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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인연_1 07화

인연은 언제 끝나는가

01 인연에도 유통기한이 있을까요.

by 현루

우리가 만나는 모든 관계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자연스레 소멸하는 것인지, 아니면 어떤 인연은 영원히 지속되는 것인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인연이라는 개념은 우리 삶에서 늘 존재하지만,

그 지속성에 대해 깊이 고민하는 일은 흔치 않습니다.

시간을 기준으로 본다면 인연은 결국 소멸하는 운명을 피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인연의 본질은 단순한 시간의 흐름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인연은 본질적으로 ‘만남’의 의미를 넘어서 존재의 일부로 자리 잡습니다.

우리가 누군가와 맺은 관계는 단순한 사건이나 경험이 아니라 내면에 각인된 기억, 감정, 그리고 의식의 한 부분입니다.

그러므로 물리적인 단절이 있다고 해서 인연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넘어서 마음속 깊이 살아남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점에서 인연의 ‘끝’이란 무엇인지 다시 질문해야 합니다.

만약 인연에도 유통기한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시간의 흐름이나 만남의 횟수로 재단되는 것이 아니라 ‘의미의 지속성’으로 규정되어야 합니다. 인연이 살아있다는 것은 그 관계에 담긴 의미와 감정이 계속 현재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는 뜻입니다.

관계가 소멸되었다고 느껴지는 순간도, 그 인연의 흔적은 여전히 우리 내면 어딘가에 남아 우리의 생각과 선택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은 인연을 단순히 ‘만남과 헤어짐’이라는 이분법으로 나누는 것을 넘어서게 합니다.

인연은 끊임없이 변화하며, 때로는 거리를 두고, 때로는 다시 가까워지기도 하는 복잡한 유기체와 같습니다. 그 지속과 소멸 사이의 경계는 뚜렷하지 않고, 각자가 느끼는 인연의 강도와 의미에 따라 달라집니다.

우리가 인연을 바라볼 때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그것을 시간적 제한에 가두지 않는 일입니다. 오히려 인연의 본질은 시간의 굴레를 벗어나 존재하는 ‘의미의 흐름’에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인연은 짧은 순간에도 강렬한 울림을 남기고, 긴 시간에도 무의미해질 수 있습니다.

이런 모순은 인연의 본질이 단순하지 않음을 말해줍니다.

또한 인연의 끝은 결코 부정적인 의미만을 담고 있지 않습니다.

인연의 종결은 변화를 수반하며, 때로는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인연이 끝나는 순간, 우리는 성장하고 변화를 겪으며, 다른 형태의 관계나 새로운 인연으로 나아갈 준비를 하게 됩니다.

따라서 인연의 유통기한은 단절의 의미만이 아니라, 삶의 변화와 연결되는 중요한 지점입니다.

이렇듯 인연의 유통기한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관계의 ‘의미 지속성’과 ‘내면의 선택’에 의해 결정됩니다.

우리는 의식적으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어떤 인연을 유지하고자 하며, 어떤 인연은 내면에서 자연스럽게 사라집니다.

이 과정에서 인연은 삶의 무게를 덜어주기도, 때로는 짐이 되기도 합니다.

결국 인연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시간과 관계, 기억과 의미의 상호작용을 깊이 성찰해야 합니다.

인연은 영원할 수도, 순간적일 수도 있으며,

그 사이 어디쯤에서 우리 존재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습니다. 그러므로 인연의 유통기한에 대해 고민하는 일은 곧 인간 존재의 본질과 삶의 의미를 탐구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사유는 우리에게 인연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합니다.

인연을 단지 만남과 헤어짐의 연속으로 보는 대신, 그 안에 깃든 의미와 마음의 흔적에 주목하는 태도입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인연의 시간적 유한성을 받아들이면서도, 그 깊은 의미를 잃지 않고

삶 속에 담아낼 수 있습니다.

이처럼 인연의 유통기한은 관계의 형태나 시간에 국한되지 않고, 우리 내면의 경험과 기억, 의미 부여의 과정 속에 자리합니다.

우리가 어떤 인연을 어떻게 기억하고 의미를 부여하는가는 그 인연이 ‘살아있는가’를 결정하는 열쇠가 됩니다.

인연은 그렇게 우리 삶에 깊이 스며들어 영속성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끝나지 않는 인연, 사라지는 인연, 그리고 다시 시작되는 인연. 그 모든 형태 속에서 인연은 끊임없이 우리와 함께 호흡하며 삶의 의미를 만들어갑니다.

인연의 유통기한을 생각하는 일은 결국 삶의 무상함과 의미, 존재의 시간을 사유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인연이 언제 어떻게 끝나든, 그 본질은 우리 내면 깊이 자리해 끊임없이 새로운 의미를 생성해 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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