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을 처음 보는 사람들은 이해를 할 수 없을 거다. 이렇게 조그마한 방에 사람이 살 수 있다는 것을 몸을 꾸깃하게 구겨야 사람 두 명 정도가 잘 수 있는 단순하게 생긴 직사각 모양에 방에는 그래도 조그마한 창, 전등, 티브이, 여벌에 옷 휴대폰 그나마 살아가기 위한 물건이 겨우겨우 자리를 잡고 있었다.
누군가 누워있었다. 방이 어두워 보이지는 않지만 하얀 안광이 사람이라는 존재가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준다. 며칠째 먹지도 자기도 마시지도 않고 그저 누워만 있었다. 인간이라면 절대 할 수 없는 기이한 형상이지만 분노로 인간이라면 이래야지 하는 상식선을 넘는 인간에 어떤 것을 뛰어넘고 있었다. 가만 보니 남자에 오른손에는 조그마한 칼을 움켜쥐고 있었다. 무엇 때문에 이런 분노가 생긴 걸까?
방안에 굴러 나니는 종이쪼가리에는 카드빛연체고지서 회사에 그만 나오라는 통보문자 병원에서 부모님 병원비를 납부하라는 독촉 메시지와 연락 대부업체 메시지 전화 어떻게 보면 망가져가는 군상 중에 가장 알아보기 쉬운 군상처럼 느껴진다. 이럴 데 쉽게 이해하라고 붙인 단어도 있지 않은가...
조그마한 창 비좁은 틈새사이로 햇빛이 새어 들어와 누워있는 사람에 눈을 스쳐지나 같다. 순간본 그의 눈은 어떻게 보면 너무 슬퍼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려 버릴 것 같았고 어떻게 보면 세상 모든 것을 잡아먹을 것 같은 눈빛이었다.
끊임없이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 어떤 것보다 목숨을 걸었던 약도 술도 담배도 커피도 하지 않고 있었다. 자신에 선택에 있어 결정적인 순간에 한 방울이라도 의심을 넣지 않기 위해 자신에 생각을 흩으리니 그 어떤 것도 자신에 몸을 지배하게 두지 않았다.
그 때문인지 생각은 어떤 칼보다도 날카롭게 벼뤄져 있었다. 선택이라는 방아쇠를 누른다면 그 어떤 망설임 없이 뻗어나가는 총알처럼 그래서 신중에 신중에 신중을 가하고 있었다. 머릿속에는 이미 수백 수천번에 인생을 살고 죽었다.
자신에게 중요했던 만은 것들을 단절시켰는데 방금 전 찰나에 눈앞을 스쳐간 빛으로 인해 생각이 흐트러져 버렸다. 그 아무 의미 없이 새어 들어온 빛에서 어쩐지 ‘희망’이라는 것을 보았다 그러면 내가 미친 생각이라고 계속해서 이야기하지만 한편으로는 고집스럽게 명줄 실이라도 꼭 부여잡고 벽을 기어오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우연히 눈에 들어온 거울에는 혼자 비친 모습을 보고 피식하고 웃는다. 순간 손에 움켜잡고 있는 칼이 손에서 떨어져 바닥에 떨어졌다. ‘툭’하는 소리가 방안에 크게 울려 퍼졌다. 어찌나 크게 들리던지 언제인지도 기억이 나지 않던 어릴 적 기억이 떠올랐다.
나무막대기를 하나 들고 혼자서 냇물이 흐르는 뚝 위를 걷는 기억이었다. 어디로 뻗어나갈지 몰라 이리저리 자란 풀잎들을 나무막대시기 풀들을 이리 휘적 저리 휘적 거리며 앞으로 나아가다 보면 풀들 속에 숨어있던 여러걷들이 날아오르기도 껑충 튀어 오르기도 한다. 그렇게 아무 의미 없이 아무 생각 없이 뚝이 끝과 끝을 목적 없이 걷는다.
큰일이 없는 인생이지만 그래도 여러 인생에 일들 중 어렸을 때 뚝 위를 걸었던 일이 생각이 나는 것인지 모르겠다.
사람이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이유가 여러 개 있겠지만 지금 이 사람이 원하는 것은 그때 그 순간에 없었을 감정을 느끼고 싶기에 과거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 가벼웠던 그래서 걸음이 가벼웠던 모든 것들이 가벼웠던 그 순간으로 말이다.
두루뭉술한 생각 속에 어순 선함이 느껴졌다. 요즘 부쩍 창문밖에서 발자국소리 말소리가 자주 들려왔다. 다른 어어로 뒤범벅이 되어 어떨 때는 외계인들이 대화를 나누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했다. 그럴 때면 드디어 나를 잡아갈 때가 됐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편해졌다. 죽지도 살지도 못하는 인생에 차라리 잘됐다 싶었다.
쓸데없는 생각에 마음이 두루뭉술해지니 목이 타고 허기가 져왔다. 또다시 인간이 되어간다. 근데 이상하다 어쩐지 옆방에서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시끄러운 소리처럼 느껴지다가도 가끔씩 백색소음처럼 혼자인 나를 위로해 주는 말 같아 거 좋았는데 언제부터인가 옆방에서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아마 그때부터였을 거다. 좁디좁은 가슴에 헬륨가스를 잔뜩 집어넣은 풍성처럼 되어 버렸던 게 왜 소음이 사라졌는데 말이다. 밖에는 여전히 발자국 소리 조용히 속삭이는 소리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