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흥이 많다고 했다. 길거리에서 음악이 나오면 어디서든 흔들흔들 흔들어대서 엄마 아빠가 가끔은 부끄러워하시기도 했었다. 자라는 내내 마음 속에는 흥이 가득했던 것 같다. 하지만 부끄러움도 많고 소심한 성격에 티를 많이 내지는 못했고, 현실에 부딪혀 제대로 춤이라는 것을 배울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중년이 된 지금도 음악이 나오면 몸이 들썩들썩 거린다.
이런 내 모습을 본 친구들은 비욘세가 한국에 태어났다면 바로 네가 아니냐며...
나에게 내 이름 지현+비욘세로 지욘세라는 별명을 지어주었다. 얼마나 감지덕지한 별명인지 그 친구들에게 계속 그렇게 불러달라고 요청을 했다. 춤에 대한 감각은 조금 있는 것 같다. 다만 제대로 된 기본기가 없고 끼가 부족한게 문제라면 문제랄까.
어느 날 인스타를 보다가 셔플댄스라는 것을 보게 되었다. 다리가 현란하게 움직이며 역동적이고 힙한 게 그만 나의 눈을 사로잡았다. 며칠간 셔플댄스를 감상하다가 갑자기 드는 생각이 '나도 해보고 싶다'였다. 예전 같았으면 이래서 안되고 저래서 안되고 하다가 꿈으로만 남았을 텐데, 이번에는 왠일인지 머리보다 몸이 먼저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것저것 따질 것도 없이 바로 검색했고, 근처에서 배울 수 있는 곳을 찾았다. 큰 망설임도 없이 전화를 걸어 어떻게 하면 배울 수 있는지 물어보고 등록하기로 결정해버렸다. 막연한 열망으로만 가지고 있던 춤을 드디어 접하게 되는구나.
셔플을 처음 배우던 날. 내 또래, 혹은 나보다 더 나이가 많으신 분들도 열정을 가지고 오셨다. 한스텝 한스텝 배우면서 그렇게 어렵지도 않은 스텝인데도 온 몸에 땀이 젖을 정도로 열심히 연습했다. 이 시간이 너무 소중했다. 다른 분들도 나랑 비슷한 마음으로 열심히 하시는 듯 했다.
몸치는 아니고, 기본은 조금 있는 사람이라서인지 시간이 지날수록 선생님의 칭찬을 듣는 횟수가 많아졌다. 더 잘하고 싶어졌다. 더 신나게 더 열심히 안무도 외우고 스텝을 몸에 익히려고 노력했다. 너무 재미있어서 누가 시키지 않아도 그 시간이면 얼른 셔플 스튜디오에 나가 있었다. 다른 운동은 등록하고 얼마 되지 않아서 가기 싫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드는데 셔플은 그렇지가 않았다. 나도 모르게 먼저 몸이 움직이고 신나하고 있었다.
춤을 출 때의 나는 세상이 다 사라지고. 오로지 큰 무대에 나 혼자 올라 맘껏 끼를 발산하고 춤을 추는 상상을 한다. 내가 세상에 제일가는 셔플러다 하는 마음으로. 표정이 어떤지 몸짓이 어떤지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그 순간이 너무 즐겁고 신나기 때문에.
연습이 완성되고 안무를 다 외우면 간간히 영상을 찍는다. 그런데 막상 영상을 찍어보면 세상의 큰 무대에 서있던 나는 온데간데 없고 어떤 중년 여자가 무거운 몸을 뒤뚱거리며 땀을 뻘뻘 흘리고 있다. 나는 내가 정말 잘한다고 생각하며 추고 있는데 실상은 그렇지 못해 화들짝 놀란다. 그리고 조금은 실망한다.
하지만 나는 좌절할 시간이 없다. 그냥 연습하고 또 연습. 몸에서 힘을 빼고 자연스럽고 자유롭게 춤을 추게 될때까지 셔플로 나의 세상을 가지고 놀 수 있을 때까지 하고싶다.
오늘도 나는 연습장으로 향한다!
Everybody Shuffl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