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여전히 하고 싶은 것이 많을까?
평생 꿈꾸며 자유롭게 살면 안 되나요?
내 나이는 30 초반이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난 이후, 나는 지금까지 계속 방황하는 삶을 살고 있다. 이상하게 대학교 때까지는 한 가지 목표만 있었는데, 대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부터 내 인생의 목표는 정말 너무 많았다. 이것도 해보고 싶었고, 저것도 해보고 싶었다. 그리고, 그 마음처럼 정말 들쭉날쭉한 삶을 살았다. 그리고, 수많은 직업을 경험해 봤다. 그 과정에서 너무 마음을 많이 다쳐서 오랫동안 주저 앉아 있어야 했던 시기도 있었다. 돌아보니, 그때의 나는 극심한 우울증 상태였다. 당시의 나는 내가 어딘가 심각하게 잘못되었다는 건 알았다. 하지만, 병원까지 찾아가고 싶지 않았다. 최악의 상태를 생각하는 그런 상태는 아니었기에, 어떻게든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싶었다.
그렇게 버티고 버티다 보니, 결국 정말 내 생각대로 나는 조금씩 괜찮아졌다. 스스로 알아서 잘 치유한 것 같았다. 그리고, 지금까지 다채로운 삶을 살고 있다. 아마, 온실 속의 화초처럼 살아오다가 세상의 풍파와 풍랑과 폭풍우를 만나 온몸이 갈기갈기 찢는 경험을 마음으로 겪었기 때문인 것 같다. 단 한 번의 커다란 고통조차 없이 잔잔한 삶에, 새로운 종류의 고통이 찾아오자 내 마음은 아주 산산조각 나버렸다. 조각난 마음이 다시 붙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부서졌지만, 결국 알아서 잘 아물었다.
사실, 그 과정에서 내 나름대로 내 마음을 이어 붙이려고 정말 많은 노력을 했다. 책도 읽고, 대화도 나누고, 생각도 하고, 운동도 하고, 내 선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했다. 그리고, 나는 과거의 힘들었던 내 모습보다 훨씬 강해졌다. 지금은 누군가 나에게 상처를 주려고 하면, 과거의 나처럼 무조건 그 상처를 다 맞고, 그 상처가 곪아터져 내가 부서져 내리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다. 물론, 상처를 입으면 당연히 여전히 서툴게 대처하는 건 사실이다. 천성이 그래서, 나쁘게 혹은 악독하게 할 수가 없다. 그러나, 내가 하고 싶은 말은 하는 정도가 되었다. '저한테 한 행동은 잘못된 거예요.'라는 식의 표현을 돌려서 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정도면 정말 장족의 발전이 아닌가? 여전히 누군가 내 마음에 상처를 내면 아파서 집에 오면 앓아눕기 일쑤지만, 그래도 과거처럼 오랫동안 못 일어나는 것이 아닌, 조금 뒤에 다시 일어나고, 다시 삶을 살아가는 식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과거처럼 무한히 나에게 상처 주는 사람들이 무섭지 않다. 물론, 무섭기는 여전히 무섭다. 하지만, 과거처럼 엄청나게 무서운 건 아니라는 거다. 그렇게, 일상에서 나는 계속 바뀌고 성장해 왔다. 그 과정에서 나는 수많은 직업을 경험했고, 하고 싶은 것도 많아졌다.
그중 하나가 취미 활동인 독서모임이었고, 그것을 시작으로 나만의 운동모임도 만들어 사람들과 교류도 해보고, 마케팅도 공부해 보고, 글 쓰는 프리랜서 작가가 되기도 하고, 원데이 클래스였지만 미술도 배워보고, 지금은 디제잉을 배워볼까 생각 중이다. 원래 어릴 때 꿈은 가수가 꿈이었다. 여전히 좋아하는 마음이 있어서인지 디제잉이라는 분야에도 관심이 생겼다. 춤은 과거에도 꾸준히 취미로 배웠었지만, 디제잉은 처음 접해보는 장르라서 요즘 관심을 가지고 있다. 아마도 조만간 디제잉을 배우러 다니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수많은 곳을 방황하며 경험하고 있지만, 전문적인 무언가를 탄탄히 만드는 길을 걷는 건 아니구나. 남들처럼 평범한 길을 걷고 있는 것도 아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내 삶이 그렇듯, 내 주변 사람들은 모두 평범한 보통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들의 삶을 보며, 그들처럼 살고 있지 않은 내가 가끔 불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평범한 보통의 삶은 내가 지겨워서 싫은 것 같다. 그저, 내 한 몸 내가 책임지며,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그때 그때 해보고, 그렇게 방랑하는 삶을 살다가 가는 것도 나쁘지 않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평생 방랑해도 모자랄 것 같다. 그만큼 해보고 싶은 것도, 관심사도 많다. 왜 그렇게 살면 안 되는 걸까? 이런 반발심도 생긴다. 그래서, 나는 내 스타일대로 내 삶을 살아가기로 했다. 누가 뭐라고 하든. 그 끝이 어떨지 모르겠지만 어차피 내 인생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