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다섯 살 딸아이가 치아 정기검진을 통해 충치를 발견했다. 검진을 받기 전 아이도 많이 떨렸겠지만 나도 아이 못지않게 더 떨렸었다. 그런데 딸아이는 생각보다는 씩씩하게 진료 침대에 누워 입을 크게 '아'하고 검진을 받아냈다.
우리 동네에는 어린이 치과가 한 군데 있지만 예약이 힘들다. 그래서 첫째 아들처럼 딸아이도 일반 치과에서 검진을 도전했다. 만약 실패하면 어쩔 수 없이 어린이 치과를 가야겠구나 했는데 너무 잘해줘서 오히려 내가 감탄했다.
검진을 통해 충치를 발견한 후, 바로 치료까지 병행했다. 마침 첫째 아이도 충치 치료를 하던 날이라 딸 아이에게 오빠가 하는 걸 잘 보라고 했다. 오빠인 아들은 동생이 보고 있는 걸 의식했는지 아픈걸 잘 참아냈다. 아이의 눈에서 눈물도 찔끔 나온 걸 봤는데 끝까지 울지 않았다고 했다. 나는 아들의 자존심을 지켜주기 위해 울지 않고 잘했다며 칭찬해 줬다. 다음은 딸아이 차례였기 때문이다.
검진과는 다르게 치료를 하려고 할 때는 아이가 잔뜩 긴장한 게 보였다. 검진할 때는 소리 나는 건 없었는데 치료를 할 땐 기구들이 내는 소리만으로도 긴장감이 느껴졌으리라 생각된다.
나는 아이의 다리 쪽으로 가서 앉은 채 아이의 두 손을 꼭 잡아주었다. 그리고는 연신 외쳐댔다.
“와, 진짜 잘한다.
처음인데도 이렇게 잘하다니.
내일 어린이집 가서 선생님한테 꼭 말해줘야겠다!"
아이는 기구들이 소리를 내며 열심히 움직일 때마다 아이의 손과 다리는 꿈틀꿈틀했다. 그때마다 나는 손에 힘을 주며 아이의 손을 잡아주고 주물러주었다. 물론 칭찬도 잊지 않았다.
드디어 2개의 충치 중 하나는 치료가 끝이 났다. 나머지 하나가 더 남았지만 치과 의사 선생님도, 엄마인 나도, 아이 그 어느 누구도 연달하 할 자신은 없었다. 자연스럽게 나머지 하나는 다음에 예약을 하고 다시 방문해 치료를 하기로 한다.
치료를 끝내고 집으로 가는 길에도, 집에 도착해서도 끊임없는 칭찬을 쏟아부었다. 이 칭찬은 다음번 치료를 위한 큰 그림이기도 했지만 실제로 정말 기특한 마음이 크기도 했다. 일반 치과에서 치료를 못 받고 심지어 어린이 치과에서도 겨우 치료를 받는다는 아이들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의 나머지 충치 치료는 그다음 주에 하기로 했는데, 그 이후로 시간이 꽤 지났다. 그날 아이는 잘 버텼는지 모르겠지만 오히려 내가 더 진이 빠졌었던 것 같다. 치과 선생님이 아이가 너무 울거나 움직여서 진료를 못하겠다고 하시는 건 아닌지, 아이가 무섭다고 울어버리는 건 아닌지 치료를 하는 내내 걱정을 했던 탓이다. 예약을 해야지 하면서 계속 미루고 있던 어느 날, 딸아이가 말한다.
“엄마, 왜 치과 예약 안 해? 치과 가야 하잖아.”
나를 가르치며 잔소리하는 것처럼 말하는 아이를 보고 피식 웃음이 났다. 긴장하며 치료받던 기억보다 끝나고 폭풍 칭찬을 받았던 좋았던 기억만 남아있는 것 같아 다행이기도 했다.
“응, 엄마가 오늘 꼭 예약할게.”
그렇게 두 번째 충치 치료를 무사히 끝냈다. 이번엔 한번 해봐서 그런지, 긴장도 하고 울먹울먹도 했지만 결국 치료를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정말 대견하고 기특했다.
앞으로도 치과에 갈 일도, 두 손을 꼭 붙잡고 괜찮다, 잘한다 말해줘야 할 날이 아직은 많을 것이다. 치과를 무서워하지 않도록 계속 칭찬해 주고 보상도 해줘야겠다. 그 시간이 아이에게는 두려움이 아니라, 누군가 곁에서 끝까지 함께해 주던 기억으로 남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