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디스크 환자의 생존운동
허리 디스크와 함께 생활한 지 벌써 8년 차다.
어떤 이들은 허리 디스크가 자연 치유된다고 하던데,
나의 경우는 자연치유라기보다 괜찮아졌다가 또 도졌다가 다시 괜찮았다가를 반복했다.
뚜렷한 치유법은 없었다.
운동부족이라서 그래!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내 주변 사람들은 나보고 운동을 많이 한다고 하는 편이다.
나 역시 활동적인걸 좋아하는 사람이라 운동량이 작아서
허리 디스크가 생겼다는 말은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미 오래전에 생긴 허리디스크가 사라지지 않고, 몸을 무리하게 사용하거나
허리에 부담이 반복되는 경우 소리소문 없이 문제가 터진다.
허리에 문제를 느껴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디스크가 찾아오면 일상에서 아주 사소한 움직임도 불가능해진다.
돌아눕는 것조차도 어려울 만큼.
직장생활을 하다가 한 번씩 앉아있어도 꼬리뼈까지 저릿저릿한 통증을 느껴서 도저히 앉아 있지 못할 지경에 이르면, 반차를 내고 늘 찾던 병원을 찾는다.
지금까지 주변 사람들 그리고, 소문에 어디 병원이 좋다더라 하는 곳은 다 다녀봤지만
허리 디스크에 대해 완벽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곳은 없었다.
특히, 병원의 경우 수술적 치료를 권고하고 나는 그 권고를 몇 년 전부터 여러 차례 받았지만,
혹시나 잘못될까 싶어 삶의 질이 떨어지고, 마음이 힘들지언정 수술이라는 선택은 하지 않고
그저 버티는 중인 것 같다.
올 5월쯤 허리가 크게 아팠다.
허리 디스크는 매년 매년 아플 때마다 더 큰 고통으로 찾아왔다.
어느 순간이 되자 도수치료도, 물리치료도, 통증주사도 별 효력이 없을 만큼.
그것이 딱 올해였는데,
처음으로 발바닥 끝까지 저린 증상이 있었다.
이전에는 저림 증상보다는 요추 쪽 통증으로 인해 동작 수행능력의 문제였다면,
이번에는 그 양상이 달랐다.
그래서, 결국 허리 수술로 유명한 병원을 찾았다.
MRI를 찍어야 한다고 하길래, 결국 거금을 들여 MRI를 찍었는데,
의사 선생님이 내 사진을 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와, 이렇게 심각한 허리 상태는 오랜만에 보는데요. 여기 보이시죠. 중앙부의 몇 번 몇 번 디스크가 두 개 삐져나와 있고, 오른쪽에도 디스크가 튀어나와 신경을 누르고 있네요. 수술하셔야 될 것 같은데."
라고 말했다.
나도 사진으로 확인한 삐죽삐죽 튀어나온 디스크가 징그럽고 밉게 느껴졌다.
그래도, 수술만은 하고 싶지 않았다.
수술과정에 대해 명확한 설명도 없었고,
그저, 수술을 하라는 말이 몸을 맡기는 입장에서
불편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어차피 다리 저린 채로 두어 달을 견뎠는데, 앞으로도 못 견딜까. 지나다 보면 괜찮겠지. 수술하고도 6개월은 허리에 보조기구 차고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던데, 이게 났겠어."
라고.
그리고, 나는 실제로 몇 걸음 혹은 서있기만 해도 신경이 저려 완벽한 자세로 서있는 것이 안된다.
하지만, 걷다 보면 괜찮아질 때가 간혹 있고, 생활하다가 괜찮아질 때가 간혹 있어서 어떻게든 생활하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힘들더라도 아주 짧은 시간이라도 운동을 하고 있다. 그 마저도 몸이 최상의 상태가 아니라 피로감이 심하지만, 그래도 결국은 괜찮아질 거란 생각으로 하고 있다.
허리에 대해서 정말 모르겠다.
무슨 영상, 무슨 운동이다 해서 다 따라 해 봐도 사실은 명확하게 괜찮아질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개인 PT, 물리치료, 신경과, 정형외과, 재활 전문, 운동 치료 등등을 다 돌아다녀봐도
명확한 치료법은 없다는 걸 느꼈다.
게다가 그 회당 비용이 만만찮으니 아픈 입장에서는 그것을 단시간 효과를 보자고 그 금액을 들이기도 부담스러웠다. 완치의 개념이라면 얼마든지 치료하겠지만, 임시방편에 불과했으니까.
물론, 한 때는 정말 절박해서 그러한 곳에 큰돈을 들여보기도 여러 차례였지만,
결국 내 몸은 원점이었다.
요즘은 생각한다.
허리만 안 아프다면 지금보다 훨씬 활력 있고, 생산성 높은 퍼포먼스로 생활할 수 있을 텐데.
그래도, 어쩌겠어. 내 몸인 것을. 억지로, 있는 것을 지우려 하다가 더 큰 화를 입게 되는 것보다는 낫겠지.라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