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아이는 초등학교 2학년이다. 받아쓰기는 1학년부터 시작됐고, 2학년이 끝나가는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핑계일지 모르지만, 아이의 숙제와 받아쓰기를 챙기는 일은 아직도 나에게 부담으로 남는다. 엄마인 나밖에 챙길 사람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나 역시 하루를 버텨내느라 정신이 없다 보니 놓칠 때가 생긴다.
2주에 한 번 치르는 받아쓰기. 날짜가 적힌 용지도 있고, 선생님도 여러 번 알림장을 통해 알려주시는데, 이번에도 결국 또 놓치고 말았다. 오늘 아침이 되어서야 시험날이라는 사실을 떠올렸다. 이미 늦었다는 걸 알면서도 마음이 다급해졌다.
아침을 먹는 아이에게 급히 두 번씩이라도 적어보라고 시켰지만, 제대로 확인할 틈도 없이 나도 출근 준비로 바빴다. 며칠 전부터 조금씩이라도 봤어야 했는데, 왜 또 지나쳤을까. 늘 같은 후회가 밀려와도 그 순간엔 미처 돌아보지 못한다.
하교할 때 한 번, 학원 차량을 탈 때 한 번, 학원이 끝난 후 한 번. 하루에 세 번 걸려오는 익숙한 전화. 받아쓰기를 잘 본 날엔 신나서 먼저 말하는 아이가 오늘은 조용하다. 내가 먼저 물었다.
"받아쓰기 어떻게 됐어?"
"아..! 틀렸지!"
아무래도 이번엔 내가 놓친 탓이 크겠지.
아이 말로는 학교에서도 연습을 하고, 연습할 땐 항상 잘 맞는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 주 받아쓰기는 쉬웠나 하고 생각하고 방심하면 꼭 한두 개 틀려 온다. 그래서 그다음 주엔 다시 마음을 다잡고 같이 연습하게 된다.
보통 받아쓰기 시험이 목요일이다. 그럼 월요일부터 연습을 시작을 한다.
- 월요일 : 받아쓰기 그대로 노트에 두 번 옮겨 적기.
- 화요일 : 받아쓰기 모의 테스트, 틀린 것 것만 노트에 세 번 적기.
- 수요일 : 다시 모의 테스트. 또 틀린 것만 노트에 두 번 적기.
- 목요일 : 시험 당일 아침에 모의 테스트.
이렇게 연습을 하고 가는 주간의 받아쓰기는 무조건 백점을 받아 온다. 그래서 나도 연습을 안 시킬 수가 없다. 그런데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3일간 갑자기 저녁에 다른 일정이 생기거나 깜빡해 버리면 그 주에 보는 받아쓰기는 백점이 힘들어진다.
받아쓰기에 목숨 걸 필요는 없지만, 받아쓰기 시험을 통해서 확실히 맞춤법을 더 잘 기억하는 것 맞다는 생각이 든다. 강제성이 동반되어야 더 많은 잠재력을 끌어낼 수 있다고 했다. 받아쓰기라는 시험의 강제성으로 의도적으로 외우고 기억해서 써 내려가는 것이 올바른 맞춤법을 기억하는데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이 든다.
한주를 건너뛰고 보는 받아쓰기 시험인데, 앞으로는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시간이 너무 촉박한 것 같으니 그 전주부터 미리미리 연습을 하는 걸로 방향을 바꿔야겠다. 역시 사람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더 발전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생각해보면 나도 어릴 때 받아쓰기를 했었다. 시간이 이렇게 흘렀는데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걸 보면, 그만큼 의미가 있는 과정이기 때문이겠지. 작은 시험 하나지만, 어떤 일을 대하는 태도나 연습의 힘, 그리고 들인 시간만큼 결과가 달라진다는 단순하고도 중요한 사실을 자연스럽게 알려준다.
아이도 받아쓰기를 통해 그런 것들을 조금씩 느껴가면 좋겠다. 물론 그 곁에서 내가 함께 배우고 알려주어야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