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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주 Dec 26. 2022

늦잠 자고 택시를 타며 출근

두 달가량 택시를 타고 출근했다. 별다른 이유는 없었다. 지각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출근길에 적응했던 것인지, 고된 직장 생활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나태한 천성이 슬며시 고개를 내미는 것인지. 점점 아침잠에서 깨어나는 시간이 1분, 2분 늦어지더니 10분을 넘기기 시작했다. 5분 간격으로 맞춰 놓은 알람이 이제는 일어날 때라고 시끄럽게 울어댄다. 큼지막하게 현 시간이 뜨는 화면을 보고 잠시 고민에 빠진다. 버스를 타기에 애매한 시간이다. 속력으로 버스정류장까지 달리면 가능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아침바람을 가르며 뛰어다니는 모습을 상상하니 인상이 구겨진다. 아침부터 힘 빼지 말고 택시를 타자는 마음의 소리가 슬금슬금 떠오른다. 마지막 최후의 수단, 택시. 그 두 글자 망설이지 않고 잠에 덜 깬 손을 더듬거리며 알람 종료 버튼을 누른다. 어차피 늦었는데 5분만 더 자고 일어나자, 하는 생각을 품은 채 이불속으로 몸을 묻는다.


5분이 지나자 다시 한번 요란하게 알람이 울린다. 그때서야 꿈틀거리며 기상할 준비를 한다. 이불을 걷어내 이불 밖 공기를 맞이한다. 천천히 상체를 세우고 눈을 껌뻑거린다. 아참, 이럴 때가 아니지. 침대 밑으로 한발 한발 내려간 두 다리 습관대로 화장실로 향한다. 옷을 갈아입으면서 연신 핸드폰을 두드린다. 택시를 호출하는 아이콘을 누르고 화면에 눈을 떼지 않는다. 호출이 수락되었다는 표시가 뜨자마자 현관문을 열고 집을 나선다.


택시에 몸을 싣고 25분 지나면 회사 앞에 도착한다. 택시 기사님께 인사를 하고 다급하게 뛰어 건물 안으로 들어선다. 9시가 되기 1분 전에 지문 출 성공. 무사히 제시간에 출근 도장을 찍는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사무실로 들어가 하루의 근무를 시작한다. 이러한 일상을 주 5일 반복한다. 비슷한 시간에 일어나 비슷한 시간에 택시를 타고 9시 되기 전에 출근 지문을 찍는 그러한 일상. 그저 그런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이 반복된다.


특별한 거라면 통장의 사정이 달라진다는 점이랄까. 하루가 다르게 홀쭉해지는 통장은 나를 불편하게 만든다. 택시를 타도 통장 사정을 생각하면 마냥 편하지만은 않는다. 한 달 내내 택시비로 지출한 금액이 10만 원이 넘었다. 식비를 아끼고자 도시락을 싸고 다니면서 택시에 거금을 쓰는 상황이라니... 낮잠을 자고 지불하기에는 너무나도 큰 지출임에는 틀림없다. 그럼에도 늦잠을 포기하기가 힘들다. 택시의 편안함과 꿀 같은 늦잠의 맛을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택시를 타기 시작한 건 어느 아침 날부터였다. 밤새 뒤척였던 탓인지 그날도 늦잠을 자버렸고 버스를 놓친 상황이었다. 다음 버스를 타도 지각이 뻔하기에 급하게 택시를 부를 수밖에 없었다. 잠이 덜 깬 몸은 택시에 앉자마자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 덜컹거리는 버스에서 넘어지지 않게 손이 아프도록 손잡이를 잡지 않아도 되고, 긴장한 채 몸을 세울 필요도 없었다. 그저 뒷좌석에 편안하게 앉아 잠을 이어서 잘 수 있다. 이렇게나 편안한 출근길이 있던가 싶을 정도로 만족스러웠던 아침이었다. 무엇보다 빠르게 회사에 도착한다는 점이 택시를 타고 싶게 했다.


버스를 타고 시흥에서 광명으로 가기에는 참으로 애매한 거리이다. 버스는 시흥을 구석구석 훑고 지나가기에 광명까지 빙글빙글 돌아간다. 심지어 집에서 광명으로 바로 가는 직행 버스가 없어서 환승해야 한다. 불필요한 시간이 소요되는 버스와 다르게 택시는 최단거리 최소시간에 도착한다. 출근길에서 1시간과 25분의 차이는 체감상으로 느끼기에도 너무나도 커다랗다. 시간의 차이만큼 늦잠을 잘 수 있는 시간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불편한 편안함인가, 편안한 불편함인가. 고르기 힘든 선택지 중에서 후자를 택했다. 나의 의지와는 다르게, 늦잠을 자는 바람에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나름의 이유를 찾아 애써 자기 합리화를 했다.


직장인에게 늦잠이란 허용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나로서는 수용할 수 있는 일이었다. 조금이라도 더 자고 싶은 건 어쩌면 보상 심리는 아니었을까. 점점 고되기만 한 직장생활에서 늦잠은 유일하게 나에게 베푸는 배려였다. 그까짓 분 더 자는 것에 나를 괴롭게 하고 싶지 않았다. 십 분의 여유쯤을 누리게 하고 싶었다. 상사에게 고함과 삿대질을 당하는 악몽을 꾸거나, 엉망투성이가 된 마음을 달래느라 새벽을 지새우는 나에게 이쯤은 허용해줘도 되지 않을까. 진창이 되어 버린 마음과 더불어 몸까지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았다. 이러한 생활도 결국은 견딜 수 없는 직장 생활로 퇴사를 하며 끝났지만. 당시 오직 나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택시를 타며 출근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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