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름정원 Oct 02. 2023

웬수인가 하느님이 주신 최고의 선물인가?

 몇 년전 화성 남자와 금성 여자를 넘어서라는 책이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으며 인기였다남자와 여자는 뇌 구조부터 호르몬 분비까지 완전 다르기 때문에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마음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 요지다.

 한국은 결혼율과 출산율이 낮으면서 특이하게 이혼율이 높은 나라라고 한다

 과거에는 젊은 부부의 이혼율이 높았지만 지금은 연령대와 관계없는 것 같다.

놀랍고 안타까운 사실은 황혼 이혼이 점차 늘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일본에서 한 때 황혼 이혼이 늘어 간다고 하더니 우리의 현실이 되었다.

 배우자에 대한 불만을 아이들이 성장할 때까지는 참고 살다가 웬수가 되어 이혼한다고 한다얼마나 억눌렸으면 그럴까 싶어서 이해를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함께 살아온 세월을 생각하면 안타깝기만 하다


 

 예전에 한 모임에서 배우자의 장점과 단점을 10개씩 적어 보자고 했었다놀랍게도 장점 10개를 채운 사람이 한 명도 없었고 단점은 양말 뒤집어 벗는 것부터 시작해서 10개를 넘겨 칸이 부족할 지경이다장점은 큰 것에서 찾고 단점은 사소한 것부터 찾았다모두 화성 남자에 대한 기대치가 높은 것 같아 수준을 낮춰 사소한 것부터 적어 보자고 했는데도 많은 사람이 10개를 채우지 못했다너무 박한 점수가 놀랍지만 하나같이 배우자의 이해와 배려무관심을 꼽았다가장 큰 불만은 시댁과 갈등에서 아내를 이해해 주는 사람이 드물었다.

 우리 부부도 다른 집과 별반 다르지 않다불만스러운 단점을 생각하면 지금까지 같이 살고 있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첫 번째로 꼽으라면 시댁과 갈등이 생겼을 때 옳고 그름을 떠나서 한 번도 내 편이 되어 주지를 않은 남편이다다른 사람은 이해를 잘하면서 같이 사는 아내의 마음을 이해해 주는 것에 인색한 사람이다반대로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것처럼 시원하게 이해해 주는 고마운 남편이기도 하다여자들은 마음에 없는 말이라도 항상 내 편이 되어 이해해 주는 남편이 필요하다.     

 주위에 있는 남의 남편들은 이해심이 많고 아내를 위해 주는 멋진 사람처럼 보였다집안 일을 거들어 주기도하고 시댁과 문제가 생기면 앞장 서 막아주기도 한다우리집에서는 꿈도 꾸지 못하는 일들을 다른 집 남편들이 척척해 주는 것을 보고 부러워했다


 지인이 최근 참석했던 강좌에서 들었던 이야기를 전해 주며 어떤 사람이 자신의 배우자가 되는지 아느냐고 물었다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하나 같이 전생에 웬수라는 대답을 하며 모두 까르르 웃었다정답은 하느님이 내게 주신 최고의 선물이라면서 실천 사항으로 배우자에게 하루 한 번씩 말해 주라고 했다고 한다쑥스러운 것을 참고 남편에게 말하니  첫 반응이 "얼어 죽을"이였다고 한다. 그래도 실천해 보고자 커다랗게 적어 경대에 붙여 놓으니 오가면서 힐긋힐긋 쳐다보며 남편이 행복해 한다고 한다그 모습을 보니 재미있기도 하고 정말 최고의 선물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실천에 옮긴 지인도 대단하다

 나도 반응이 궁금해서 장난삼아 남편에게 말해 봤다. 남편은 "안 하던짓하면 죽는다니까 그냥 평소하던대로 해"라고 한다. 그래서 나는 실천하지 않기로 했다.

 생각지도 못했던 정답이지만 맞는 답인것 같다예전에는 아이들이 하느님이 주신 최고의 선물이라고 생각했다우리 가정의 기쁨과 웃음은 아이들에서 시작이 되었고 가장 커다란 행복과 즐거움을 내게 준 아이들이었다그런데 아이들이 모두 성장하니 그런 것 같지도 않다

 

 그 동안 멋지게 보였던 남의 남자들 중에는 나이를 먹으면서 이해심은 사라져 고집이 세고 자기 중심적으로 변한 사람들이 있다그런데 남편은 어느 때 부터인지 배려심이 생기며 아프면 제일 먼저 달려와 시중을 들고 무거운 것을 대신 들어 준다예전에는 무심했던 일들인데 많이 변했다정말 다행이다나를 위해서 이렇게 해 줄 사람이 이 세상에 또 어디 있을까 생각해 보니 정말 남편은 하느님이 내게 주신 최고의 선물이 맞는 것 같다아무래도 큼직하게 써서 책상에 붙여 놓고 남편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해야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