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션 같은 이야기: 수확의 계절[한가위]
어렸을 적 추석에 할아버지댁에 가면 추웠던 것 같다. 군불을 열심히 때 보지만, 벽과 창호지에서 스미는 바람에 방 안의 온도는 더 올라가지 않은 것 같다.
[편지]란 단어가 있다. 편할 [편] 자에 종이 [지] 자. 소식이나 용무를 쉽게 전하는 글. 나의 얽힌 마음을 편지에 마음 편히 읊어본다. 나의 마음을 확정하는 편안함. 곡해가 없도록 한 자 한 자 적어서 확정하는 편안함.
익어가는 마음속 열매. 이전의 열매들은 너무 빨리 수확을 해서 떫은맛을 같이 맛보았던 적이 있다.
가지 끝에 달린 대봉감. 사람의 손이 닿지 않는 그 열매는 결국 가지 끝에서 홍시가 되는 완성형에 이른다.
내가 거둔 수확은, 익히되 서두르지 않는 마음이다.
여름 반팔과 겨울 패딩이 공존하는 교차로 위 행인속에서 내가 입을 옷을 골라본다.
픽션 같은 이야기: 애닳음[늦더위]
아침에 해야 하는 일들을 호다닥 했다. 호다닥이라니. 같은 부서원들을 7~8년째 보니 말투가 닮는다. 어젯밤에 해야지 하고 하지 않은 일들은 오늘의 알람에 넣는다.
일기 [서로 한 번씩]에 모두 녹여낸 걸까? 그날의 일이 더 이상으로 떠오르지 않는다.
아직까지는.
오늘의 할당량 세 번의 물약 중 두 번째의 절반 이상을 마셨다. 아침의 생산성에 기대 일단의 일기를 써본다.
귓가에 흐르는 건 노동요. 허락된 3개의 노래. 노동요가 더 추가될 수 있을까. 어떤 합리적인 이유를 생각해 낼 수 있을까. 아니면 진실을 말할까.
애닳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