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

열쇠

by J팔

고향에 오랜만에 온이유가 친구와에 술자리도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도 부모님을 만나러 온 것도 아닌 고작 연기 한목 음 때문에 몇 년 만에 온 것이 누군가가 핀잔을 주지 않더라도 자신이 웃겼다. 이렇게 쓰레기로 자라날지 정말이지 몰랐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나오는 가장 못나고 찌찔해보이던 군상들이 나는 아닐 거라는 오만은 그때는 무슨 자신감으로 나온 것인지 모르겠다.

외국인 친구들이 어릴 적 놀던 익숙한 골목으로 길안내를 해주었다. 아는 길도 모른척하려고 연기를 하려 마음먹었지만 눈앞에 보이는 것들을 보자마자 연기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 골목길은 단순한데 건물들이 빽빽하게 세워져 있었다. 건물 안을 들어가면 생각할 수 있는 동선에 모양이 아니었다. 이리 같다 저리 같다 하였다. 미로 같은 건물을 휘적휘적 도착하니 붉은 문이 보였도 붉은 문위에는 황금색 한문으로 세 글자로 적혀 있었다.

“머라고 적힌 거야”

“화과원”

뜻을 알고 싶었지만 물어보기 귀찮아 물어보지 않았다. 청과물집 이름 같아 피식하고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빨간 문을 열고 들어가니 카운터가 보이고 카운터에는 남자도 여자도 아닌 것처럼 보이는 아이가 한 명 있었다.

“열쇠”

아이가 무심하게 외국인 친구를 바라보며 말했다. 외국인 친구 중 한 명이 호주머니에서 중세시대에서나 볼 수 있는 열쇠를 꺼내어 주었다. 그리고 카운터 옆에 있는 조그마한 문으로 보이는 곳 열쇠구멍에 열쇠를 꽂아 넣었다. 모니터를 뚫어지게 보던 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새로운 사람이 있네 입장만 아니면 열쇠 받을래”

외국인 친구가 어차피 열쇠를 만들 거지만 오늘은 일단 입장만 할 것인지 물었다

“무슨 차이야”

외국인친구는 당연하다는 듯 웃으면 엄지와 검지를 말아 동그라미를 만들었다.

“얼만데... 요”

초면이라 존대 맞을 해야 하는데 아이에 얼굴에 존댓말을 해야 하나 고민이 되게 한다. 아이는 그런 날 물끄러미 보더니 이등병을 보는 듯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그리고는 카운터 위에 로마 숫자로 적힌 열쇠 네 개를 올려두었다.

“할 거지 들어가면 알아서 해줄 거야 들어가 봐”

외국인 친구들은 카운터 위에 있던 열쇠를 하나씩 챙겼다. 얼떨결에 나 또한 열쇠를 하나 집어 들었다. 카운터 옆에 문을 열고 들어가니 로마숫자로 적힌 문들이 수십 개에 문이 일려로 서있는 것처럼 있었다. 외국인 친구들은 익숙한 듯 자신이 가지고 있던 열쇠에 숫자에 맞추어 문으로 들어갔다. 정확히 무슨 숫자인지 몰라 모양에 맞추어 나도 들어갔다. 문안으로 들어가니 푹신해 보이는 1인용 소파가 있고 소파옆에는 조그마한 테이블이 있었다. 천장에는 소파와 조그마한 테이블 그리고 간이 의자가 있었다. 비추어주는 주황색 형광등이 매달려 있었다. 어색하게 소파에 다가가 앉았다. 그리고 잠시뒤에 한 여자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스테인리스 쟁반을 두 손으로 바쳐 들고는 간이의자에 다가가 앉는데 다리를 절둑거리는게 다리가 불편해 보였다. 다리가 불편하냐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왜인지 실례일 것 같아 물어보지는 않았다. 여자는 쟁반을 조그마한 테이블 위에 올려 두었다. 쟁반 위에는 담배 한 개비와 재떨이 성냥한개비 그리고 열쇠가 보였다.

“열쇠에 가격은 얼마 하나요”

여자는 대답대신 쟁반 위에 있는 담배를 눈짓했다. 어떤 의미인지는 모르겠지만 난 담배를 한 개비를 들어 입술에 같다 되었다. 그러자 여자는 성냥불을 붙이려다. 잠시 뜸을 들이고는 내 눈을 보았다.

“이걸 피우는 순간 당신은 열쇠에 대한 값을 치르는 겁니다. 그래도 피우실 건가요”

새삼 다시 담배를 바라봤다. 그녀에 말이 알듯하다가도 모르겠었어였다. 이 담배를 사기 위해 이곳에 왔는데 담배를 태우면 값을 치르는 것이라니 어쩐지 망설여지면서 지난날 크고 작은 선택을 했던 순간들이 머릿속에 지나 같다. 다시금 담배를 입술에 같다 되고는 여자를 보며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끄덕임을 본 여자는 가는 손가락으로 성냥개비를 집어 쟁반 위를 살며시 긁었다. 성냥에 불이 붙고 그 불을 답배에 같다 되었다. 담배에 불이 붙을 수 있게 입을 뻐근 거렸다. 불이 붙고 여자는 성냥을 흔들어 불을 끄고는 검은색으로 타버린 성냥을 쟁반 위에 살며시 올려 두었다.

“급하게 말고 천천히 호흡하듯이 태우세요 급하면 죽을 수도 있어요.”

그녀에 조언대로 천천히 호흡하듯 담배연기를 들이마셨다. 아스라이 영혼이 퍼져가는 듯했다.

언제 인지 부터 방독마스크를 쓰고 있는 여자는 축 늘어진 남자에 손가락에서 천도를 빼내어 쟁반 위에 올려두었다. 여전히 타고 있는 천도는 연기를 뿜어내 방 안을 채우고 있었다. 그 연기를 남자는 천천히 마셔 됐다. 여자는 호주머니에서 회중시계를 꺼내어 시간을 확인했다. 그리고 잠시 시간이 흘러가는 것을 확인한 여자는 타고 있던 천도에 불을 끄고 테이블 아래에 있던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커다란 기계음과 함께 방안을 가득 채우고 있던 연기가 방안에 어떤 곳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수분이 지나가고 여자는 방독명을 벋고는 축 늘어져 잠들어 있는 남자를 빤히 쳐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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