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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주 Jun 15. 2023

식집사는 처음이라 낯설었던

베란다에 나란히 앉아있는 식물들이 부담스러웠다. 식물을 가꾸는 일도, 숨을 쉬는 생명이 온전히 나를 의지하는 것도 처음 있는 일이라서. 그리고 화분에 심어진 식물들은 모두 초면이었다. 어딘가에서 봤을 법도 하지만 여태 관심 없이 살아왔던 터라 낯설기만 했다. 사람에게만 낯을 가리는지 알았는데 식물에게도 낯섦을 느낄 수 있다니. 그럴 수밖에 없는 건 가 익숙하게 알던 꽃의 생김새와 랐기 때문이었다.


본래 꽃의 형태란 장미처럼 꽃잎이 여러 겹이고 꽃받침이 있는 풍성한 모양을 지녔다고 생각했다. 구가 된 식물을 보고 나서 러한 편견이 무너졌고 다양한 외향을 가진 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애니시다는 노란 나비가 날개를 접어 앉아있는 듯했고, 베고니아는 얇은 꽃잎을 길게 매달고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무엇보다 제라늄은 그중 가장 보기 드문 외향을 가져 선뜻 다가가기 어려웠다. 제라늄의 첫인상은 타조를 떠올리게 했다. 꽃봉오리마다 고개를 꼿꼿하게 웠고 온통 미세한 털로 뒤덮여 있었다. 촘촘하게 박힌 털은 벨벳을 만지는 듯한 촉감을 주었다.


마치 미지의 세계를 마주한 것처럼 그들을 생경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어색함에 살짝 거리를 두면서. 그러다 문득 초면인 건 그들도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은 싹을 틔우고 자라났던 화원과는 전혀 다른 환경이고, 자 옆자리에 앉은 식물을 난생처음 만난 것일 수도 있다. 하루아침에 더불어 살아야 할 식구가 생긴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식물들도 갑작스럽게 변한 환경에 낯설었을 것이다.


우리는 서로에게 적응할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기 다른 생김새를 받아들이고 익숙해질 만한 그러한 시간들이. 우리는 어색한 미소로 서투른 첫인사를 마쳤다. 서서히 시간이 쌓이기만을 기다릴 때였다. 매일 마주하다 보면 서로가 자연스러워질 시간이 다가오지 않을까.


ⓒ 백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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