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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 Architect Jun 12. 2021

저는 달리는 사람(runner)입니다.

2020년 연간 달리기 누적 1000km 달성

당신은 누구세요? 라고 묻는다면 뭐라고 대답해야할까? 


이름? 아니면 직업인 변호사라고 대답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 같다. 하지만 공식적 자리가 아닌 사석에서 그런 질문을 받는다면 'Runner'라고 스스로를 소개하고 싶다. 조금 더 풀어서 말하면 '저는 달리는 사람입니다'라고 말하고 싶다. 2018년 445km, 2019년 702km, 2020년 1010km를 달렸고 올해도 연간 1000km를 목표로 현재 약 500km를 달렸다. 아무리 바빠도 시간을 내어 주20km 이상, 월 80km 이상을 달리려고 하고 여행을 가더라도, 출장을 가더라도 꼭 운동화를 챙겨 현지의 정취를 느끼며 달린다. 아래의 글은 지난 2020년을 마감하여 스스로 '러너의 삶'을 살았던 이야기를 풀어낸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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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2.30.


2020년을 마치며 가장 뿌듯했던 것 중 한가지인 1000km 런 달성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싶다.

2018년도부터 달리는 량을 제대로 측정하기 시작했는데 매년 약 300km 씩 성장했다.


2020년 연간 러닝 분포, 하반기부터 각성하고 매월 약 100km 씩 달리기 시작했다.


사실 2020년을 들어서며 1000km를 달리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5월이 지나면서 더 꾸준히 달리고 싶었는데 그 이유는 달리는 모멘텀이 필요했고 한달에 평균 90km씩 달리면 1000km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스스로의 정체성을 '러너(runner)'라고 말하고 싶었다. 여러 우여곡절 끝에 1000km를 달성하였다(2020년 누적 1010km).



#1. 한해의 달리기 여정


*1~4월: 작년 하반기에 평균 100km씩 달리다가 추워지면서 연초에는 어느정도 유지만 하자는 마음으로 가볍게 달렸다. 그래서 매월 평균 70km씩 달리다가 4월에는 54km밖에 못달리게 된다. 왜 그것밖에(?) 못달렸는지 기억은 잘 안나지만 많이 바쁘거나 혹은 달리기 침체기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5~8월: '러너'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고자 5월에 올해 1000km를 달려야 겠다는 구체적 계획을 세웠던 것 같다. 보통 봄에 미세먼지가 많아서 야외에서 잘 못달리는데(나는 실내에서 거의 달리지 않는 편이다. 눈이 오든 비가오든 춥든 덥든지 무조건 야외를 고집하는 성격이다), 올해는 코로나 덕분(?)인지 중국 공장을 가동하지 않아 5월이 아주 좋은 날씨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서 평균적으로 85~90km씩 달렸다. 그러다가 6월말부터 8월중순까지 기록적인 장마(아마 6주 넘게 진행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로 인하여 위기를 겪었지만 의지의 한국인(?)으로서 어떻게든 평균 85km는 달려냈던 것 같다.


아래에 지난 8월에 썼던 글을 인용한다.



날씨와 달리기


나는 한달 동안 달려야 하는 목표 달리기량을 늘 정해놓는다. 이제는 완전히 통제되는 삶은 이루어질 수 없다 생각하기에 계획을 세우지 않는 편이지만, 유일하게 내가 통제할 수 있고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한달치 달리기량"이라고 생각하여 목표를 정하고 어떻게든 지키고자 한다. 원래 한달에 90km~100km를 달리지만 이번달은 날씨를 생각하여 80km 목표치를 정하였다. 8월 1일을 시작하며 거뜬하게 80km는 달성하리라 믿었다.


근데 6월 말부터 시작된 장마가 8월 중순까지 계속될 줄은 몰랐다. 그러고 나서 1주일간 미친듯한 무더위가 코로나와 함께 찾아왔고, 그나마 몇군데 열었던 헬스장은 다 닫아버렸으며 8월 말에는 태풍까지 와 버렸다. 8월 15일까지 누적 23km밖에 달리지 못하였고, 남은 15일동안 57km를 달려야 달성이 가능한 지경까지 이르렀다. 달리기 목표가 통제가능한 변수라는 것은 자연현상 앞에서는 오만한 자신감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자연을 이겨먹는다는 마음으로 8월 누적 달리기량 80km를 달성했다. 어제 하루에14.5km를 달리면서 숨가쁘게 달려온 8월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오늘 31일 만큼은 나에게 쉼을 주고자 맥주 한잔하면서 이글을 적으며 스스로 자축하는 중이다.



*9~12월: 달리기에 가속도가 붙어서 거의 매달 100km씩 달렸던 것 같다. 나름 좋은 컨디션으로 잘 달렸던 것 같은데 11월에 많이 아파서 위기를 겪었다. 장염으로 1주이상 못달렸고, 건강검진때문에 3일을 못달렸다. 그래서 남은 약20일을 쪼개어서 겨우 100km를 달성했던 것 같다. 그리고 12월은 미리 많이 달려놓고 크리스마스에 누적1000km를 달성했다!




#2. 가장 기억에 남는 달리기



1) 남산 업힐 런


- 세준이의 소개로 달리게 된 코스, 세종의 평탄코스에 길들여져 있었는데 8월 무더위 속에 나름 잘 달려냈다. 무릎에 무리가 많이 가는 업힐, 다운힐이 많아서 자주는 못달릴 것 같다.





2) 청와대 & 광화문 광장 런


나름 인생의 버킷리스트였다. 다른 사람들이 출근할 때 도심 한복판을 달려보는 것, 경복궁을 한바퀴 달리니 약 2.7km였고 광화문 광장을 가장 크게 돌면 1.1km였다. 경복궁 3바퀴, 광화문광장 약2바퀴를 돌아 10km를 달렸다.





3) 속초바다 런


올해 서해바다, 동해바다 모두 런닝을 경험하였다.(남해를 못한 것은 아쉽다...) 그중에서도 속초에 2박3일 놀러갔을 때 아침 맛간을 이용하여 6km 런을 하였다. 동해바람과 뷰로 부스터를 받는 느낌을 받았다.






4)최장 13km 런


무릎이 비교적 약한 편이라 초장거리 런에는 약한 편이다. 그래서 최대한 긴 거리를 뛰어보려했는데 13km를 뛰니 무릎이 아파서 그만두었다. 작년과 재작년에 러닝을 하면서 느낀 점은 1000km 런 달성에 가장 큰 장애물은 날씨도, 의지박약도, 바쁨도 아닌 '부상'이다. 그래서 지속적인 달리기를 하기 위해서는 부상을 안당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통증이 오면 그 때 바로 달리기를 멈추기로 스스로 다짐하였다. 당시 최대한 긴 거리를 달려보려고 했고 12.5km를 돌파하자 무릎이 아파서 바로 13km지점에서 그만두었다. 그래도 내 러닝 레코드에서 가장 긴 거리를 달린 것으로 기록되었다.



자축 혼술!




#3.마치며 - 러너(runner)로서의 삶


올해 수치적인 목표(1000km)를 설정하고 매달 목표치를 달성하려고 했지만 1000km를 달성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러너"라는 정체성의 형성이었다. 그래서 어딜 가든(출장을 가든, 여행을 가든) 운동화를 가지고 가서 현지의 정취를 느끼며 달렸다. 내 삶과 달리기를 일치시키고 스며넣을 수록 나는 스스로 러너가 된 듯 했고, 뭔가 차별화된 삶의 향기를 지닌 사람처럼 보였다. 그래서 달리면 달릴 수록 내가 더 좋아졌다. "아주작은습관의 힘"이라는 책(제임스클리어)에서 습관을 형성하는 힘은 목표설정이 아닌 정체성 변화라고 한 말에 스스로 아주 공감한다. 사실 1000km 달성 목표라는 것은 과정, 수단에 불과했고 내가 '러너'라는 정체성 형성이 결과론적으로 올해 1000km 런을 달성하게 해주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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