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각 500번-정약용의 갓생 루틴

버티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법

by 광쌤

“요즘 애들은 왜 이렇게 쉽게 퇴사하냐”는 말, 들어본 적 있지?

근데 사실, 하루에도 퇴사각 500번은 오는 게 정상 아닐까?

요즘 MZ들은 워라밸 따지며 퇴사를 쉽게 한다고들 하지만,

업무 과부하, 수직적인 문화, 끝없는 회식 강요…

이걸 버티는 게 오히려 기적이지.

그렇다면 진짜 질문은 이거야.

버티는 게 과연 최선일까?

아니면 그냥 다들 그러니까 참는 게 맞는 걸까?


나? 나도 당연히 사직서 품고 살았지.

내가 바로 조선 최고의 일벌레 왕, 정조를 상사로 모셨던 다산 정약용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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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 존경할 만한 분이지만 솔직히 워라밸 파괴자였어.

학문 열정도 대단했지만, 부하 직원들에겐 빡세게 굴렸거든.

'초계문신제'라 해서, 매일 규장각으로 문신들을 불러 밤낮으로 공부시키고 시험을 보게 하셨어.

말이 ‘인재 양성 프로그램’이지, 요즘 말로 하면 끝없는 업무 보고에 자기계발 강제 코스였던 셈이지.

술 좋아하셔서 회식 때는 옥필통에 70도 독주를 가득 따라 원샷을 시키곤 했지.

(상상해봐. 500ml 맥주잔 가득 소주라니… 그날은 진짜 사직서 draft 99+ 저장했음.)

게다가 활도 못 쏜다며 “문장은 잘 쓰면서 활은 못 쏘냐” 잔소리,

벌주에 북영(≒해병대 캠프) 입소 벌칙 훈련까지.

100발 중 20발은 맞혀야 퇴근을 할 수 있었다니까!

요즘 말로 하면 강제 회식 + 팀워크 레크리에이션 벌칙 풀코스였던 거야.

퇴사각? 하루에도 500번씩 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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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왜 못 나갔냐고?

그때는 힘들어도 ‘내가 조선을 바꾸고 있다’는 보람이 있었거든.

내 시간과 에너지가 헛되지 않는다고 믿었으니까.

하지만 정조가 승하하시고, 모든 게 무너졌어.

나는 하루아침에 정적들의 표적이 되었고, 결국 천주교 문제로 강진에 18년 유배를 갔지.

그땐 열정 가득하던 시절마저 후회가 되더라.


“내가 왜 그때 그렇게 미친 듯이 일했을까?”

“그만두고 가족들이나 챙길 걸.”

수백 번 자책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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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신기하게도, 그 시간들이 헛된 건 아니더라.

정조 시절에 쌓아온 경험 덕분에 유배지에서도 무너지지 않고 버틸 수 있었거든.

그래서 나는 새로운 루틴을 만들었어. 묵상, 독서, 차 달이기 그리고 집필..

세월의 작은 쌓임들이 《경세유표》, 《목민심서》, 《흠흠신서》로 이어진 거야.

만약 그때 진짜 ‘퇴사’해버렸다면? 후대에 전할 말 한마디도 남지 않았겠지.


그러니까, 퇴사는 죄가 아니야.
하지만 버틴 시간 속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것도 있다는 거.

그걸 아는 게 진짜 갓생 루틴이지.

갓생은 화려한 성과가 아니라,
매일 “오늘도 계정 유지 중” 버튼 누르는 그 꾸준함에서 시작돼.

내 루틴이 500여 권의 책이 된 것처럼,
너의 루틴도 결국 너만의 기록으로 남을 거야.




[광’s 슬기로운 톡]

퇴사각은 매일 와요. 저도 그랬으니까요.
하지만 중요한 건 ‘도망이냐, 방향이냐’예요.

퇴사가 답일 수도 있고, 버팀이 답일 수도 있어요.
결국 중요한 건 남들이 뭐라 하든,

내 삶을 내가 어떻게 설계할지,
그 선택이 갓생의 시작입니다.

오늘도 퇴사각 500번 왔는데, 아직 계정 유지 중이라면?
그거면 이미 갓생 인증 완료예요.
잘하고 있어요



9화 조선의 힙스터, 금기를 찢은 '허균'에서 계속

과몰입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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