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콜릿 한스푼 Mar 28. 2024

돈을 버는데 왜 죄책감을 느껴?

돈을 벌 때 죄책감을 느끼는 못난이. 

경제 활동은 생계, 즉 목숨과 직결된 활동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무엇 때문인지 모르겠으나 갑자기 생겨버린 나만의 고질적인 병이 있다. 그건, 경제 활동을 하면서 자꾸 죄책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이상하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경제활동을 하는데 왜 죄책감을 느껴? 불법적인 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회사에서 사무직으로 근무하며 급여를 받는 직원인데 말이다. 

내가 이런 죄책감을 느낀 건 영업이 섞인 일을 잠깐 경험했던 기간이 있었는데, 그 기간 때문일 수도 있고, 아니면, 사회생활을 하면서부터 아주 오랫동안 누적된 내 일에 대한 회의감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나는 내가 먹고살기 위해 필요한 경제활동 즉, 돈을 버는 행위에 이상한 죄책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이 이상한 죄책감은 쓸데없는 곳에서 발휘되곤 하는데, 가령 내가 벌 수 있는 돈에 한계를 짓는다는 것이다.

남들은 더 많이 벌고 싶다고 하고, 돈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하는데 나는 어딘가 이상하다. 

 사회적인 기준에서 평범한 학벌을 갖고 있고, 좋은 학점도 갖고 있다. 또, 자격증도 갖고 있다. 그러면, 조금만 더 노력하면 훨씬 더 많은 월급을 받을 수 있는 좋은 직장으로 얼마든지 취직도 가능하고, 이직도 가능할 것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내게는 나 스스로 그은 한계선이 있는 것 같다. 그것도 사회적으로 통용된 한계선 보다 나의 한계선은 한참 밑에 그어져 있다. 가령, 사회에서는 정도면 훨씬 좋은 곳을 노려 법하지 않아?라고 때, 나는 '내가 무슨….'이라는 식으로 얼토당토않을 정도로 낮은 곳만 바라보는 같다. 왜인지 모르겠다. 


아니, 아마도 내 마음속 한구석에는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 있고, 그 일을 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알기에 사회가 이야기하는 좋은 직장을 구하기보다 조금 더 시간적 여유가 많고, 업무 강도가 낮은 일을 찾아서 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또 다른 이유가 있나 생각해보면, 있는 것 같다. 사회생활을 한 이후로 좋은 경험을 해 본 적이 없다. 이건 받아들이기 나름이지만, 내 성향상 조직 문화와 어울리지 않는 사람인 것 같은데 억지로 조직 문화에 끼워 맞추려고 노력했기에 생긴 부작용이 아닐까 한다. 물론, 사회생활이란 것이 다 그렇고, 나보다 더 힘들거나 어려운 상황에서도 견디는 사람도 훨씬 많다는 걸 알지만, 나는 내가 처한 어떠한 상황을 받아들이는 것이 참 힘든 것 같다. 특히, 안 좋은 것들은 절대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는 것 같다. 아니, 마음으로는 적당히 타협하고 살자고 하면서도, 내 마음 더 깊숙한 곳에서는 절대 안 돼!라고 외치는 것 같다. 


이 감정들이 충돌하면서, 여러 가지 부작용을 만들어내는 것 같다. 


일을 할 때, 보람 혹은 자부심을 느끼는 직장인이 몇이나 될까? 그런데, 나는 생계를 위해 직장을 다니고 있다 보니, 그 일을 썩 하고 싶지도 않고, 좋아하지도 않고, 잘하고 싶지도 않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내가 몸 담고 있는 동안은 잘하고 싶다. 정도가 맞을 것 같다. 어쨌든, 일을 잘하고 싶다는 마음을 갖고 직무에 임하고 있지만 나를 힘들게 하는 건 일을 하면서 그 어떤 보람도, 자부심도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를 정말 힘들게 하는 건 "이런 일을 내가 왜 해야 하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 때다. 

이런 생각이 들 때면 나는 늘 이런 말로 나를 다독인다. 


"남들도 다 그러고 살아. 그리고, 돈 받으니까 그냥 이 정도는 참고 견뎌. 먹고살아야지." 등의 말들이다. 내가 생각해도, 이런 말은 하나도 매력적이지 않다. 오히려, 나 자신에게 이런 말을 하는 나를 혼내주고 싶을 정도다. 하지만, 어떡하겠는가? 싫어도 자신의 삶은 스스로 책임지고 살아야 하는 것이 어른의 삶인 것을. 


그래서일까? 어느 순간 지금 하고 있는 일 외에 다른 일을 통해 돈을 벌어야 하는 순간조차 그 금액에 대해 혹은 돈을 받는 행위에 대해 죄책감을 가지게 되는 것 같다. 응당, 내가 쓰는 글에 대해 돈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고, 수많은 작가들이 그렇게 하고 있음에도 나는 그 돈 받는 행위가 뭔가 나쁜 짓을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꼭, 내 글을 읽는 독자를 기만하는 행위처럼 느껴진다고 해야 하나… 이건 솔직히, 내가 정말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이 맞다. 


나도 유료화 글을 심심해서 무료로 쓰고 있는 것은 아니기에. 그 글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지만, 그 글을 쓰기 위해 아파도, 몸이 최악이어도 독자와의 약속을 위해 매일 연재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 과정은 굉장히 많은 노력이 들어간다. 쉽게 이야기하면, 그 시간만큼 다른 일을 해도 돈을 훨씬 벌어도 더 벌 일인데도 나는 그러지 못하고 있다. 아마도, 내 글을 읽어주는 독자분들에게 최대한의 혜택을 제공하고 싶은 마음에서 인 걸까? 잘 모르겠다. 


또, 다른 부업들 중에 내가 들은 것이 전차책을 써서 판매하면 된다는 말이었다. 그런데, 나는 단 한 번도 전자책을 판매해본 적이 없다. 판매하면 될 것 같은데, 이게 판매가 될까? 이런 생각도 있고… 그냥, 뭘 판매하는 것이 왜 이렇게 부담스럽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사실, 무료로 제공하는 것이 오히려 공짜 심리를 부추기는 행위일 수도 있는데 나는 이상하게 내 노력에 상응하는 돈을 받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 그래서, 스스로 고생을 자처하는지도 모르겠다. 고쳐야지… 하면서도 잘 안 되는 것 같다. 


정작, 내가 무언가를 이용할 때는 단 한 번도 공짜로 이용할 생각 해본 적 없고, 오히려 돈을 더 지불하면 더 지불했지 깎거나 하는 행위도 해본 적 없는데 정작 내가 먹고사는 일에는 왜 이리도 멍청하게 구는지 모르겠다. 뭔가, 치료법이 있었으면 좋겠다. 이것도 나만이 지닌 못난이의 특성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혹시, 나와 같은 못난 모습을 지닌 사람이 있을까? 궁금하다…. 

이전 16화 여자가 예뻐지는 방법? 쉽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