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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한 무관심 Oct 12. 2023

겸상

 이유식을 끝낸 의진은 몇 달 전부터 어른들이 먹는 음식을 먹고 있다. 어느새 숟가락질도 포크질도 곧 잘하게 되어 스스로 밥을 먹겠다고 할 때도 종종 있다. 물론 아직 많이 서투르기에 허기에 조급해지면 이내 엄마의 손길을 찾긴 하지만.      


 대부분 식사를 따로 준비해 의진에게 먼저 밥을 먹이고 우리가 나중에 먹곤 하지만, 우리가 먹는 음식을 의진과 나눠먹을 때도 있다. 가끔은 의진과 같은 자리에서 서로 다른 것을 먹을 때도 있다. 이 겸상의 시간은 오해를 만든다.      


왜 아빠와 엄마는 나에겐 매일 비슷한 음식을 주면서, 본인들은 저 시뻘겋고 달달한 냄새가 나는 것을 먹고 있는가. 왜 나는 밥이고, 당신들은 닭강정인가.     


몇 번 숟가락질을 하던 의진은, 곧장 손을 뻗어 닭강정을 달라고 한다. 아무래도 맵고, 양념이 진한 닭강정을 15개월의 아기가 먹을 순 없기에 우리는 그를 설득한다.      


“의진아, 지금 이거 의진이가 먹으면 배 아야 해서 못 먹어. 나중에 더 크면 엄마 아빠가 꼭 줄게. 같이 먹자.”     


 하지만 그로선 그 말을 이해할 수도 없고, 이해할 필요도 없다. 저 시뻘건 걸 반드시 자신의 입에 넣어야 한다. 마치 15개월의 기나긴 인생이 저 닭강정을 먹기 위해 존재했던 것 마냥 끊임없이 손을 내민다.


  물론 결론은 정해져 있다. 돌이 갓 지난 아기에게 닭강정을 먹이는 부모는 없다. 결국은 으애앵 하는 소리와 함께 눈물엔딩이다. 세상이 참 서럽다. 한탄의 눈물이 시야를 흐리는 사이 닭강정을 보이지 않는 곳에 숨겼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의진은 안정을 되찾고 호흡을 가다듬는다. 의진이 좋아하는 빵을 대신 주었더니 천천히 먹기 시작한다. 눈물 젖은 빵이다.     


 그렇게 빵을 몇 조각 삼키다, 방긋 웃으며 자신이 먹던 빵을 조금 떼서 내 입으로 가져다준다. 언젠가부터 의진은 우리에게 먹을 것을 나눠주기 시작했다. 부모의 행동을 전부 따라 하는 아이는 엄마 아빠가 자신에게 먹을 것을 주는 것처럼, 자신도 엄마 아빠에게 먹을 것을 나눠주는 것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맛있는 것을 함께 나눈다. 바로 조금 전에 우리는 그 맛있는 닭강정을 하나도 나눠주지 않았는데 말이다.

    

 그 후 우리는 먹고 싶은 게 있을 땐 의진이 잘 때나 숨어서 먹는 걸로 약속했다. 겸상의 자리에서 아빠와 엄마와 아들은 운명공동체다. 같은 것을 먹고, 같은 것을 먹지 않는다. 모든 것을 함께 한다. 눈물이 새겨진 이 맹세는 굳건하게 남을 것이다.     


 오늘 아침, 침실로 들어온 의진은 자고 있던 나에게 엄마가 준 빵을 나눠준다. 매일 이 시간이 되면 의진이 내게 하는 행동이다. 아이는 사랑을 받고 아이는 다시, 사랑을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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