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를 노래함
가을비를 노래함
細雨入孤窗 (세우입고창)
가느다란 비가 외로운 창가로 스며들고
寒聲添夜長 (한성첨야장)
차가운 소리가 밤을 더 길게 하네
燈影搖心底 (등영요심저)
등불의 그림자가 마음속을 흔들면
思隨滴水香 (사수적수향)
생각은 빗물의 향기를 따라 흩어지네
조용히 내리는 가을비가 외로운 창문 틈으로 스며듭니다.
그 소리는 차갑지만, 이상하게도 오래 머뭅니다.
흔들리는 등불의 그림자처럼 마음도 흔들리고,
결국 생각은 그 빗물의 향기에 실려 어디론가 흩어져버립니다.
《秋雨吟(추우음)》은 ‘가을비’를 매개로 한 내면의 정조(情調)를 그린 시입니다.
겉으로는 자연의 풍경을 묘사하지만, 실제로는 고독의 내면화를 그리고 있습니다.
첫 구절의 ‘가늘고 외로운 빗소리’는 존재의 외로움을,
둘째 구절의 ‘긴 밤’은 시간의 늘어짐을,
셋째 구절의 ‘등불 그림자’는 흔들리는 마음의 형상을,
마지막 구절의 ‘빗물 향기’는 기억의 잔향을 상징합니다.
즉, 이 시는 ‘비’라는 외부의 감각을 통해
내면의 사유와 회상의 진폭을 드러내는 한시적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가을비는 단순한 자연 현상이 아니라,
시인의 기억과 사유가 녹아내리는 마음의 비입니다.
이 시는 “고독은 흩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며드는 것이다”라는 명제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 스며듦은 단순히 젖음이 아니라, 기억이 내면에 스며드는 과정입니다.
《秋雨吟》은 그 ‘스며듦의 시간’을 담고 있습니다.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 등불의 흔들림, 그리고 차가운 공기 속에서 시인은 ‘잊지 못한 마음’을 다시 듣습니다.
글을 쓰는 이는 언제나 고독 속에서 자신을 마주합니다.
가을비는 그 고독의 목소리를 가장 섬세하게 들려주는 존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