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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콜릿 한스푼 Apr 04. 2024

모두에게 친절하고,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했던 못난이

친절함은 친절한 척했을 뿐이야.

사람들은 왜 예의 바르고, 친절한 사람을 좋아할까요?


그 예의 바름과 친절함은 타인을 편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이죠. 그래서, 모두가 친절한 사람 / 예의 바른 사람을 좋아합니다. "무례한 사람, 예의 없는 사람이 좋아요." 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을 거예요.

그런데, 그거 아시나요? 예의 바르고, 친절하려면 에너지가 많이 든다는 것을요. 왜냐면, 상대에 대해 신경을 쓰고 있어야 하고, 센스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에요.


예를 들어볼까요? 예의 바르고, 친절함이 넘치는 곳을 떠올려보면, 우리가 늘 볼 수 있는 서비스 직원이 있는 곳일 수 있겠네요. 무언가를 배우기 위해 방문한 학원, 무언가를 소비하기 위해 들른 카페, 백화점, 피부과 등이요.


우리는 왜 이곳에서 예의 바름과 친절함을 원하는 걸까요? 바로, 내가 충분한 금액을 지불했다는 심리 때문인 것 같아요. 우리는 돈을 지불하면, 그에 상응하는 서비스를 받기를 바라죠. 아니, 어쩌면 어떤 사람들은 내가 지불한 것 이상의 서비스를 받기를 바라고, 그것을 당연하게 여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마음은 잘못되었다고 말해주고 싶네요. 돈을 지불했다고 해서, 모든 걸 당연하게 바라는 건 잘못된 거죠. 적어도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서비스를 받는 이유는 예의 바름과 친절함에서 "내가 귀한 사람이구나." 하는 것을 느끼는 사람 심리 때문인 것 같아요. 내 가치를 느끼기 가장 쉬운 방법은 타인의 태도에서죠. 만약, 누군가 이유 없이 당신에게 무례하게 굴고, 불친절하게 굴면 기분이 팍! 나쁩니다. 왜 그럴까요? 그 사람의 행동 때문에 내 가치를 침범받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친구들 중에도 예의 없고, 무례한 사람들 곁에는 사람들이 잘 없습니다. 아니. 친구 관계를 넘어서 모든 인간관계에서 무례하고, 예의 없는 사람들 곁에는 아무도 없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나요?


제가 오늘 이렇게 예의 바름, 친절함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제가 평소에 타인에게 좋은 사람이 되려고 무척 노력하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예의 바르고, 친절한 사람을 만나면 편하고, 좋기 때문에 나도, 타인에게 그런 사람이 되려고 노력했죠.


하지만, 최근에 느낀 것이 있습니다. 아무에게나 예의 바르고, 친절함을 남발하지 말자고요.

모두에게 예의 바르고, 친절하다 보니, 제 에너지가 너무 소진된다는 것을 느꼈어요. 나에게 무례하게 구는 사람에게 친절할 필요는 없잖아요. "그들도, 나에게 무례하게 구는데 왜 나만 예의를 차려야 하나."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가 만난 무례한 사람들의 특징은 자신의 흠은 잘 못 본다는 거예요. 자신의 흠은 하나도 못 보면, 남의 흠은 기가 막히게 찾아내더라고요. 그런 후, 그 흠이 마치 그 사람을 비난해야 할 충분한 이유가 되는 것마냥 솔직함 혹은 조언이라는 것으로 포장해서 무례한 말을 하더라고요.


그런데, 그 상대방은 과연 당신에게서 아무런 문제와 흠을 느끼지 못해서 입을 닫고 있는 걸까요? 아니요. 분명 그 상대방의 눈에도 당신의 문제와 흠이 너무 잘 보일 겁니다. 그러나, 굳이 남에게 상처 주는 이야기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죠. 솔직함이라는 포장지로 포장해서, 상대에게 상처 주는 이야기를 한다? 그건, 솔직한 게 아니라 자신의 감정을 상대방에게 배설하고, 공격하는 행위가 맞죠. 그런 사람 치고, 다른 사람들이 그들을 좋게 평가하는 것을 본 적 없습니다. 그저, 그들을 피해 갈 뿐이죠.


최근에 무례한 사람들을 많이 만나서일 까요? 처음에는 그냥 넘어가고, 그들의 말을 흘렸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상황을 자신에게 좋은 쪽으로 왜곡해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 느껴지더라고요. 그리고, 나에게서 당연한 친절함을 요구하더라고요. 그런데, 그 사람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다 보니, "제가 꼭 잘 모르는 타인을 위해 늘 친절함을 장착하고 있어야 하나?"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러는 당신은, 나를 볼 때 친절한 시선으로 바라봤나?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게다가, 최근에 근 3주간 마음 쓸 일이 많아서 몸 컨디션이 최악이었어요. 어디 큰 병이 있는 것 아닐까? 할 정도로요. 여기저기 돌아가면서 한 군데씩 아프다 보니, 체력도 많이 떨어졌더라고요. 그런데, 그 사람의 말을 들으니 정신이 번쩍 들더라고요. 그때 내가 아프고, 해야 할 일을 쳐내는 것이 바빠서 내 나름 최대한 친절하게 답했는데, 그게 무례하게 느껴졌다고? 말이죠. 


그 사람이 그러더군요. 당시에 저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지나쳤던 일이었는데 본인은 엄청 크게 받아들였다면서 이야기를 시작하더라고요.


"처음부터 첫인상이 안 좋아서, 나랑 안 맞겠다 생각했는데, 그날 제가 묻는 말에 불친절하게 말하길래 아, 이 사람 역시 나랑 잘 안 맞네."라고 생각했다고 말하는 거예요.


당시에는 그럴 수 있죠. 하고 하하 웃어넘겼는데, 지나고 나서 갑자기 그 사람의 말이 생각나더라고요.

어쩐지, 나는 항상 웃으면서 그 사람을 바라봤는데 그 사람은 늘 표정이 이상했는데, 내 첫인상이 마음에 안 들어서 그러고 있었던 거야? 싶더라고요. 나는 그 사람을 좋게 보고 있었거든요. 그리고, 그 사람이 말하는 불친절함? 내 표정이 안 좋았다는 것? 그건 내 몸이 아플 때였으니까요. 사람이 어떻게 맨날 웃고 있나요.  그리고, 그 사람이 묘사한 내 말투. 저는 원래 그런 식의 말투와 단어를 쓰지 않거든요. 그런데, 참 나쁘게 비꼬아 듣고, 기억하고 계시더라고요. 


이 경험을 통해 느꼈어요. 모두에게 친절할 필요 없구나. 내가 아프고, 힘들 때조차 남에게 친절하려고 하지 말자.라고 말이죠. 늘 웃거나 친절하게 대하면, 그게 기본값인 줄 알고, 당연하게 요구하고, 조금이라도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이면 저렇게 왜곡해서 받아들이는구나. 하는 걸 말이죠.


최근에 아프고, 체력이 떨어졌다고 앞서 이야기했었는데요. 그렇다 보니, 누가 위의 사람처럼 무례하게 구는 사람을 만나면, 좋은 말이 안 나가더라고요. 물론, 욕을 하는 건 아니지만, 평소의 저라면 친절하고 따뜻한 목소리로 이야기할 것도 저런 분들을 만나면 "네?"라는 식의 반응이 나가더라고요. 그런데, 깨달았습니다. 그 정도의 반응은 할 수 있는 것이고, 그들에게 해도 되는 행동이란 것을요. 


우리는 서로에게 무엇을 주고받는 관계가 아닌 그저 일상에서 부딪히는 인간관계일 뿐이잖아요. 나의 친절을 모든 사람에게 쏟을 필요는 없다는 거죠. 그래서, 결심했습니다. 앞으로는 나에게 친절하고, 예의 바르게 구는 사람들에게만 친절하자고요. 무례하게 구는 사람은 꼭 평범한 관계를 상하관계로 받아들이는 것 같더군요. 무례하게 구는 것을 통해서 상대를 내 아래에 두려고 하는. 그래서, 이제 그렇게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모두에게 친절하고,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했던 못난이의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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