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

by J팔

내 앞에 있는 여자는 살인범이다.
그걸 어떻게 아느냐고? 믿거나 말거나지만, 난 향기를 맡으면 알 수 있는 게 있다.
그 여자에게서 살인범의 냄새가 난다.

아마 이 여자는 자신을 알아본 나를 알아봤기에, 아무런 가면도 쓰지 않고 내 앞에 와 앉은 것이겠지.

그녀는 천 년을 살아온 고양이 같은 눈빛으로 날 훑어보기 시작했다.
마치 생선이 신선한지, 아니면 먹으면 탈이 나는 것인지 확인하듯이 말이다.

난 그런 여자의 눈빛을 피하지 않았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무’라는 단어를 암시로 걸었다.
두려움을 떠올리지 않으려 하면 두려움에 대한 행동을 하게 되고, 공포를 애써 외면 하면 공포에 집착하게 되기 때문이다.

여자는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시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무척이나 우아해 보였다.
가을날 잘 익은 벼들이 살랑이는 바람에 하늘거리는 듯한 모습이었다.
‘유혹당한다는 게 이런 느낌인가?’ 싶었다.

그렇게 시간이 조금 흐르고 나서야 그녀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넌, 어떻게 날 본 거야?”

그녀는 단어를 내뱉을 때마다, 별것 아닌 말인데도 어쩐지 달콤했다.
그 달콤함에 취해 마음의 벽이 허물어지는 기분이었다.

“냄새요.”

“냄새?”

그녀는 흥미롭다는 듯 자두빛 입술 사이로 붉은 혓바닥을 살짝 내밀어 핥았다.
그 모습은 천 년을 살아온 뱀처럼 보였다.
사소한 동작 하나로도 모든 것이 납득이 가게 만든다.

“네, 냄새를 맡으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느껴지거든요.
그럴려고 하는 게 아니라… 그냥 느껴져요.”

“재미있네. 그래서 날 안 거다?”

“...네.”

그녀의 눈동자가 고양이의 눈처럼 세로로 변하는 듯했다.
그리고 날 만졌다.
내 목에는 부드러운 털이 수북하지만, 그 안에는 날카로운 발톱이 있는 손이 훑고 지나가는 듯했다.
단어 하나라도 거짓말할 경우, 내 가녀린 목을 순식간에 어떻게 할 수 있다는 듯 말이다.

“혹시 이 공간에 나와 같은 것이 있을까?”

왜 이런 질문을 하는지 모르겠다.

“굳이 내가 말하지 않아도, 당신은 알 수 있지 않나요?”

그녀의 입술이 가늘어지며 웃는다.
그리고 차를 한 모금 마시고 찻잔을 내려놓는다.
그녀의 모든 행동에는 마침표, 띄어쓰기, 물음표처럼 규칙이 있었다.
모든 것이 공식에 의해 움직이는 듯, 물결 같았다.

“점점 알기 힘들어져서 말이야.
비슷한 분위기의 사람들이 많아져서 긴가민가할 때가… 웃음이 나오네.”

그녀의 웃음은 잘 익은 홍시 같았다.
은은하게 풍겨오는 향기에 달달함이 스며 있었고, 취할 듯 말 듯한 감미로움이 배어 있었다.

“당신과 같은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알고 싶은 이유가 있을까요?”

고요했다.
그녀의 분위기는 주위의 공기마저 자유자재로 조종하는 듯했다.
그녀의 눈빛이 새의 깃털이 되어 날 훑었다.

“난 그들을 알고 싶은 게 아니야. 널 알고 싶은 거지.”

심장이 떨려왔다.
참으려 했지만, 심장이 떨려왔다.
보이지 않는 그녀의 검지 끝이 머리에서부터, 찻잔을 들고 있는 내 손끝까지 훑고 지나갔다.
마른침을 삼켰다.
그녀는 나의 모든 것을 꿰뚫어보듯 매혹적인 웃음으로 날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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