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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팔 Apr 27. 2024

글 귀

너무 일이 안 풀렸다. 뭘 해도, 어떻게 해도 일이 잘 풀리지 않았다. 우주의 기운이 날 막고 있는 듯했다. 모든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으니 마음속에 울분이 생겨 항상 화를 마음속에 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어느 날 영화를 보는데 자신이 처한 상황이 너무 어이가 없고 황당하기도 하고 막막해서 자신의 지난날을 노트에 적는 장면이 있었다. 그 장면을 보면서 생각했다. 세상에 권선징악이 있어서 아니 권선징악이 아니더라도 내 기억 속에는 없거나, 흐릿한 무언가에게 잘못해서 그 일로 인해 무언가에 저주 혹은 어떤 기운으로 내가 이 모양 이 꼴로 사는 것은 아닐까 라는 의문이 생겼다. 샤머니즘은 얼토당토 안은 일이라 생각하나 목이 죄여오는 답답함 앞에서는 지푸라기가 될 때가 있다. 그렇다 해도 평생을 믿지 않은 걸 믿고 싶지 않았다. 그러다 소주를 진하게 마신 어느날 술기운과 충동적인 감정의 힘으로 집에 굴러다니는 노트와 언제 사용했는지도 모를 이백원짜리 볼펜을 집어 들고 방바닥에 엎드려서 지난날 내가 무엇을 했을까에 대해 적어보기로 했다. 하지만 아무리 술기운이 돌았다고는 하나 이상하리 만큼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 오히려 반발심 반앙심 같은 게 울컥 올라왔다. ‘내가 잘못한 게 뭐 있어 도둑질을 했어 뭐 했어 그리고 내가 생각한 나쁜 짖은 남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니었어 나보다 더 나쁜 놈들은 더떵떵 거리고 잘 먹고 잘 사잖아라고 마음속으로 울분을 토하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머리를 쥐어짜봐도 나쁜 짖을 하지 않았다. 그러다 이런 생각을 해보기로 한다. 오히려 어릴 적부터 현재까지 무언가에 의해 내가 괴로웠던 일을 적어보자 생각했다. 적으려고 하면 막상 못 적을 줄 알았는데 한번 흐름을 타기 시작하니 끝도 없이 이야기가 줄줄줄 적혔다. 적는 도중에 귀찮아져서 안 적은 것이지 마음먹고 적었다면 웬만한 대하소설을 나올 듯했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들었다. 나 또한 이리도 무언가에 의해 괴로운 순간이 많은데 나를 알고 스쳐 지나가는 모든 것 중 아무것도 나로 인해 괴로운 게 하나 없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한번 차근차근 어릴 적 기억이 라고 생각 할만한 시간부터 차근차근 생각해 되짚어 같다. 천천히 천천히 하지만 결국 내가 잘한 일, 나 자신이 뿌듯했던 일만 생각이 나더라 웃겼다. 한편으로는 어이가 없기도 했다. 이쯤 되니 어쩌면 나나, 무언가들은 어쩌면 피해를 주는 일인지 모르고 당현하다 생각하며 괴롭게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논리가 맞다면 이리도 무엇을 아프게 한 기억을 못 하는 것을 보면 어쩌면 그게 나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렇지 않다고 생각하면 아무렇지 않은 일로 넘어가면 되지만 한편으로 다르게 생각해 보니 이것보다 나 자신이 무섭고 공포스러울 수가 없었다. 이 생각에 빠져 어쩌면 자기혐오에 빠질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다시금 객곽적인 입장이 되어서 기억을 되짚어 보기로 했다. 사소한 것 까지도 싫다거나 기분 나쁜 표현을 했던 기억들, 장난이나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던 일들, 쉽지 않다. 왜냐하면 내가 무언가를 괴롭히는 순간은 어쩌면 나 자신은 기쁨이나 쾌락 행복을 느꼈을 수도 있었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즐겁고 꽃향기가 나고 꽃잎들이 흩부려지는 추억 속의 한 장면이 무언가에게는 시체들이 즐비하고 핏물이 뚝뚝뚝 흩부려져있는 끔찍한 시간일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 자신은 행복한 기억이라 생각하니깐 무언가에 괴로움을 찾으려 해도 안 찾아지는 게 아닐까라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그 생각이 나고부터는 뭔가 화가 났다 알 수 없는 것에 대한 화 그래서 속으로 말했던 것 같다. ‘그게 어때서 뭐, 이미 이렇게 시간이 지났는데 어쩌라고’ 하지만 결국 사라지지 않는다. 정말 내가 그런 일을 했으면 어떡하지에 대한 두려움이, 그러나 서서히 비겁함 또한 몰려왔다. 내가 먼저 나를 아프게 한 무엇들을 용서하면 어쩌면 내가 아프게 한 무언가 들도 용서해주지 않을까 하는 그런 마음 바램이 생겼다. 그리하여 혹시나 세월이 지나 무언가가 나에게 와 당신 때문에 평생을 괴롭게 고통속에서 살았다고 말하면 나는 지난날 지금의 고민을 글로 남겨놓은 걸 보여주면서 나 또한 상처받은 일이 있지 않았느냐 삶의 고통이란 것은 어쩌면 돌고 도는 것이라며 나도 용서했으니 날 용서하는 게 마땅하다면 울부짖을 것 같습니다. 용서를 받으러 온 무언가에게 말할 겁니다. 그럼 나는 어떻게 보상을 받아야 하냐며 말입니다. 이쯤 되니 정말이지 나 자신이 궁금합니다. 정말 없는 것인지, 아님 기억이 없는 것인지, 아님 왜곡한 것인지 말입니다. 거울에 비친 모습이 나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아닐까 봐 겁이 납니다. 당신들은 거울에 비친 모습이 당신이 맞다고 생각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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