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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성취감을 함께 느끼기

by 비비드 드림

남편이 러닝을 시작했다. 요즘은 러닝이 거의 국민운동이자 국민 취미일 정도로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하고 있는 걸 볼 수 있다. 남편은 어떤 운동을 해도 진심을 다한다. 그런 남편을 알기에 제발 무리하지 말라고 주의를 줬고 역시나 나는 함께 하지 않았다.


그런데 요즘 갑자기 체력이 예전 같지 않음을 느끼게 되어 나도 남편의 권유로 조금씩 달리기 시작했다. 얼마 전 처음으로 남편과 함께 마라톤 대회도 다녀왔고, 러닝의 재미를 나도 점점 느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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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 날, 아들이 갑자기 자기도 엄마 아빠와 함께 마라톤을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나도 가족 마라톤을 나가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아직 아이들은 어려서 안될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렇게 말도 꺼내지 않았는데 갑자기 아들이 먼저 말을 꺼낸 것이다.


아빠와 엄마가 둘 다 러닝을 하는 모습을 보니 함께하고 싶어진 걸까. 그래서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조금씩 같이 뛰어보기로 했다.


시작하는 시기가 봄이나 가을이었다면 더 좋았을 테지만 겨울이어도 뛰고 싶다는 아들의 의지는 꺾을 수 없었다. 아들이 학원을 마치고 나에게 전화해서는 혼자 체육공원에 가서 뛰고 오겠다고 했다. 이제 슬슬 어둑어둑해지는 시간이 되기도 해서 위험하니 같이 뛰자고 기다리고 했다. 마침 내가 퇴근을 해서 집에 거의 도착할 시간이기도 했다.




바람이 부는 매서운 날이었다. 남편은 이미 이렇게 추워진 후 달려봤기 때문에 귀가 시릴 거라며 모자도 쓰라고 했고, 장갑도 껴야 한다고 했다. 미리 준비된 것들이 없어서 내 장갑은 아들에게 주고, 나는 남편의 장갑을 뛰고 나갔다.


체육공원에 도착했다. 역시나 가을에 비해 뛰는 사람들이 현저히 줄었다. 1Km를 목표로 해서 달려보기로 하고 달리기 시작했다. 나는 옆에서 아들의 보폭을 맞춰 주었다. 춥지는 않은지 달릴 만 한지를 계속해서 확인해 가며 달렸다.


아들은 내 생각보다도 훨씬 잘 달렸다. 중간에 덥다고 모자를 벗었다가 다시 귀가 추워서 모자를 쓰기를 반복했다. 힘들다고 걷고 싶다고 했을 때는 나도 어디서 본건 있어서 조금씩이라도 뛰어보자고 했다. 목표했던 1Km에 도달했을 때 그만 달릴 건지 물었으나 아이는 뛸만하다며 더 뛰자고 했다. 그런 아이가 대견했다. 그렇게 그날 우리는 함께 2.5Km를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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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오는 길, 아이는 무척이나 뿌듯해했다. 그리고 다음엔 3Km를 달려보겠다며 벌써 다음 목표를 잡고 있었다.


아이도 함께해서 더 좋은지 계속 같이 달리자고 먼저 말을 한다. 비가 온 날, 밖에서 뛸 수가 없어서 단지 커뮤니티 센터의 헬스장으로 향했다. 나란히 러닝 머신 위에서 함께 달렸다. 3Km를 또 훌쩍 넘게 달리는 아이를 보니 참 대견했다.




운동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아들과 함께 운동할 기회가 거의 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러닝은 마음만 있다면 어느 곳에서든 함께 할 수 있는 운동이었다.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아이와 이렇게 함께 할 수 있는 운동을 찾았다는 게 기쁘다. 그리고 아이가 러닝을 하면서, 목표를 갱신하고 또 도전하고 이뤄내면서 성취감을 찾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니 좋았다. 또한 그 과정을 내가 함께하고 있다는 것이 감사했다.


아이가 커갈수록 대화가 줄어들고 관심사를 같이 해줄 수 없어 멀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었다. 그런데 이렇게 함께 운동을 하는 시간을 쌓아 나가면 나중에 생길 멀어짐의 간극을 줄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혼자라면 그냥 안 하고 지나가는 날도 있는데, 열정 가득한 아이의 요구 덕분에 못 이기는 척 나가서 달리게 된다. 아이 덕에 내 체력도 더 좋아지게 생겼다. 얼마나 오래 갈지는 모르겠지만 아이가 적극적으로 하자고 하는 이 시기에는 최대한 즐기며 함께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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