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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주 Oct 18. 2022

양주행 열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1호선에서 출근하는 장면

1호선 양주행 열차 안내 방송이 들려오면 일순간 긴장이 된다. 재빠르게 보던 핸드폰의 화면을 끈다. 그리고 가방을 고쳐 멘다. 한쪽 어깨에 걸친 가방을 크로스로 바꿔 배 앞에 고정시킨다. 왼손으로 가방을 오른손으로 핸드폰을 쥔다. 가방을 앞으로 두는 이유는 최대한 누군가와의 접촉을 피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가방을 어깨에 달랑 걸치면 사람들이 밀고 내리면서 딸려갈 수 있기 때문이다. 만만의 준비를 다 하고 속도를 줄이는 전철 안을 살핀다.


아뿔싸, 오늘도 큰일이다. 이미 채워질 대로 꽉 들어찬 전철 내부가 보였다. 내 앞에 서 있는 사람이 벌써 다섯이고 뒤에는... 문이 열리자마자 사람들이 달려든다. 뒤에서부터 누군가 내 등을 꾸욱 밀 자연스레 전철로 몸을 실게 된다. 덕분에 전철을 놓치지 않았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숨을 참는 사람들의 숨소리가 사방에서 들린다. 문이 열릴 때 만해도 들어설 자리가 없는 줄 알았는데. 어느샌가 사람들이 틈마다 껴있다. 마지막에 들어오는 사람이 열차문 바로 앞에 간신히 발을 딛는다. 사람들의 얼굴 앞으로 아슬하게 문이 닫힌다.


문에서 최대한 멀어지기 위해 꿈거린다. 내가 하차할 정류장은 꽤 멀어서 문 앞에 있을 이유가 없다. 자칫 문 근처에 있으면 고된 일이 생길 수 있기에 최대한 안쪽으로 들어간다. 가로막고 있는 사람에게 안으로 들어가고 싶다는 무언의 몸짓을 보여준다. 신호를 알아채고 잠시 내어주는 틈새로 몸을 집어넣는다. 복도 안으로 들어서 환승역을 기다린다. 이제 한 정류장만 지나면 사람들이 많이 내리는 역이 다가올 것이다. 특히 이 열차칸은 빠른 환승칸이대부분 하차한다.


예상대로 많은 인파가 환승을 위해 내린다. 대한 무리가 사라지니 짧은 시간 동안 열차칸은 텅 비어진다. 이때 치열한 싸움이 펼쳐진다. 자리 쟁탈전이 시작된다. 비어진 자리를 쟁탈하기 위한 민첩한 움직임이 보인다. 눈으로 빈자리를 찾았을 때는 이미 한발 늦었다. 사람이 일어선 자리마다 순식간에 다른 이들로 채워진다.


자리를 얻지 못해도 재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주어진 시간은 길지 않다. 곧 승차하는 사람들이 내린 인파만큼 밀어닥치기 때문이다. 그전에 서 있기 가장 좋은 자리를 차지해야 한다. 럴 때는 의자 앞 가운데 자리가 적합하다. 의자 가운데는 잡을 수 있는 봉이 있고(1호선에는 대부분 없긴 하다) 책을 펼칠 수 있는 여유 공간이 있기 때문이다. 의자 양 끝은 문이랑 가까워 이리저리 휩쓸려 다닐 수 있어서 되도록 피한다.


위치뿐만 아니라 방향도 중요하다. 달리는 방향을 기준으로  오른편에 서야 한다. 노량진에서 용산으로 넘어갈 때 한강의 아침 풍경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특히 아침잠에서 깨어난 한적한 노들섬의 풍경과 아침 햇살이 만들어낸 한강의 윤슬을 볼 수 있다. 햇빛이 비추는 한강은 매일 같지 않다. 눈이 부시도록 강렬하게 존재를 알리거나 은 강에 빛나는 윤슬이 덮여있거나 잔뜩 흐려서 그림자가 드리워지거나. 심지어 고요하기만 한 물결도 다른 진동을 가지고 흐른다.


한강의 아침 풍경을 보고 있노라면 하루하루 다른 감각을 느끼게 된다. 지루하고 고되고 편할 곳 없는 출근 전철에서 유일하게 나의 감각을 깨워주는 풍경이다. 창문이 한강으로 가득 채워지면 보고 있던 책도 핸드폰도 모두 잠시 내려놓는다. 푹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어 올려 창문 너머를 바라본다. 어느 날은 흐르는 듯 멈춰있는 한강에 시선을 고정하고, 어느 날은 한강을 넓은 품으로 바라본다. 그 시간은 너무나도 짧게 스쳐기에 온 시선을 집중하게 된다.


빠르게 다리를 건너 지하로 들어간다. 어두워진 창문에 내 모습이 비칠 때면 하차할 준비를 한다. 오랜 시간 제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더니 움직이는 감각이 낯설게 느껴진다. 삐그덕거리는 걸음으로 사람들을 파고들어 문 앞으로 다가간다. 서울역에 들어섰다는 안내 방송이 전철 안에 울린다.  양주행 열차에서 내시간이다. 처음에 올라타면서 느낀 긴장은 내려서면서 사그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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