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폐막식이 끝을 향해 가고 있을 무렵. 슈퍼마리오 복장을 한 아베 신조 총리는 토관으로 등장하며 2020 도쿄 올림픽에 대한 기대감을 끌어올렸다. 그보다 4년 전에 개최된 런던 올림픽의 개막식이 ‘얘들아! 너희들도 이거 다 알지? 맞아, 이거 다 우리 영국에서 만든 거야’라며 대중문화의 정점에 서 있던 자신들을 과시했다면, 일본은 가장 일본다운 방식으로 세계를 매혹한 서브컬처의 아이콘을 전면에 내세웠다. 81년생 마리오는 2016년에도 일본을 대표하는 주인공이었다.
2. 만화가였던 이말년은 <슬램덩크>와 <드래곤볼>을 비교하며, <슬램덩크>가 명작이라면 <드래곤볼>은 문화였다고 말한다. 슈퍼마리오는 그런 <드래곤볼>보다 먼저 전 세계적인 문화로 자리 잡았다. 마리오보다 유명한 게임 캐릭터는 지금까지도 없다. 횡스크롤 액션게임의 지평을 개척한 <슈퍼마리오 브라더스>는 2012년까지 새로운 시리즈를 이어나갔다.
하지만 그 30여 년은 유저들이 매너리즘을 느끼는 시간이기도 했다. 게임산업은 기술적으로 비교할 수 없이 진보했으며, 내러티브적 완성도가 높은, 영화를 보는 것만 같은 대작 게임들이 앞다투어 출시됐다. 단순한 스토리의 횡스크롤 게임이 가지는 한계는 점점 명확해졌다. 2017년, 대성공을 거둔 높은 자유도의 3D액션 <슈퍼마리오 오디세이>는 시리즈의 새로운 희망임과 동시에 과거의 영광에 대한 종언처럼 보였다. 살아남기 위해선 달리 다른 방법이 없지 않은가. 완전히 바뀌는 수밖에. 마리오라고 예외일 순 없을 거다. 그렇게 6년이 흐른 2023년, <슈퍼마리오 브라더스 원더>가 세상에 공개되었다.
3. <원더>가 다시 2D 횡스크롤 액션을 기반으로 나온다고 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의아해했다. 이제 더 할 수 있는 게 없잖아. 오디세이가 그 해법을 보여줬잖아. 왜 닌텐도는 과거에 집착하는 거야.
하지만, <원더>는 그 모든 의구심을 불식시켰다. 너무나 익숙한 방식에서 완전한 새로움을 만들어냈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 어떻게 이토록 새로울 수 있을까. 어떻게 이토록 재밌을 수 있을까. 단순한 스토리에, 단순한 진행방식, 단순한 조작방법이지만 그럼에도 혁신을 이끌어내는 닌텐도는 대체 얼마나 직원을 갈아 넣고 있는 것인가.
4.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이제 없어. 이미 다 레드오션이야.라는 생각이 들 때면 닌텐도를 떠올린다. 40년이 흐른 마리오를 가지고도, 또 그만큼의 시간이 흐른 젤다를 가지고도 새로운 게임을 개발한다. 어떤 때는 기존의 틀 안에서, 또 어떤 때는 완전히 틀을 바꿔가면서까지. 세상에 많은 게임개발사들이 있지만 닌텐도 같은 개발사는 없다. 그들은 내게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그래 새로운 것이 없을 수 있어. 너희에겐 그럴 수도 있겠지. 그런데 우리는 아냐. 늘 그랬던 것처럼 우리는 또 새로워질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