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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콜릿 한스푼 Apr 12. 2024

또 끔찍한 그 녀석이 찾아왔다.

허리통증이 사람을 망가트리는 과정.


20대 초반부터 아프기 시작한 허리통증.

이미 10년이 다 되어 간다.


이 녀석은 지치지도 않고 꾸준히 그것도 수시로 찾아온다.

나는 이 녀석이 제일 끔찍하다.


이 녀석이 찾아올 때면 내 인내심도,

내 마음도,

나의 온 정신도 산산조각 내버리니까.


아무리 좋다고 하는 병원이며, 도수 치료며 받아봐도

그때뿐이다.


일하러 가야 하는데 이 놈이 찾아오면

나는 꼼짝달싹할 수 없는 몸뚱이 때문에

매번 무너진다.

근육통이 너무 심하면, 온 몸이 아프고, 오한까지 느껴진다.


이럴 때마다 나는

내 몸뚱이는 왜 이모양인 거냐며.

이렇게 아플 거면,

차라리 없는 게 낫지 않냐고.


왜 먹고사는데 거추장스럽게 자꾸 방해하고,

걸림돌이 되느냐고

내 통증에게 머리채라도 잡고 시원하게 싸워버리고 싶다.


근데, 이 녀석은 오직 내 몸 안에서만

교묘하게 나를 괴롭힌다.


의사도, 치료사도, 주변인도

나를 아주 멀쩡하게 보지만,

나는 앉았다 일어서는 것도,

걷는 것도,

침대에서 돌아 눕는 것도,

심지어 옷을 갈아입는 것도 불가능하다.


의사가 말했다.

"허리디스크라고 이렇게 매번 심하게 아프지 않아요. 나이도 젊은데 이상하네요."라고.


나는 그 말이 더 속상했다.


누구도 치료 못하는 중병에 걸린 것처럼.

답답하고 짜증이 났다.


내 몸뚱이는 왜 이 모양이냐고.

왜 이걸 갖고 계속 살아야 하냐고.

아니, 어떻게 먹고 사느냐고.


나를 망가트린건 통증이라는 너 때문이라고.

탓해봐야 소용없다.

결국 견뎌 내는 건 내 몫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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