습니다. 할머니들은 하늘색 모자와 알록달록한 원색의 정장을 입고 나올때도 있었고 꽃무늬가 화사한 옷을 입고 나올때도 있었습니다. 거동이 불편해 보였지만 늘 웃음꽃이 피어 있었습니다. 쇼파위에 앉아서 노란버스를 기다리는 할머니들이 아름다워 보이더군요. 네번째 버스는 노란 유치원 버스 입니다. 두살이나 되었을까요 아장 아장 뒤뚱 뒤뚱 걷는 아이들도 있었고 마냥 뛰어다니는 다섯살 꼬마들도 있었습니다. 엄마손을 붙잡고 서있는 아이들은 힘들었던지 쇼파위에 앉아 있습니다. 때마침 할머니들이 차에 오르셨나 봅니다. 푸신하게 꺼져 있는 쇼파위로 몇명의 아이들이 앉아 있습니다. 엄마들도 인사를 나누네요.
쇼파옆 정거장을 보면서 문뜩 요람에서 무덤까지 실어 나르는 노란버스가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저희만 그런걸까요
정거장은 모든사람에게 그렇게 목적지가 되기도 하고 출발지가 되기도 하고 또 어딘가를 가기위해 갈아타는 환승역이 되기도 하겠지요. 정거장엔 오늘도 많은 사람이 타고 내리기를 반복 하겠지요. 그곳에서 나와 같은 시간속에 늙어가는 할머리를 만나 쉬어가는 또 한명의 할머니들도 있겠구요.
한번쯤은 쉬어 보려구요. 할머니들이 편히 쉬어갔던 그 쇼파에 앉아 보려합니다. 오고 가며 기회를 살피고 있어요. 저는 산책하다 지나는 길이다 보니 버스를 타야되는 시간에 쫒기는 일도 없으니깐요. 그런데도 단 한번을 앉아 보려 하지 않았네요. 할머니들은 정거장에 앉아 타고 내리는 많은 사람들의 얼굴을 보았겠지요. 얼굴속에 어려 있을 다른 것들도 보았을까요. 관상가가 아닌 이상 봤을리는 없을테지만 그래도 세상사는 참 맛은 알고 있었던듯 하네요.
오늘 당신이 걸어가는 그곳에 혹시나 정거장이 있고 그 옆에 의자가 있다면 잠시 쉬었다 가세요. 무거운 가방은 의자에 내려놓고 한 두번 버스를 그냥 보내줘 보세요. 그리고 그렇게 할머니들 처럼 가는 시간을 마냥 느껴 보세요. 나에게서 멀어지는 버스와 그안에 사람들도 살펴보세요. 어디엔가는 어디쯤엔가는 보일꺼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