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의 또 다른 말은 시작이다.
지금으로부터 딱 1년 전, 나는 동네 작은 책방에서 글쓰기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그것은 ‘브런치 작가 4주 완성’ 수업. 방송작가로 활동하던 그 시절을 뒤로한 채 10년 만에 다시 글을 쓰려니 막막하고 어려웠던 나다. 곁에서 나의 창작활동을 지지하고, 도와줄 메이트가 절실했다. 처음에는 4주 안에 브런치 작가가 되는 것이 목표였다. 그런데 꼭지 세 개를 브런치스토리에 지원하고 나서 난 정말 허무하리만큼 신청 당일, 브런치 작가로 승인을 받았다. (2년 전에 어지간한 글은 퇴짜를 맞는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점점 브런치 작가의 문턱이 낮아진 것은 그저 내 느낌일까, 사실일까?)
브런치 작가 과정의 글쓰기는 자연스럽게 출간 작가 과정으로 넘어갔다. 전업주부 10년 차에 엄마로서, 여성으로서의 자아 찾기를 주제로 나는 나를 돌아보며, 나를 사유하고, 나의 취향과 욕구를 찾아나갔다. 매주 브런치스토리에 연재하며, 일주일에 1편 혹은 2편씩 꾸준하게 써 내려갔다. 그렇게 써 내려간 나의 글은 순식간에 마흔 편을 바라보게 되었다. 글감과 구성을 고민하며 책의 목차를 정리하고, 수정하는 일을 반복하며 올해 2월, 6개월 만에 끝내 나의 원고는 완성되었다. 그 후 투고부터 모든 과정은 이 브런치북에 자세히 기록해 두었다.
지난주, 나는 출판사로부터 저자 증정본을 받았다. PDF로 계속 들여다본 나의 원고를 책으로 받아보니, 참 마음이 복잡 미묘했다. 지난한 편집 과정을 겪었음에도 글을 좀 더 다듬어 볼 걸, 이런 내용을 추가했으면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하지만 아쉬움도 잠시, 뭐라 형용할 수 없는 기쁨과 감사가 차오름을 느꼈다. 부족한 글이지만 나의 글이 책으로 출판되는 경험을 살면서 몇 명이나 해보겠는가. 게다가 고스펙에 인지도 빵빵한 저명인사도 아니고 그저 평범한 전업주부인 내가 이 일을 해냈다는 사실에 내 자존감은 실시간으로 충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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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기다리고, 기다리던 나의 첫 책이 출간되었다. 현재 교보문고, 쿠팡 등에서 예약주문을 받고 있고, 바로 내일 17일부터는 오프라인 서점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합리적인 소비를 위해서는 미리 듣기, 미리 보기가 필수인 시대가 아닌가. 다음은 나의 에세이북 《엄마는 직업이 엄마예요?》의 일부를 소개해 본다.
이 이야기는 15세기 영국에서 최초로 시작되어 일 년에 한 바퀴를 돌면서
받는 사람에게 행운을 주었다는 그런 이야기가 아니다.
이 책을 읽게 된 것이 행운까지는 아니겠지만 적어도 이 책을 읽는 동안
여러분에게 작은 행복, 옅은 미소라도 선물하고 싶다.
이 이야기는 지금으로부터 39년 전,
대한민국 서울의 한 가정에서 태어나
아주 평범하디 평범한 삶을 살아온 한 여성, 나의 이야기다.
이 책에는 여느 에세이처럼 목숨이 위태로운 절체절명의 사건도,
길거리에 나앉을 만큼 생활고를 딛고 성공한 이야기도 없다.
대부분 단조롭고, 평탄하며, 때로는 적당한 우울과 희열이 교차했던
나의 일상이 전부다.
다만, 그래서 나의 이야기는 당신의 삶과 더 닮은 구석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 《엄마는 직업이 엄마예요?》 프롤로그 중에서
끝의 또 다른 말은 시작이라는 말이 있다. 아기를 출산하면 육아가 시작되듯이 나의 첫 번째 책이 출간되고 나는 출간 작가로서의 행보를 이어갈 계획이다. 아직은 어떤 글을 써볼지 고민을 거듭하고 있지만 내가 포기하지 않은 이상 이미 새로운 도전은 시작됐다고 선언하고 싶다.
앞으로 저의 새로운 도전에도 아낌없는 지지와 관심을 보여주시길 바라며, 이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의 건필을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