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per clement school S6 이야기
우리가 1년 연수지로 덴마크를 고른 것은 올보르 (Aalborg)에 국제학교가 있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부터 중학교 과정까지 보낼 수 있는 곳이어서 5학년 1학기를 마치고 그곳에 도착하는 우리 아이가 다니기에 딱 적당한 곳이었다.
이름은 Skipper Clement School이었고, 한국에서 알 수 있는 정보는 제한적이기는 했지만 유일한 국제학교이기 때문에 이 도시에서 살게 된다면 유일한 선택지였다.
덴마크는 주요 도시 위주로 국제학교가 많은 나라이면서 학교들마다 채택하고 있는 커리큘럼이 조금씩 다르다. 요즘은 우리나라 학부모님들도 관심을 많이 가지는 IB 교육 시스템을 채택하는 곳이 가장 많은데, 아이가 다닌 학교는 케임브리지 국제시험 커리큘럼을 따르는 곳이었다. 그리고 대부분의 국제학교가 사립학교 안에서 덴마크 부문/국제 부문이 나뉜 형태인 것처럼 스키퍼 클레멘트 학교도 마찬가지였다. 학생 수는 덴마크 부문이 국제 부문에 비해 3배 정도 되고, 덴마크어-영어 이중언어 교육을 하고 있다.
4학년 때까지 언어 수업은 영어와 덴마크어이고, 덴마크어 수업을 제외하면 모두 영어로 수업이 진행된다. 5학년 때 스페인어 교육이 추가되는데, 아이는 6학년 1학기부터 다녔던 터라 스페인어 수업이 어느 정도 진행된 상태에서 들어가게 되어 세 가지 언어를 함께 배워야 하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영어가 유창했더라면, 덴마크어와 스페인어를 배운다는 스트레스가 좀 덜했을 것이라는 아쉬움은 지금도 어쩔 수 없이 드는 생각이다. 그래도 스페인에 여행 갔을 때, 가장 기초적인 단어라도 알아서 식당에서 엄마보다 주문 잘하는 딸을 보며 학교에서 멍 때리고 있는 것은 아니구나 하는 안도감이 들기도 했다.
덴마크는 초중등 통합교육체계인데, 7학년이 되면 제2외국어로 스페인어를 계속할지, 독일어를 새로 배울지 고르게 되어있다. 우리는 6학년을 마치고 2개월을 더 있었기 때문에 7학년도 조금 다니고 왔는데, 아이는 고민하다가 독일어를 배워보기로 했다. 나중에 물어보니, 스페인어와 덴마크 수업 시간에는 게임도 하고, 노래도 하면서 흥미를 유발할 만한 것들이 좀 있었는데, 확실히 7학년은 다른지 독일어 수업은 그런 내용이 없어서 좀 지루했다고 한다. 그리고 고등학교 때 제2외국어로 독일어를 배운 엄마가 듀오링고로 잠깐 접한 덴마크어가 너무 어렵다고 느낀 것과는 반대로 아이는 독일어가 훨씬 어려운 것 같다고 했다. 그래도 새로운 언어를 또 하나 접했다는데 의미를 두는 걸로...
이 학교에서도 초등학교에 해당하는 6학년까지는 덴마크어, 스페인어, 음악, 미술, 체육은 전담 선생님이 가르치시고, 담임 선생님이 영어, 수학, 과학을 가르치셨다. 7학년부터는 중학과정이라 그런지 담임선생님이 자신의 전공과목(체육)과 영어를 가르치시고, 다른 과목(수학, 과학, 역사, 지리, 미술, 덴마크어, 독일어, 스페인어)들은 각 과목 선생님이 맡으신다. 6학년에는 음악이 있었는데 7학년에는 없고, 그 대신 요리 수업이 있었는데, 토르티야랩도 만들어오고, 조각케이크도 만들어 왔는데 생각보다 맛이 있었다. 그리고 6학년 때 자전거 이론 / 실기 수업이 있었고 시험도 봤다. 시험 후에 인증서까지 발급을 해 주었는데, 자전거의 나라다운 커리큘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덴마크 도로는 자전거 도로가 차도와 같은 방향으로 만들어져 있고, 역주행은 금지이다. 그리고 자동차 신호등과 별개로 자전거 신호등이 작게 만들어져 있어서 이 신호를 꼭 지켜야 하는데 그런 것들을 수업 때 가르쳐준다.
그리고 달리기에 진심인 나라답게, 여러 학교가 모여서 6학년 때 크로스컨트리를 하기도 하고 도시별로 모여 장거리 릴레기 달리기를 하는 행사도 있었다. 1년에 한 번은 학교 전체 달리기 대회가 있는데, 학생, 학부모, 선생님이 모두 참여한다. 학년별로 달려야 하는 최소거리가 있고, 원하면 10km까지 달릴 수 있다. 나도 작년과 올해 두 번 다 참여했고, 작년에는 아이가 한 바퀴만 달리고 싶다고 해서 2.5km를, 올해는 5km를 달렸다. 그런데 아이가 친구와 1시간 반이나 걸렸지만 7.5km를 달렸고 엄마보다 많이 달렸다는 사실이 어깨를 으쓱하게 해 주었던 것 같다. 나는 더 달릴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학년별로 음악시간마다 2개월 간 연습해서 합창제도 하고, 미술 시간에 그린 것들을 모아 합창제 하는 날 전시회도 같이 한다. 매 학기별로 선생님 상담도 있었으니 학부모가 학교에 갈 일이 한국보다 훨씬 많은 느낌이었다. 아이가 학교 생활 하는 것을 볼 수 있어 좋기도 했고 영어로 진행되는 행사에 약간은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는 유럽 어느 나라보다도 저렴한 학비에 좋은 교육을 받고 왔다는 생각이 든다.
유럽으로 가면서 영어 교육도 놓치지 않고 싶다면, 덴마크 국제학교는 정말 추천할 만하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