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내가 키우는 것이 있다.
아주 사랑스러운 돼지 한 마리.
진짜 돼지는 아니고, 그냥 사랑스러워서 돼지라고 놀리는데,
발끈하는 것도 귀엽다.
처음에는 많이 무뚝뚝하고, 자유분방하고, 퉁명스러운 태도에 뭐지? 싶었지만,
나는 내 특유의 무던함으로 "뭐, 그냥 그런 사람인가 봐." 하고 말았다.
그런데, 태도와 달리 그는 나를 어설픈 듯, 제멋대로인 듯 자꾸 당겼다.
"뭐야? 왜 저렇게 제 멋대로 지? 근데 뭐, 나쁘진 않으니까." 하며
그가 이끄는 대로 한번 움직여봤다.
몇 번 함께하지 않고 나서 알았다.
함께 할수록 나랑 참 잘 맞는 사람이구나.
그리고, 이상하게 특별히 한 것도 없는데 왜 이렇게 생각이 나지?
라는 과정을 거쳤다.
그다음은,
그를 생각하면 가끔 심장이 두근거리기도 하고,
즐거웠던 순간이 떠올라서 피식하고 웃음이 나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그의 마음은 아리송했다.
"좋아하는 것 같은데 아닌가?"
"안 좋아하는데 이렇게 멀리 왔다 갔다 한다고? 굳이 귀찮게 이런저런 것들을 알려준다고?"
"근데, 저 행동은 또 좋아하는 사람한테 하는 행동이 아닌 것 같은데.. 뭐지?"
라는 생각의 과정이 반복되었다.
그러다, 나도 그도 비슷한 시점에 서로를 당겨야겠다고 생각한 시점이 찾아왔다.
그가 살짝 흘렸고, 나는 알아듣고 확 당겨버렸다.
그리고, 삐거덕 거리는 연애가 시작됐다.
그를 알면서 초반에 들었던 생각은
'정말 많은 일을 하면서 힘들었을 것 같다.'는 마음이었다.
그리고, 그가 자신을 돌볼 줄 모르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꼈다.
그리고, 내가 챙겨주고 싶다. 는 마음을 느꼈다.
이상하지. 내가 뭐라고, 잘 알지도 못하는 남을 옆에서 챙겨주고 싶다는 마음을 가진 건지.
근데, 말하지 못해도, 표현에 서툰 그가 많이 힘들었을 거라는 것이 너무 느껴졌던 것 같다.
그리고, 그 손을 잡아주고, 옆에 있어주는 사람이 내가 되고 싶었던 것 같다.
너의 옆에서 느낀 초반의 감정은 그랬다.
그리고, 너는 조금씩 더 변해갔다.
아주 예쁜 모습으로.
아주 짧은 시간 안에.
역시, 내가 널 제대로 본 거였다.
너는 예쁜 사람이었음을.
그리고, 그 예쁜 모습을 내가 꺼내줄 수 있다는 것을.
날카롭고, 퉁명한 말투에서 조금씩 부드러운 말투로 바뀌었고.
24시간 동안 두어 번 연락될까 말까 하던 상태에서 지금은 틈 나면 연락해 주고.
애칭이나 표현을 싫어했던 상태에서 지금은 익숙해하고.
귀찮아하던 통화를 이제는 내 목소리 들으며 잠드는 모습으로.
내가 뭐라고 말하면, 얼굴과 귀까지 새빨개지는 모습을 보면
그 모든 게 너무 사랑스럽다.
이전의 너는 어땠는지 모른다.
그런데, 행복했던 힘들었던 상관없다.
내가 옆에서 너랑 행복할 거니까.
네가 예쁘게 바뀌어가는 모습이 좋으니까.
돼지야, 사랑해.
내가 너 예쁘게 키워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