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아이는 아들이라서 그런지 역시 게임을 좋아한다. 나는 어릴 때부터 게임을 엄청 좋아하지도 않았고 그렇게 관심이 많지 않았는데 성별의 차이인 걸까. 남편은 어릴 때 오락실을 엄청 좋아했다고 하는 거 보면 아들의 기본 습성인지, 아빠를 닮은 건지 모르겠다.
처음엔 마인크래프트로 시작하더니, 브롤 스타즈, 이제는 로블럭스까지로 이어졌다. 나는 게임을 최대한 늦게 노출시키고 싶었지만 아빠는 어차피 하게 될 거라며 게임을 설치해 주었다. 그리고 이왕 할 거면 잘하는 게 좋다는 말까지 하며 아이에게 힘을 실어줬다. 엄마인 나와 이렇게나 의견이 다르다.
어느 날 아이가 새벽 시간에 알람을 맞춰 달라고 했다. 왜인지 이유를 물으니 게임에서 이벤트를 해서 꼭 그 시간에 일어나서 이벤트에 참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말 휴일인데 너무 이른 시간이기도 해서 나는 깨울 생각이 없었다. 그렇게 아이는 잠을 푹 자고 일어나 이벤트에 참여 못한 것을 속상해했다.
그 후에도 몇 번의 이벤트가 있었다. 남편과 나는 이런 이벤트를 도대체 왜 하냐고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날, 여행 갔다가 집에 돌아가는 차 안에서 하하님이 진행하는 라디오를 들었는데 거기서도 같은 사연이 나왔다. 아이가 게임 이벤트 때문에 엄청 일찍 일어난다고.
하하님도 아빠다 보니 바로 그 게임을 알아차렸다. 하하님은 아들에게 키가 안 큰다고 안된다고 했다고 했다. 라디오를 들으며 남편과 한참을 웃었다.
'아들이 있는 모든 집들이 다 비슷한 상황이구나.'
이제 게임 이벤트가 예정된 날은 아들이 직접 알람을 맞추기 시작했다. 오전과 오후 중 어떤 게 맞는지 나에게 몇 번이나 물어보고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알람이 울렸을 때 나는 더 잤으면 하는 마음에 알람을 끈 적이 있었는데 나중에 남편과 이야기해 보니 남편도 똑같이 끈적이 있었다고 한다. (아들 미안해ㅎㅎ)
이런 고민들을 다른 엄마들과 한번 이야기 나눈 적이 있었다. 요즘 이벤트가 있는 날이면 아이들이 새벽같이 스스로 일어나서 깨우느라 힘들지도 않고 아침에 밥도 먹고 좋은 점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도 게임에 대해 대체로 부정적인 나는 이벤트도 싫고 게임도 싫고 게임을 하는 아들도 사실 마음에 들지 않는다. 엄마인 내가 더 통제하고 강제적으로 해야 하는 걸 알아서 이 방법 저 방법을 쓰고 바꿔가며 노력을 하고는 있지만 성에 차지는 않는다.
시간이 짧아도 매일 하는 게 오히려 더 안 좋다는 말에, 평일 숙제를 다 하는 조건으로 주말 이틀 게임을 허용해 줬다. 그런데 주말에 우리 집에서 가장 먼저 벌떡 일어나 게임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자니 참 마음에 들지 않는다. 지금도 어떻게 방법을 바꿔볼까 고민 중이다.
주변의 2-30대 아는 분에게 게임 관련 이야기를 했을 때, 오히려 허용해 주고 게임 학원도 보내주라며 너무 억압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자기가 해볼만큼 하고 나면 또 알아서 빠져나오기도 한다는 것이다.
모든 조언이 우리 아이에게도 똑같이 적용되지는 않을 것이다. 결국 중요한 건, 정도와 선을 넘지 않는, 그 허용의 범위 안에서 내가 엄마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 내게 가장 큰 숙제인 만큼, 조금 더 고민하고 시행착오도 겪어가며 우리 가족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