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아이 콤플렉스가 예민함을 선물한 건 아닐까.
예민함에 대하여
여러분은 자신을 예민하다고 생각하는 편인가요? 둔감하다고 생각하는 편인가요? 오늘은 예민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볼까 해요. 최근에 재밌게 보고 있는 유튜브 중에 가수 브라이언이 나오는 청소광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는데요. 저는 그 영상을 보면서 공감도 많이 하고, 오버스러운 모습에 웃기도 많이 웃으면서 봤는데요. 이 프로그램이 처음 방영되었을 때, sns 상에서 사람들은 브라이언이 너무 유별나다는 식으로 말했어요. 저 정도로 청소하는 사람이 옆에 있으면 피곤할 것 같다. 어떻다 등의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죠. 그런데, 방영되면 될수록 브라이언을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시각이 많아졌어요. '볼수록 매력 있다.'라는 말처럼요.
솔직히, 방영 초반에만 해도 브라이언의 표정은 예민하고, 날카로워 보였었는데 해당 프로그램이 잘 되어 갈수록 브라이언의 표정도 밝아지고, 목소리도 밝아지는 것이 느껴지더라고요. 역시, 사람은 사랑과 관심을 받아야 예뻐지는 모양이에요. 어쨌든 그러면서, 자칫 예민해 보일 수 있는 부분이 점점 유쾌한 모습으로 상쇄되어 가는 모습이 참 인상 깊었어요.
예민함이란 어떤 걸까?
우리는 흔히 예민함을 떠올리면, 항상 인상을 찌푸리고 있고 어딘지 모르게 불편한 상태를 하고 있는 사람의 모습을 떠올려요. 저도 마찬가지고요. 왜 그럴까?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요. 아마, 예민하면 무언가 신경을 날카롭게 만드는 어떠한 상황이 지속적으로 펼쳐지다 보니, 그 환경에 놓인 사람의 표정도 점점 짜증 섞이거나 어딘가 불편하거나 아파 보이는 모습으로 바뀌어 가는 것이 아닌가 싶더라고요. 예민한 사람도 그러한 표정을 짓고 싶지는 않았을 거예요. 그저, 그러한 상황에 자꾸 놓이다 보니 점점 표정도 마음도 힘든 상태로 바뀌어가는 것이 아닌가 싶더라고요.
사람은 누구나 예민한 구석이 있다.
나는 둔감해. 나는 절대 예민하지 않아!라고 말하는 사람조차 예민한 구석이 있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어떤 사람은 냄새에 민감한 사람이 있어요. 그들은 후각이 너무 예민하다 보니, 다른 사람들은 맡지 못하는 냄새를 너무 잘 맡아서 그 냄새로 인해 불쾌감을 많이 느끼는 사람일 수 있어요. 그래서, 그 냄새가 싫어서 하루종일 탈취제나 방향제를 뿌려대거나 가글을 하는 사람도 있죠. 또 어떤 사람은 시각이 너무 예민한 사람이 있어요. 그래서, 조그만 빛이라도 눈에 보이면 절대 잠을 못 자는 사람도 있죠. 그들은 잠을 자려면 암막 커튼으로 조금의 빛도 없는 상태가 되어야만 잠을 잘 잘 수 있죠. 또 어떤 사람은 소리에 예민한 사람이 있어요. 일을 할 때 누군가가 타이핑을 하는 소리, 마우스 딸칵 거리는 소리, 히터 팬 돌아가는 소리, 누군가 책장을 넘기는 소리 등등 내가 내는 소리를 제외한 모든 소리가 귀에 거슬려서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어요. 이렇듯 나는 안 예민한데? 하는 사람들이라도, 그들조차 잘 인지하지 못하는 예민한 구석이 있기 마련이에요. 그저, 그걸 예민하다고 스스로 자각하지 못했을 뿐이죠.
나만의 예민함
저는 스스로 예민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제가 예민한 건 사람들의 행동과 관계에서 센시티브 하게 받아들이는 부분이에요. 그 외에는 그다지 예민한 구석이 없어요. 아니, 어쩌면 예민하긴 하지만, 평범한 수준이라고 볼 수 있어요. 이를테면, 저는 청결에 굉장히 신경을 쓰는 편이더라고요. 예를 들면, 한번 사용한 컵은 또 쓰려면 무조건 설거지를 해야 쓸 수 있고, 빨래를 개킬 때는 바닥 청소가 된 방바닥이어도 그냥 내려놓지 않고 한번 더 청소기를 돌린 후에야 바닥에 빨래를 내려놓고 개킨다거나, 뭔가 손에 먼지가 닿을 만한 것을 만지면 무조건 핸드 워시로 손을 꼼꼼히 씻는다던가 하는 습관이 있어요. 이렇게 말하면 굉장히 예민하고, 별스럽다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저는 이건 개인의 위생과 건강을 위해서 필요한 적정 수준의 행동이라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그걸로 타인에게 피해를 끼친 적은 없으니까요. 오히려 저의 이러한 부분이 다른 사람들도 덩달아 혜택을 보는 경우가 많아요.
이를테면, 청소가 안되어 있는 것이 눈에 보이면 거슬려서 대신 청소를 해놓는다거나, 다른 사람들의 것까지도 깔끔하게 챙기는 버릇 때문에 청결에 별로 신경 쓰지 않는 사람들은 오히려 저의 깔끔함 덕분에 덕을 보는 경우가 꽤 있어요.
예민함을 어떻게 다뤄야 할까?
청결한 부분의 예민함은 사실 보통의 수준이라 나 스스로도 전혀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부분이에요. 그러나, 대인관계에서 발생하는 예민함은 저 스스로를 괴롭게 할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는 부분이다 보니, 이 부분에 있어서 저는 항상 고민이 되더라고요. 이상하게 어릴 때부터 사람들의 생각과 감정 상태가 잘 읽혔어요. 이걸 좋게 표현하면 눈치가 빠르다고 하고, 또 다르게 말하면 직감이 발달했다고 하죠. 그렇다 보니, 누군가 나에게 해를 끼칠 것 같은 사람은 기가 막히게 알아차려요. 그리고, 누군가 나에게 하는 말이 공격의 의미로 하는 건지, 비꼬는 의미로 하는 건지 기타 등등 안 좋은 종류의 의미로 하는 건지 너무 잘 안다는 거죠.
이런 부분이 너무 잘 발달되어 있다 보니 힘들더라고요. 물론, 제가 남에게 피해를 끼친 적은 없죠. 오히려 이러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로부터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다 보니,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는 것 빼고는요. 저도 이런 부분을 고치고 싶은데 평생 안 고쳐 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그런데, 내가 건강하게 살아가려면 이런 부분은 반드시 고쳐져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요즘이에요. 언제까지 타인이 나에게 끼치는 부정적인 영향 때문에 나 자신을 괴롭고 힘들게 할 수는 없잖아요.
예민함은 착한 아이 콤플렉스와 관련이 있나?
어쩌면 저는 착한 아이 콤플렉스에 걸린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나에게 안 좋은 말을 하거나 나에게 이유 없이 안 좋은 감정을 가진 사람들 조차 이해하려고 하고, 잘 지내보려고 하니까요. 사실 내가 좋은 마음을 갖고 있다고 한들 이유 없이 부정적인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내가 노력한다고 그들의 마음이 바뀔 리 없는데도 저는 항상 그런 마음가짐이더라고요. 그래서, 더 괴로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유 없이 누군가가 싫었던 적도 없었고, 이유 없이 누군가를 욕한 적은 더더욱 없었어요. 굳이 남에게 그렇게 까지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가 없었어요. 남에 대해 안 좋은 영향을 끼치는데 에너지를 쓸 생각은 더더욱 없었고요. 그래서일까요? 저와 달리 남에게 너무 쉽게 나쁜 말을 하고, 이유 없이 괴롭히는 사람들을 보면 그들이 미운게 아니라 그들로 인해서 내가 아픈 것 같은 감정을 느껴요.
예민한 사람이 회사 생활이 힘들 때
참 이상한 감정이고, 상태라는 걸 알지만 저는 그렇더라고요. 이런 저의 예민한 부분을 어떻게 고치면 좋을까요? 사실 30년 넘게 안된 걸 보면, 참 어려운 일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일을 할 때 제 일만 제대로 끝마치는 편이거든요. 거기에 집중하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다른 것에는 굳이 신경을 빼앗기다 보면, 해야 할 업무가 꼬이기 마련이거든요. 회사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죠.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와 역할이 있는데, 가끔 남에게 지나치리 만큼 관심이 많은 상사를 만날 때가 있어요. 그러면 그때부터 지옥이 시작되는 거죠. 그들은 왜 자신의 일이 없는 것도 아닌데, 남이 뭘 하는지 그렇게 관심이 많을까요? 그렇게 살펴볼 여유가 있으면서 왜 본인 일이 많다는 소리를 하는 걸까요? 진짜 일이 많다면 옆 사람이 일을 얼마나 쳐내고 있는지 잠시 쉬는지 그게 과연 눈에 들어올까요? 들어온다고 해도 그걸 굳이 이래라저래라 할 권한이나 있는 걸까요? 업무적으로 연계되어 있다면 또 모르겠지만, 그런 것도 아닌데 굳이 굳이 남이 일처리 하는 시간과 일정을 왜 본인이 정해서 제 멋대로 시키려고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의 업무는 효율이 안 난다고 스트레스받아하더군요.
직장 생활이 지옥인 이유는 이런 별 시답잖은 문제들 때문인 것 같습니다. 서로를 자꾸 예민하게 만드는 행동들. 그냥 내 할 것 잘 끝내고 가면 될 텐데 저 사람은 저렇다더라, 걔는 이렇다더라. 등 왜 그런 것들에 그렇게 관심이 많은 걸까요? 그것이 업무의 효율성을 해치고, 분위기를 망친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는 걸까요? 그럼에도 다양한 성향과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어찌어찌 굴러가는 곳이 회사라는 곳인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다들 회사생활을 끔찍이도 싫어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발전과 성장 가능성은 없는데, 불필요한 것들로 사람을 피로하게 만드는 곳. 감정적으로 지치게 만드는 곳이라는 것이 회사의 치명적인 단점인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요즘 MZ 세대들이 쉽게 자신에게 좋은 가치를 제공하지 못하는 회사를 평생직장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 아닐까요? 월급 주는 것 외에 좋은 건 하나도 안 주고 오히려 빼앗아 가는 곳이니까요.
갈수록 사회는 복잡해져가고 있어요. 그리고, 예민함도 그만큼 커져가는 것 같고요. 살기 힘들어질수록 개인주의는 더 심해져 가죠. 우리는 예민함을 없앨 수 있는 방법을 찾거나 예민하게 만드는 것에서 잘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