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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에서 이걸 산다고?

by 비비드 드림

얼마 전 집에 인터넷을 바꾸면서 생각지 못하게 백화점 상품권이 생겼다. 그걸로 아이들 신발을 사줘야지 마음을 먹고 주말이 되자 다 같이 백화점으로 향했다.


사실 오프라인 쇼핑보다는 온라인 구매가 이제는 훨씬 더 익숙해진 일상이다. 가끔 오프라인 쇼핑을 가더라도 가까운 아울렛으로 가는 편인데 상품권 사용처가 아울렛보다는 백화점이 가까웠다.


도착해서 몇 개의 브랜드 매장으로만 들어가서 살 것 위주로 살펴봤다. 그런데 백화점 특성상 에스컬레이트를 이용하기 위해서 층마다 반바퀴는 돌아서 올라가야 했다. 그 와중에 딸이 내 손을 끌어당기고 어떤 매장으로 갔다. 그곳은 신발과 잡화를 파는 곳이었는데 뜬금없이 시나모롤 가방이 있지 않은가!


요즘 아이가 푹 빠져있는 시나모롤이라니! 그런데 이런 가방에 왜 백화점에 있는 거지?


아이는 당장 갖고 싶다고 사달라고 나를 졸랐다. 나는 당황했지만 침착하게 아이에게 설득했다. 우리가 사러 온 게 있으니 먼저 그걸 사고 다시 한번 보러 오자고 했다. 아이는 수긍을 했고 두 아이들의 옷과 신발을 열심히 골라 구매를 했다. 이제 출출해서 밥을 먹으러 가려는데 아이가 까먹지도 않고 말한다.


"엄마! 우리 이제 살 거 다 샀어? 그럼 이제 내가 아까 본 시나모롤 가방 사러 가자!"

"어? 어..."


남편에게 아까의 상황을 설명하고 다시 그 매장에 갔다. 솔직히 말하면 이 가방을 나는 사줄 생각이 없었다. 들고 다닐 일도 잘 없었고 가방 크기도 크지 않아서 활용도가 낮아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이의 생각은 달랐다. 이 가방을 사지 않으면 집에 안 갈 것 같은 스탠스를 끝까지 유지한 끝에 결국 엄마가 졌다. 다행히도 가격은 생각보다는 비싸지 않았다.


가방을 사고 아이는 바로 들고 다니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그 자리에서 바로 택을 떼고 아이에게 들라고 주었다. 가방을 들고 걷는 아이의 발걸음이 굉장히 가벼웠다. 사뿐사뿐 즐겁게 걸어가는 모습을 보며 피식 웃음이 났다. 첫째는 아들이라 이런 아기자기한 가방은 구경한 적도 없었는데 둘째가 딸이라 보니 처음 경험하는 것들이 많아진다.




집에 돌아온 후 아이는 가지고 있던 팔찌와 반지, 목걸이들을 가방에 열심히 넣었다. 집에서도 계속 들고 다녔다. 그리고 한 며칠은 어린이집에 등원할 때도 꼭 챙겨갔다.


백화점에서 이런 가방을 살 줄 몰랐지만, 솔직히 말하면 시나모롤 가방이 내 눈에도 조금 귀엽긴 했다. 어릴 때 나는 이런 아기자기한 것들을 갖고 싶다고 다 갖지는 못했다. 그래도 이런 걸 좋아하는 여자아이의 마음을 나도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었기에 결국 사주게 된 것이다.


지금은 너무 기뻤던 마음이 조금 식었지는 딸아이의 손에 들려있는 걸 보기가 힘들다. 시나모롤 캐릭터가 인기를 잃으면 또 이 가방도 수명이 다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이 가방은 딸아이가 더 이상 좋아하지 않더라도 내가 오래도록 보관하고 싶다. 뭔가 어릴 적 내가 갖지 못한 결핍을 이 가방을 통해 푼 느낌이랄까...


이 가방은 어린 나에게 어른인 내가 준 선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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