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로부터 비롯된 행복 - (1)
현대 사회에 SNS는 사람들의 삶에 녹아들어 있다. 하지만 필자는 개인적으로 SNS를 많이 추천하지는 않는다. 사람들이 무언가를 올리는 건, 그 사람이 좋다고 여기는 것이기 마련이다. 그리고 자신이 누린 짧은 행복을 타인에게 보여주기 식으로 올리는 경우가 많아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올리는 사람이 한둘이면 그러려니 하고 말 텐데 수십수백 명이 되면 ’왜 사람들은 행복한데 나는 불행하지?‘ 따위의 의문이 들게 되기 마련이다. 사실 한 사람이 하루에 일어난 일 중 과시할만한 일 하나를 올렸을 뿐인데 그게 수백이 되니 모두가 다 잘 사는 것처럼 보이게 된다. 그렇게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다는 환상에 사로잡힌다면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잘 살아야 한다는 강박이 들고 보여주기 식 행복에 집착하게 된다. 그렇게 남들을 따라 하여 행복을 인정받는 일이 진짜 행복이 될 수 있는지 의문이다.
먼저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은 인생은 기본적으로 비참하다는 사실이다. 인생을 황홀한 꽃밭이라고 여길 때는 아무것도 모르는 철없는 어린아이 시절에 국한된다. 우리는 살아가며 어렸을 적에는 미래에 대한 기대를 한껏 부풀려 밝고 희망찬 인생을 꿈꾸지만 점차 현실은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비참한 삶에서 탈피하고자 여러 노력을 하게 되는데 행복한 경험을 늘리는 것이 그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그럼 문제는 과연 이 방법이 효과를 발휘할까 라는 문제인데. 필자는 이 해결법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우리가 단순히 일시적으로 기쁘다는 감정을 느끼기 위해 벌이는 일들은 덧없는 미망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비유하자면 이건 마치 스치는 바람을 잡고자 손을 뻗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좋은 장소에 가고 사랑하는 사람과 만나서 보내는 시간들은 모두 다 고통을 잊고 있는 상태이며, 행복 속에서 살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 좋은 시간을 보낸 들 무엇할까. 고통의 근본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잠시 잊는 것이라면 말이다. 사람들이 행복하다고 하는 그 과시하는 모습은 마치 사형수가 자신이 언제 사형당할지 모른 채 맛있는 식사를 하고 있는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그런 모습이 나쁘다는 뜻은 아니다. 삶에서 때로는 웃음도 필요하기 마련이니까. 다만 부러워할 필요도, 내가 그러한 삶을 살지 못해 비참해야 한다는 이유도 되지 않는다는 의미로 말한 것이다. 특히나 남과 무엇이든 비교하는 행위는 정말 무의미한데 비교가 그 자체로 모순됨을 보이자면, 분야가 달라지면 무의미하다는 것을 생각하면 되기 때문이다. 물리학자와 화학자 중에서 누가 뛰어날까? 경제학이 경영학보다 뛰어날까? 지질학이 천문학보다 나은가? 내가 무언가를 못 한다고 해서 그 무언가를 잘하는 사람보다 열등 한 건 아니다. 내가 무언가를 못 하는 대신 다른 분야에 속해 있으면 된다. 어느 하나를 특출 나게 잘하지 못하는 사람은 대게, 인생을 허송세월 하지 않은 이상 골고루 잘하기 마련이다. 반대로 골고루 하지 못하는 대신 하나에 특출 난 사람들도 많다. 즉, 한 개인이 속한 분야는 엄청나게 다양하고 그중 무엇을 잘할지 못할지는 상황이나 선택에 달려있는데 그걸 비교한들 무슨 의미가 있을까. 원래부터 세상은 불공평했고, 각자는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판단할 뿐인데 말이다.
남이 무엇을 했는지를 보이는 것으로 판단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이 있을까. 간단히 말해서 명품을 산 사람은 그 명품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게 다닌다. 하지만 그 돈으로 투자를 한 사람은 자신의 잔고를 다른 사람에게 보이며 다니지 않는다. 그 돈으로 병원에 간 사람이 영수증을 이마에 붙이고 다니는 경우는 없다. 현실이 그런데 남이 자신의 행복을 과시하는 모습을 부러워할 필요가 있을까? 뭐 어떤 사람은 명품도 사고 투자도 하고 병원도 가고 맛있는 것도 먹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사람은 세상에 드물다. 돈을 버는 걸 진정으로 삶의 낙으로 삼는 사람이 사람이 돈을 쓰는 취미를 가지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행복을 남에게 과시한다는 의미는 그 사람이 그 행동을 하며 행복을 온전히 느끼는 것이 아니라 남이 자신을 부러워하는 그 모습에 행복을 느낀다고 봐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야 자신의 행복을 남에게 맡길 수가 없기 때문이다. 남이 호응해주면 기분 좋아하고 남이 관심을 주지 않으면 찝찝해하는 모습이 행복을 남에게 맡긴 꼴 아닐까. 진정으로 어떠한 것에서 행복을 온전히 자기 것으로 한 사람이라면 남이 무엇을 어떻게 반응하든지 간에 자신이 추구하는 가장 좋은 것을 추구하기 마련이다. 기쁨을 스스로 온전히 느끼기에 충분한 상황에 처해 있으면서도 남의 관심을 얻기 위해 그러한 행동을 한다면, 우리는 그런 사람을 부러워할 것이 아니라 불쌍하게 여겨 주어야 하지 않을까. 행복을 남의 반응과 인정에 맡겨 두고 있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