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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에서 철학으로 짝사랑에서 썸으로

철학이 대체 무슨 쓸모인가

by 비평교실

만물은 물이다.

탈레스가 세상을 탐구하는 방식을 새롭게 선언한 ‘사건’이다. 이제는 신이라는 상상력에 의존하는 게 아니라 이성을 통해 탐구해 나가길 선언하였다. 사랑은 감정만 가지고는 될 수 없다. 사랑은 집착할수록 멀어진다.


차라리 밀어라. 밀수록 다시 가까워지는(1) 순간이 있다.


사랑에 휘둘리는 사람은 그 자체로 위험한 맹수처럼 보인다. 나만 보면 좋아서 이를 드러내며 달려들기 직전인 맹수. 그런 맹수를 누가 좋다고 할 건가!


주체 못 할 감정은 잦은 실수를 낳는다. 알았다면 하지 않았을 행동, 객관적인 제삼자 입장이었다면 말릴 행동은 이성의 부재로 나타나는 증상이다. 섣부른 태도는 사랑과 가장 먼 자세이다. 이성을 갖고 절제하되 차분하게 상황을 보고 대처하는 것. 높은 곳에서 낮은 곳을 바라보듯 대하자. 좋아하는 사람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가자. 사랑에 휩쓸리지 말자.


“저는 당신과 친해지고 싶습니다.”


이 한 마디를 전달하기 위해 수많은 우스갯소리와 손짓으로 현란한 언어 능력을 구사해야 한다. 화장하고 옷을 입으며 진짜 얼굴을 가린다. 상대방 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고 맥락을 파악해야 한다.

불편한 상황이면 구해주고, 어색한 상황이면 부드럽게 만들어준다. 이성이 담당하는 일이다.

혼자 방구석에서 상상할 게 아니라 나와 그대가 함께 시간을 보내려면 마땅히 머리를 쓸 노릇이다.

사랑 참 어렵다.


누군가 묻는다. 철학이 꼭 필요한가요? 어떻게 대답할 지 생각해보자.


썸 타기 위해선 철학이 필요하다.


사랑하는데 철학이 대체 무슨 쓸모가 있느냐고 물을 수 있다. 철학은 쓸모없어 보인다. 살아가는데도 쓸모 없어보인다. 밥 먹는데 철학이 필요한가? 철학 없이도 잘 살아온 우리 아닌가? 사랑 없이도 잘 살아왔다.


이러한 물음에 답을 제시한 철학자는 인류 최초의 철학자 탈레스였다.

탈레스는 철학이 쓸모없다는 말을 듣고 철학이 쓸모 있음을 증명하기로 했다.


탈레스는 하늘만 보았다. 하늘만 보고 있으니 사람들은 또 이상한 행동을 한다며 비웃었다. 탈레스가 하늘을 보니 올해 올리브는 흉년이었다. 그는 올리브 압착기를 싼값에 모조리 사들였다. 사람들은 쓸데없이 올리브 압착기를 많이 산다며 그를 비웃었다. 시간이 흐르고 다시 또 올리브를 거둘 시기가 되었다.


올해 올리브는 풍년이었다. 올리브 압착기는 가격이 너무 많이 올라갔다. 탈레스가 올리브 압착기를 독점한 탓이었다. 탈레스는 올리브 압착기를 비싼 값에 팔았다. 사람들은 지난해에 탈레스를 비웃은 걸 후회하였지만 소용없었다. 탈레스는 부자가 되었고, 철학의 쓸모를 입증하였다. 그 후 탈레스는 철학을 계속하였다.


철학 없이도 사랑할 수 있는가? 그렇다.

사랑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철학 없는 사랑은 사상누각이다.


화려한 빈 껍데기에 잠깐은 속을 수 있어도 진짜를 알아보는 사람에게 통하지 않는다. 화려한 빈 껍데기는 그것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만 통할뿐이다. 빈 껍데기를 좋아하는 사람도 같은 빈 껍데기일 가능성이 높다.

유유상종. 유사한 것은 함께 묶이기 마련이다.

이성을 갖고 열린 감정으로 사랑하자.

사랑은 마음으로만 이루어질 수 없다. 이성과 철학이 함께할 때 사랑은 비로소 조화를 이룬다.


(1) 이기호_밀수록 다시 가까워지는_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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