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벌 때 죄책감을 느끼는 못난이.
경제 활동은 생계, 즉 목숨과 직결된 활동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무엇 때문인지 모르겠으나 갑자기 생겨버린 나만의 고질적인 병이 있다. 그건, 경제 활동을 하면서 자꾸 죄책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이상하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경제활동을 하는데 왜 죄책감을 느껴? 불법적인 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회사에서 사무직으로 근무하며 급여를 받는 직원인데 말이다.
내가 이런 죄책감을 느낀 건 영업이 섞인 일을 잠깐 경험했던 기간이 있었는데, 그 기간 때문일 수도 있고, 아니면, 사회생활을 하면서부터 아주 오랫동안 누적된 내 일에 대한 회의감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나는 내가 먹고살기 위해 필요한 경제활동 즉, 돈을 버는 행위에 이상한 죄책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이 이상한 죄책감은 쓸데없는 곳에서 발휘되곤 하는데, 가령 내가 벌 수 있는 돈에 한계를 짓는다는 것이다.
남들은 더 많이 벌고 싶다고 하고, 돈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하는데 나는 어딘가 이상하다.
사회적인 기준에서 평범한 학벌을 갖고 있고, 좋은 학점도 갖고 있다. 또, 자격증도 갖고 있다. 그러면, 조금만 더 노력하면 훨씬 더 많은 월급을 받을 수 있는 좋은 직장으로 얼마든지 취직도 가능하고, 이직도 가능할 것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내게는 나 스스로 그은 한계선이 있는 것 같다. 그것도 사회적으로 통용된 한계선 보다 나의 한계선은 한참 밑에 그어져 있다. 가령, 사회에서는 그 정도면 훨씬 더 좋은 곳을 노려 볼 법하지 않아?라고 할 때, 나는 '내가 무슨….'이라는 식으로 얼토당토않을 정도로 낮은 곳만 바라보는 것 같다. 왜인지 모르겠다.
아니, 아마도 내 마음속 한구석에는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 있고, 그 일을 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알기에 사회가 이야기하는 좋은 직장을 구하기보다 조금 더 시간적 여유가 많고, 업무 강도가 낮은 일을 찾아서 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또 다른 이유가 있나 생각해보면, 있는 것 같다. 사회생활을 한 이후로 좋은 경험을 해 본 적이 없다. 이건 받아들이기 나름이지만, 내 성향상 조직 문화와 어울리지 않는 사람인 것 같은데 억지로 조직 문화에 끼워 맞추려고 노력했기에 생긴 부작용이 아닐까 한다. 물론, 사회생활이란 것이 다 그렇고, 나보다 더 힘들거나 어려운 상황에서도 견디는 사람도 훨씬 많다는 걸 알지만, 나는 내가 처한 어떠한 상황을 받아들이는 것이 참 힘든 것 같다. 특히, 안 좋은 것들은 절대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는 것 같다. 아니, 마음으로는 적당히 타협하고 살자고 하면서도, 내 마음 더 깊숙한 곳에서는 절대 안 돼!라고 외치는 것 같다.
이 감정들이 충돌하면서, 여러 가지 부작용을 만들어내는 것 같다.
일을 할 때, 보람 혹은 자부심을 느끼는 직장인이 몇이나 될까? 그런데, 나는 생계를 위해 직장을 다니고 있다 보니, 그 일을 썩 하고 싶지도 않고, 좋아하지도 않고, 잘하고 싶지도 않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내가 몸 담고 있는 동안은 잘하고 싶다. 정도가 맞을 것 같다. 어쨌든, 일을 잘하고 싶다는 마음을 갖고 직무에 임하고 있지만 나를 힘들게 하는 건 일을 하면서 그 어떤 보람도, 자부심도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를 정말 힘들게 하는 건 "이런 일을 내가 왜 해야 하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 때다.
이런 생각이 들 때면 나는 늘 이런 말로 나를 다독인다.
"남들도 다 그러고 살아. 그리고, 돈 받으니까 그냥 이 정도는 참고 견뎌. 먹고살아야지." 등의 말들이다. 내가 생각해도, 이런 말은 하나도 매력적이지 않다. 오히려, 나 자신에게 이런 말을 하는 나를 혼내주고 싶을 정도다. 하지만, 어떡하겠는가? 싫어도 자신의 삶은 스스로 책임지고 살아야 하는 것이 어른의 삶인 것을.
그래서일까? 어느 순간 지금 하고 있는 일 외에 다른 일을 통해 돈을 벌어야 하는 순간조차 그 금액에 대해 혹은 돈을 받는 행위에 대해 죄책감을 가지게 되는 것 같다. 응당, 내가 쓰는 글에 대해 돈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고, 수많은 작가들이 그렇게 하고 있음에도 나는 그 돈 받는 행위가 뭔가 나쁜 짓을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꼭, 내 글을 읽는 독자를 기만하는 행위처럼 느껴진다고 해야 하나… 이건 솔직히, 내가 정말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이 맞다.
나도 유료화 글을 심심해서 무료로 쓰고 있는 것은 아니기에. 그 글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지만, 그 글을 쓰기 위해 아파도, 몸이 최악이어도 독자와의 약속을 위해 매일 연재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 과정은 굉장히 많은 노력이 들어간다. 쉽게 이야기하면, 그 시간만큼 다른 일을 해도 돈을 훨씬 벌어도 더 벌 일인데도 나는 그러지 못하고 있다. 아마도, 내 글을 읽어주는 독자분들에게 최대한의 혜택을 제공하고 싶은 마음에서 인 걸까? 잘 모르겠다.
또, 다른 부업들 중에 내가 들은 것이 전차책을 써서 판매하면 된다는 말이었다. 그런데, 나는 단 한 번도 전자책을 판매해본 적이 없다. 판매하면 될 것 같은데, 이게 판매가 될까? 이런 생각도 있고… 그냥, 뭘 판매하는 것이 왜 이렇게 부담스럽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사실, 무료로 제공하는 것이 오히려 공짜 심리를 부추기는 행위일 수도 있는데 나는 이상하게 내 노력에 상응하는 돈을 받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 그래서, 스스로 고생을 자처하는지도 모르겠다. 고쳐야지… 하면서도 잘 안 되는 것 같다.
정작, 내가 무언가를 이용할 때는 단 한 번도 공짜로 이용할 생각 해본 적 없고, 오히려 돈을 더 지불하면 더 지불했지 깎거나 하는 행위도 해본 적 없는데 정작 내가 먹고사는 일에는 왜 이리도 멍청하게 구는지 모르겠다. 뭔가, 치료법이 있었으면 좋겠다. 이것도 나만이 지닌 못난이의 특성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혹시, 나와 같은 못난 모습을 지닌 사람이 있을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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