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冬心如鏡(동심여경)

겨울의 마음은 거울처럼

by 현루


冬心如鏡(동심여경)

겨울의 마음은 거울처럼



氷窗映素心 (빙창영소심)
얼음 낀 창에 맑은 마음이 비치고


寒月洗塵思 (한월세진사)
찬 달빛이 번뇌를 씻어내네


靜夜無他語 (정야무타어)
고요한 밤, 다른 말 한마디 없이


孤魂對影知 (고혼대영지)
홀로인 혼은 그림자를 통해 자신을 알지니



해석



얼어붙은 창가에 달빛이 스며들면, 세상은 숨을 죽입니다.


그 순간, 밖의 추위보다 마음의 고요가 더 깊게 내려앉습니다.


달빛은 세속의 먼지를 씻어주고, 거울 같은 창에는 오직 ‘나’의 그림자만이 비칩니다.

아무 말 없는 밤, 나는 그 그림자에게 말을 걸어봅니다.


“너는 여전히 나를 알고 있느냐”라고.
그러면 그림자는 잠시 떨리다 고요히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때 깨닫습니다.
진실은 언제나 외부가 아니라, 내 안의 거울 속에 있다는 것을.


전체 해설



이 한시는 겨울이라는 계절적 배경을 통해 자기 성찰의 시간을 노래합니다.


‘겨울의 마음은 거울과 같다’는 제목처럼, 모든 것이 멈춘 계절 속에서 인간은 내면을 마주하게 됩니다.

첫 구절(氷窗映素心) 은 차가운 유리창을 통해 투명해진 ‘마음’을 비유합니다.


세속의 번뇌가 식은 뒤 드러나는 순정한 심성입니다.

둘째 구절(寒月洗塵思) 은 달빛이 먼지를 씻듯, 고요 속의 사유가 일상의 혼탁을 정화하는 순간을 표현합니다.

셋째 구절(靜夜無他語)에서 시는 완전한 침묵으로 들어갑니다.


모든 말은 멈추고, 남는 것은 ‘내면의

대화’뿐입니다.

넷째 구절(孤魂對影知)는 존재의 근원을 응시하는 구절입니다.


그림자를 바라보며 자신을 인식하는, 즉 자아와 자아의 대면을 뜻합니다.




작가의 의도


겨울은 ‘끝’이 아니라 ‘비춤의 계절’입니다.


모든 소리가 멎고, 모든 색이 사라진 뒤 비로소 보이는 내면의 맑은 거울이 있습니다.


그 거울 속에서는 화려한 꿈도, 허황한 욕망도 모두 식어버리고, 단지 ‘나’라는 존재의 맨 얼굴만이 남습니다.

이 시는 그 고요 속에서 자신을 비추는 마음의 거울을 형상화했습니다.


글을 쓰는 자에게, 혹은 살아가는 모든 이에게 겨울은 “잠시 멈추어 자신을 비추는 시간”이 되어야 함을 전하고자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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