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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ESI Jul 20. 2022

멘탈 개복치들을 위한 솔루션, 회복탄력성

 올해 들어 나의 멘탈이 굉장히 좋아졌단 걸 느낀다. 주변에서도 그렇게 말하는 걸 보면 정말 좋아진 게 아닐까.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회복탄력성’이 좋아져서 마음이 한결 편안해진 것 같다.




 회복탄력성이란 무엇인가? 실패나 부정적인 상황을 극복하고 원래의 안정된 심리적 상태를 되찾는 성질이나 능력을 말한다. (네이버 국어사전) 


 과거…라고 해봤자 불과 1년 전까지, 나는 회복탄력성이 0에 수렴하는 사람이었다. 이상은 완벽주의인 주제에 툭하면 실수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고 자기혐오도 심했다. 나의 오랜 콤플렉스였기에 이걸 고치려고 부단히 노력해봤는데 잘 되지 않았다.




 회복탄력성을 높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책도 읽고, 공부도 하고, 내 나름대로 방법을 강구하기도 했다. 오랫동안 노력한 결과 조금씩 회복탄력성이 생기고 정서적 안정을 갖게 되어, 오늘은 그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1. 기질은 안 변해도 회복탄력성은 변한다


 나의 멘탈 개복치 DNA는 우리 엄마로부터 비롯되었다. 엄마는 만만치 않은 유리 멘탈을 가지신 분이었는데, 나는 엄마를 공주라고 부르곤 했다. 마음이 너무 약해서. -근데 엄마도 나를 공주라고 불렀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조금씩 변하시더니 이젠 강철 멘탈의 소유자가 되셨다. 예전이라면 머리를 싸매고 앓아누웠을 일도 이젠 “어쩔 수 없지. 다음에 조심하는 수밖에.”라며 털어버리시는 거다!




 나는 엄마한테 물었다.

 “어떻게 바뀌게 됐어?”

 엄마는 갸웃거리며 말했다.

 “남성호르몬이 나와서 그런가?”




 엄마의 변화는 나에게 큰 용기를 주었다. 상술했듯이 나는 성격에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었고, 수년간 노력해도 바뀌지 않아 크게 실망했다.


 “이건 타고난 기질이야. 그러니 바뀔 수 없어.”


 계속되는 실패에 나도 모르는 사이 패배감에 젖어 있었다. 그러나 엄마를 보면서 ‘변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고, 조금씩 변하게 되었다.




 어떻게 변할 수 있었을까? 내가 문제에 대해 잘못 접근했다는 걸 깨달았다. 타고난 성향을 바꾸는 건 불가능하다. 구렇가면 나의 성향은 뭘까?


 나는 나의 성향이 ‘회복탄력성이 낮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 기질은 ‘상처를 잘 받는 것’이었다.


 상처받는 건 나의 의지가 아니지만, 그 상처를 보살피고 회복시키는 건 온전히 나의 영역이 아닌가. 그러니 많이 상처받는 만큼 나를 더 많이 돌봐주고 회복시켜주면 되는 일이었다.






2. 고민보다 GO


 우리 멘탈 개복치들은 한번 상념에 잠기면 멘탈의 핵까지 침투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니 애초에 생각해서는 안된다. 그렇다면 이렇게 물을 것이다.


 어떻게 생각을 안 할 수 있나요?




 방법은 하나다. 생각할 겨를도 없이 몸을 혹사시키면 된다.


 국토대장정을 갔다 온 사람들이 하나같이 하는 말, “국토대장정을 가면 생각도 많이 하고 자아를 찾을 줄 알았는데, 아무 생각도 안 나고 힘들기만 해.” 하루에 40km씩 걸으면 ‘그만 걷고 싶다’ ‘집에 가고 싶다’는 것 말곤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다.




 생각은 에너지 소모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다른 곳에 에너지를 쓰고 있다면 생각할 겨를이 없다. 내 몸을 육체적으로 혹사시켜라, 아무 생각도 안 나게. 


 나는 속상하거나 힘든 일이 생기면 일단 밖으로 나간다.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걷는다. 가끔은 미친 듯이 달린다. 아무 생각도 안 날 때까지.






3. 문제는 원래 터지기 마련이고, 그걸 해하는 게 중요하지


 과거에 내가 택한 방법은 문제 상황을 만들지 않는 것이었다. 사람을 안 만나고 일을 안 하고 사회생활을 안 하는 거다. 아무런 문제도 발생하지 않도록.


 하지만 이건 이론적으로나 실재적으로나 불가능한 일이다.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우리는 타인과 문제를 일으키며 살 수밖에 없다.


 비대면 시대에는 사람을 안 만나고도 잘 살 수 있다고? 온라인으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은 온라인에서도 문제가 터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문제를 만들지 말아야겠다는 전제가 잘못되었다. 문제는 무조건 생기기 마련이다. 중요한 건 ‘잘 해결하고’ ‘잘 회복하는 것’이다. 



 내가 아주 좋아하는 말이 있다. 디자이너 바조우 말이다.

 “문제는 원래 터지기 마련이고, 그걸 해결하는 게 중요하.”



 문제가 터지는 것을 문제 삼으면 안 된다. 책임 여하와 별개로 문제는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니 문제 자체에 죄책감을 갖거나 내가 한 일 이상의 책임을 물을 필요가 없다. 내가 실수하지 않아도 언젠가 문제는 터진다. 그렇다면 무엇이 중요한가? 잘 처리해야 한다.












1. 모델을 벤치마킹하라


 한 번도 의연하게 대처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회복탄력성이 좋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나로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영역의 것이었기 때문에 나는 주변인들을 벤치마킹하며 배워나갔다.


 회복탄력성이 높은 사람들을 가까이하며 그들의 생각이나 행동을 배워나갔다. 가끔 내가 감당하기 힘든 문제가 생기면 고민상담을 했는데, 그들은 ‘어쩔 수 없지’, ‘해결했음 됐어’, ‘다음에 조심하면 돼’라고 말해주었다.


 주변 사람들로부터 괜찮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내가 문제 상황에 처했을 때, 그 친구라면 어떻게 했을까? 상상을 해보며 스스로 위안을 삼았다.






2. 예민한 고양이를 위한 숨숨집


 예기치 않은 문제들이 나를 괴롭힐 때면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찾아간다. 나는 달콤한 걸 좋아하고, 반신욕을 좋아하고, 달리는 걸 좋아한다. 좋아하는 일을 하다 보면 어느새 부정적인 감정은 사라지고 문제만 남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안다는 것은 언제든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좋아하는 것들을 많이 찾길 바란다. 나를 위해.




 정신의학에는 ‘안전기지’라는 용어가 있다. 나를 안전하게 보호해주고 정서적으로 편하게 해주는 사람들을 지칭하는데, 안전기지가 많을수록 정서가 안정된다. 그러니 나를 정서적으로 지지해주는 가족, 연인, 친구를 곁에 두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그 대상이 꼭 사람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일상에서 크고 작은 어려움을 마주할 여러분에게 나는 숨숨집을 제안하고 싶다.






 고양이를 키우는 집사라면 ‘숨숨집’에 대해 알 것이다. 고양이가 숨을 수 있는 공간을 말하는데, 캣타워일 수도 있고, 작은 통로나 구석일 수도 있고, 어느 박스나 물건일 수도 있다.


 중요한 건 숨숨집의 개수인데 실제 이용 횟수와 별개로 숨숨집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한다. 자신이 숨어있을 수 있는 공간이 많다는 걸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고양이의 정서적 안정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꼭 좋아하는 일을 할 필요는 없다. 대신 좋아하는 것들을 많이 만들어라. 그것을 생각하는 것만으로 마음이 한 결 편해질 수 있게.












 나는 내가 좋다. 그리고 싫다. 예민한 감성으로 세상을 다채롭게 바라보는 내가 좋으면서도 작은 일에 상처받고 힘들어하는 내가 싫다. 한때는 이런 내 성격이 너무 싫었다.


 '내가 예민하지만 않았더라면...'


 이뤄지지도 않을 상상을 끝없이 했다. 내 기질이, 내 모든 문제의 원흉인 것 같았다.




 전 편에서 나를 위한다는 거짓말을 하는 사람 중 나에게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알려주는 사람은 없었다고 말했다. 아무도 알려주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나는  스스로 공부하고 터득해나갔다. 내가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이렇게까지 고생하며 살아야 하나 억울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역시, 나는 내가 좋다. 예민한 내가 좋고, 이런 내가 만들어가는 다채로운 삶이 좋다. 그래서 내가 사랑하는 예민함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의외로 이 세상이 예민한 사람들이 살만한 곳이란 걸 알았다. 약간의 요령과 방법만 터득하면 누구나 삶을 누릴 수 있다. 그러니 당신 당신의 예민함을 미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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