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하얀 도피처

로그라인은 무너지지 않았다.

by 리을

접속 일자 : 26년 2월 16일 월요일

접속 시간 : AM 10:10

장소 : 조금 더 어지러워진 내 책상 위

상태 : 연휴에 지나친 숙면으로 몽롱함


오늘 쓴 것 :

1. 단편 소설 초고 > 클라이막스를 달리는 중

분량 : 2,115자 > 촉박한 시간대비 나쁘지 않은 분량


오늘의 문장 : 낮게 울리는 목소리와 분주하게 움직이는 발걸음 소리, 그리고 배경음처럼 쏟아져 내리는 복사기의 기계음.

> 주인공의 상상과 다른 순간이 소리로 전해져 오는 순간! 고요할 거라 예상했던 사무실의 분주한 분위기를 소리 묘사로 담는 것. 연속해서 가져가고 싶다.


던져 버릴 문장 :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었다. 음악 없이는 출근이 불가능할 것 같던 생활에 어느덧 적응을 했다.

> 관적으로 직설적인 감정 표현을 한다. 이번 소설의 목적은 최대한 감정은 배제하고 건조한 문체에 장면 묘사에서 보는 사람들이 그냥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싶다.






뭉게뭉게 피어오르던 이야기가 점점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에세이에서 시작했던 이야기가 점점 내 손을 떠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인물들이 자신만의 생각을 가지고 감정을 드러낸다.

한껏 통제하고 싶다가도 그냥 막 뛰어놀게 하고 싶다.

반갑다가도 무섭다.


이야기가 갑자기 너무 커지나?

내가 쓰고 싶었던 건 사소하지만, 뼈저릴 정도로 현실적인 이야기였는데...


소설을 쓰다보면 필연적으로 마주하게 된다.

내 의도와 의도가 아닌 것 같은 부분의 경계를.


흘러들어온 생각은 어디까지 받아들여야 할까.

마구 받아들이다 내 의도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마는 건 아닐까.


복잡한 생각이 들 때면 자꾸만 멀어지고 싶다.

차분히 머릿속에서 정리를 한 후에 키보드 앞에 앉고 싶다.

하지만 차분히 정리된 머릿속은 환상에 불과하다.

도망치고 싶은 핑계일 뿐이다.

키보드 앞에 앉아 새하얀 화면을 켰다.

깜빡거리는 커서를 잠시 바라보다 '260215 생각나는 대로 쓰기'라는 제목을 달아두고 아무말이나 적기 시작했다.


로그라인은 무너지지는 않았다.
대신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의문점들이 많이 남았을 뿐.
보여주고 싶은 건 건조한 감정 속에서 소리들의 고저다.


라는 세 문장으로 시작한 글은 소설의 첫 장면부터 떠오르는 대로 달렸다.

4천자를 넘도록 쉬지 않고 움직이던 손가락은 클라이막스를 맴돌고 있었다.

의문점들은 어느새 자리를 잡고, 줄거리 위에 놓였다.


작가의 도피처는 결국 새하얀 화면, 글을 쓰는 공간이어야 한다.



-연휴에도 저장 완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