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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콜릿 한스푼 Dec 28. 2023

혼자 있으면 왜 우울해질까?

혼자 있을 때 우울한 못난이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는 즐겁게 웃을 일도 많고, 평소보다 이야기도 많이 한다. 그런데, 집에만 오는 순간 나는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다.

우선 하루종일 불편했던 옷을 가장 편한 잠옷으로 갈아입는다. 그리고, 가볍게 씻고는 침대 위로 바로 향한다. 그리고, 그 상태로 몇 시간이든 상관없이 누워서 휴대폰만 들여다본다. 그리고, 잠들 때는 불도 끄지 못한 채 핸드폰을 손에 꽉 쥔 채 핸드폰 화면은 여전히 내가 켜 놓은 콘텐츠를 재생하느라 바쁜 상태로 잠이 들곤 한다.


저녁을 먹을 때도, 청소를 할 때도, 화장실을  때도, 간단한 세안을 할 때도 손에서 절대 놓지 않는 것이 휴대폰이다. 밖에 있을 때는 휴대폰을 어디다 뒀는지도 모를 정도로 휴대폰을 거의 사용하지 않다가도, 집에만 오면 무용지물이던 휴대폰이 어느새 세상에서 가장 값비싼 보물이라도 된 듯 손에서 1초도 떼어놓지 않는다. 그리고, 휴대폰은 내가 집에 머무르는 동안 과로한다. 쉼 없이. 내가 잠든 그 순간까지도 배터리가 다 할 때까지 무언가를 쉬지 않고 재생하느라 고생이 많다.


매일 다짐한다. "오늘은 퇴근하고 꼭 휴대폰을 손에서 떼어 놓으리라. 조금 더 의미 있게 시간을 보내리라."라고 수도 없이 다짐한다. 하지만, 그 다짐이 무색하게 집에 오면 무슨 마법에 걸린 사람처럼 다시 똑같은 행동을 반복한다. 아마도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져서 외로워서 그런 걸까?


혼자 사는 사람들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품이 바로 텔레비전이다. 나는 어릴 때 어른들이 왜 텔레비전을 켜놓고 잠드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어른이 된 지금의 내가 텔레비전 대신 휴대폰을 밤새도록 켜놓고 잠이 드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내가 그런 사람이 되고 보니,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혼자 있는 고요함 혹은 적막감이 싫어서였다. 텔레비전이든 휴대폰이 되었든 무언가를 켜놓으면 계속 어떠한 말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그 소리가 적적함과 적막함 혹은 외로움을 달래주는 수단이 된다. 아마도, 본능적으로 외로움을 벗어날 방법을 스스로 찾은 것이 아닐까 싶었다.


근데 정말 외로워서 그런 걸까? 생각해 보면 사실 잘 모르겠다. 동생들과 함께 있어도 나는 동생들과 눈을 바라보며 대화하기보다 내 휴대폰을 켜고 무언가를 보거나 검색하는 등의 행동을 반복한다. 즉, 곁에 누가 있어도 휴대폰에 정신을 빼앗겨 있다. 이건 분명 외로워서 그런 건 아닌 것 같은데 도대체 왜 이런 행동이 나오는 걸까?


뻔해 보이지만 이것에 대해 생각해 봤다.


아마 곁에 누가 있는데도 휴대폰을 보거나, 딴짓을 하고 있는 건 에너지가 방전돼서 그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생각보다 에너지가 굉장히 부족한 사람이다. 아니, 에너지가 아니라 체력이 부족한 사람이라고 보는 것이 정확할 것 같다. 생각건대 나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굉장히 체력이 빨리 닳는 사람이다. 그 이유는 다른 사람이 신경 쓰지 않는 부분까지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서 거기에서 빼앗기는 에너지가 커서 그런 것이라 생각한다. (아마도...)


그렇기 때문에 내가 가장 편하게 생각하는 '나만의 공간'에 있을 때는 방전된 에너지를 충전하느라 급급하다. 즉,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옆에 있어도 그들과 소통하고 대화를 하는 것보다 아무 말 없이 무언가를 계속 이야기하고 보여주는 휴대폰 세상 속으로 빠져드는지도 모르겠다. 어떻게 보면 어설픈 명상에 해당하는 것 같다. 휴대폰을 본다는 건 아무 생각 없이 무언가를 바라보며 나의 고갈된 에너지를 보충하는 행위와 같다. 휴대폰을 볼 때는 상대방을 신경 써야 할 일도, 무엇에 대해 깊게 생각할 필요도, 그리고 집중할 필요도 없다. 그저, 멍하니 온몸에 힘을 푼 채 바쁘게 전환되는 화면만 바라보고 있어도 충분하다. 그러니, 휴대폰의 세상 속으로 자꾸만 빠져드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에너지가 부족하다면서. 그래도 외로운 건 외롭다.


이렇게 에너지를 보충하겠다고 휴대폰을 바라보며 멍 때리면서 그 와중에 외로움은 또 외로움대로 느낀다.

왜 이토록 외로움을 크게 느끼는 걸까? 어쩌면, "혼자가 좋다고 하면서 혼자 있는 게 싫어요." 하는 모순된 감정과 같을지도 모르겠다. 사람이 그립다면서, 사람과 있으면 힘들고 감정 소모가 크니 혼자 있으려고 하는 것과 같다. 이것은 마치 만날 수 없는 평행선과 같은 상태다.


그런데, 외로움을 달래겠다고 엉뚱하게 밖에서 무언가를 하고 다닐 만큼 체력이 좋지 못하다. 그나마 조용하게 나만의 공간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유일하게 나의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는 방법이 되었다. 그런데, 이 방법마저 올바른 방법인지는 모르겠다.


어디서 어떤 글을 본 적 있는데, '사람은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그만큼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라는 연구 결과를 본 적이 있다. 그런데, 나는 이 말에 어느 정도 동의한다. 실제로 혼자 있는 것이 좋아서 혼자 시간을 보내보면, 그렇게 에너지가 충전되고 엄청 무언가 좋아졌다는 감정보다는 뭔가 계속 축축 처지는 감정만 남았으니까. 결국, 그 연구결과는 사실일지도 모르겠다.


고립, 어쩌면 고독감이

우울을 부르는 원인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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