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였다. 누구나 즐거워하는 축제. 폭죽이 터지고 노래 들리고 음식과 술을 팔고, 주위의 사람들은 그 축제의 주인공이 아니지만 스스로를 주인공으로 만들려는 듯 몸을 움직이고 소리를 질러댔다.
미쳐 날뛰다 죽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수백 명의 인간 바리케이드 중 한 명이었다. 그들은 우리를 플라스틱 바리케이드만냥 대했다. 욱하는 마음에 한 대 때리고 싶었지만 그것을 예상했는지 우리를 관리하던 책임자가 축제가 시작되기 전 당부한 말이 있었다.
“참을 ‘인’ 세 번을 새기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여기서는 열 번이고 백 번이고 새겨야 한다. 모든 상황에 감정을 붙이지 마라. 너희가 사람이라 생각 말고 그냥 고체라고 생각해라. 아무 생각이 없는 그냥 쇳덩어리라 생각해라. 그게 너희 일이다. 그럴 마음이 없다면 지금이라도 그만두고 집에 가라.”
몇몇은 실제로 집에 가버렸다. 난 그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돈 벌러 왔는데, 시간 들여 여기까지 왔는데, 조금만 버티면 돈을 버는데 왜 가려는지 모르겠다. 그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들이 가장 현명한 선택을 한 것 같다. 일을 시키는 사람들은 대부분 굳은일과 상황에 대해 축소하거나 말하지 않는 편인데, 책임자라는 사람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가 말한 게 축소한 게 그 정도라면이라는 생각을 했어야 했다. 그때 뒤돌아보지 말고 떠나야 했다.
지금은 그럴 수가 없었다. 누구 하나 이 자리를 박차고 나가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난 그렇게 이기적이지도, 모질지도 못했다. 그리고 서로가 서로를 보는 눈빛에서 ‘믿는다’라는 시선을 주고받아 더더욱 그럴 수 없었다.
스스로가 인간이 아님을, 지금 이 순간에는 진정 인간이 아님을 인정해야 했다. 그래야 순간순간의 울컥함을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내 손에 소총이 주어진다면, 폭탄이 주어진다면, 내 눈앞에 좀비 떼 같아 보이는 이 자들을 전부 없애고 싶었다.
한계에 다다랐다. 나를 의지하고, 내가 의지하고, 그들이 의지한 나와 비슷해 보이는 존재들의 눈빛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내 눈도 아마 다르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놓고 싶었다. 이제는 밟혀 죽어도 좋으니 손을 놓고 싶었다. 그 순간이었다. 익숙한 노래 소리가 들려왔다. 주위에 함성 소리가 들려왔다. 우리를 잡아먹으려는 존재들의 눈빛도 달라졌다. 더욱 거세게 우리를 무너뜨리려 했다. 죽을 것 같았다.
귀에 부착된 인이어에서 책임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처음에는 소리에 묻혀 무슨 소리인지 알아먹지 못했다. 몇 번의 과음 소리를 들은 후 알아먹었다.
“손을 풀어, 그들을 놔줘.”
우리들은 일제히 손을 풀었다. 때를 기다렸다는 듯 좀비 떼 같은 존재들은 풀린 손과 손 틈 사이를 비집고 앞으로 달려갔다. 무엇 때문인지 몰라 천천히 그들이 달려가는 쪽을 바라봤다. 난 숨을 멈췄다. 그들이었다. 3분 35초의 노래로 세상을 뒤집어 버린 그들이었다. 길을 걷다 보면 보이던 존재, 집 TV에서, 영화관에서, 다른 무언가에만 비치던 그들이 살아 있는 존재의 모습으로 세상에 울리게 하는 것을 멍하니 입을 벌린 채 보고 있었다.
눈물이 났다. 처음이었다. 별을 보며 눈물을 흘린 적이 없었는데,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는데 눈물이 났다. 주위의 나와 같은 존재들도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 순간 우리들은 서로의 눈빛이 통했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하나둘 좀비 떼에 섞여 별을 향해 달려갔다. 그리고 알 수 없는 행동의 몸짓으로 춤이 아닌 춤을 추기 시작했다.
나 또한 그 모두와 같은 존재가 되어 춤을 추고 싶었지만 선뜻 앞으로 나갈 수 없었다. 난 인간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난 살아 있는 존재가 아닌 고체였고, 철덩어리니 움직일 수 없었다. 사람이었던 좀비였던 그렇게 돌아왔지만, 뿌리 깊이 자리 잡힌 고체이고 철덩어리 인간 바리케이드였던 나는 달려 나가 음악 소리에 몸을 맡길 수 없어 답답함에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모두가 바로 바뀌는데 나는 왜 그러지 못하나, 왜 이들처럼, 그들처럼 하지 못하나. 답답함에 울기만 할 뿐 뻣뻣하게 굳은 채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