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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나를 미워해!

by 비비드 드림

아이가 학교에서 일과를 끝내고 씩씩거리며 나에게 전화를 했다. 다짜고짜 자기 반 선생님을 바꿔달라고 말한다. 나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부터 물었다. 친구들과의 놀이 시간에 아이의 잘못으로 도미노가 쓰려졌고, 아이가 다시 도미노를 쌓아주는 과정에서 여러 아이들과 소란이 있었던 것 같다.


협회실로 불려 간 아이들은 선생님에게 아마도 제대로 혼이 난 것 같다. 한바탕 혼이 난 후 교실로 돌아왔는데 자기가 다시 열심히 만든 도미노를 선생님이 발로 찼고 '네가 제일 문제야!'라고 말을 했다고 한다. 아이가 화나 난 포인트는 그 부분이었다. 도미노를 정리해야 하는 시간도 아니었는데 선생님이 본인이 만든 도미노를 찼다는 점, 자기한테 유독 더 화를 냈다는 점이 아이의 분노 포인트였다.


나는 나에게 말하지 않은 다른 상황들은 없는지를 최대한 물어보고 더 들어보려고 했다. 그런 내 마음과는 상관없이 아이는 두서없이 설명을 하고, 통화 중에 옆에 있는 친구까지 거들며 말했다.


'선생님이 얘한테만 더 그랬어요!'


우선 아이에게 네가 잘못한 부분이 있으면 혼나는 게 맞는 거라고 이야기를 하고 진정을 시켰다. 그리고 엄마가 어떤 상황이었는지는 선생님과 이야기해 보겠다고 하고 마무리를 했다.




그날 저녁, 아이의 친구 엄마에게서 연락이 왔다. 나에게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들었는지 물었다. 나는 내가 들은 것을 이야기하고 하이톡으로 통화를 요청해 두었다고 이야기했다. 그 아이의 엄마는 선생님께서 평소 무시하는 발언을 많이 해왔던 걸로 안다며 아이의 아빠가 학교에 찾아갈까 고민이라고 하셨다.


전화를 끊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내가 아이의 마음을 몰라주는 건 아닌지. 너무 선생님 편만 들었던 걸까. 혹시나 선생님의 행동이 정말 과하셨던 걸까... 통화를 하면서 어떻게 이야기를 하면 좋을까. 결국엔 선생님과 직접 이야기를 나눠보면 알겠지 하고 결론을 내렸다.




다음날 아침, 출근길에 담임 선생님께 연락이 왔다. 일과가 끝나고 전화가 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침부터 와서 당황스러운 마음으로 전화를 받고 통화를 이어나갔다.


잘못에 대해 바로 잡아주고 훈육하시는 것은 너무나 필요하고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는 점, 훈육하는 과정에서 선생님도 사람이시니 감정이 상하실 수 있는 부분 충분히 이해하는 점, 하지만 아이에게 미움의 감정까지는 전달이 되지 않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아주 조심히 부탁드리며 말했다.


선생님도 내가 전한 말들을 감사하게도 충분히 이해해 주셨고, 너무 말을 안 들어 화를 많이 냈다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앞으론 조금 더 부드럽게 훈육을 해보겠다고 말씀 주시고 통화는 좋게 마무리가 되었다.


이렇게 통화 한 번을 하는 것도 나는 사실 꽤나 조심스러웠다. 아이가 잘못하면 당연히 혼나는 건데, 이런 일 가지고 전화까지 하는 엄마가 돼버릴까 봐. 그럼에도 선생님이 아이에게 느끼는 미움의 감정이 아이한테 고스란히 전달이 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하나였다. 약간의 무거운 마음으로 그날 하루를 보냈다.




퇴근을 하고 집에 가니 아이가 더 놀라운 소식을 전했다. 전날 통화했던 친구가 아닌 또 다른 친구의 엄마가 학교에 방문하셨다는 것이다. 이유는 급식 시간 줄을 서있을 때 그 아이의 멱살을 잡고 아이를 잡아끌어서였다는 거였다.(과장의 표현일 수도 있다.) 너무 놀라 우리 아이한테도 그랬는지 물었더니 자기와 다른 친구들에게는 팔뚝을 꽉 잡고 끌어당겼고 조금 아프긴 했다고 했다.


그날 교감 선생님과 그 아이의 엄마와 선생님이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고 한다. 그런 후 아이들이 선생님에게 ‘말로 해줬으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했고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사과를 했다고 한다.




사실 이번 담임 선생님은 1학기 초에 갑자기 질병휴직에 들어가셨고 2학기때 다시 복직하셨었다. 1학기 초반에 한 아이와의 문제가 있었고 그 아이는 전학을 갔고 선생님은 휴직에 들어가 그 당시에도 충격이 컸었다. 복귀하고 나서도 힘든 시간을 보내고 계시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초등학교 선생님들도 참 힘들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제 2학년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이 한 달 동안 선생님도 아이들도 무탈하고 무난한 하루하루를 보내며 2학년 생활을 잘 마무리했으면 좋겠다. 최대한 중립의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상황을 보려고 노력하지만 나 또한 한 아이의 엄마로서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다. 조용하고 얌전히 학교 생활을 해주길 바라지만 언제나 상황은 내 맘같이 흘러가지 않는 날이 많다.


그럼에도 이 모든 시간들, 이 모든 과정들이 아이가 자라는 데 있어 겪어내야 할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저 그런 아이의 옆에서 올바른 길잡이 되어줄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하는 엄마가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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