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손톱을 깎으면 귀신을 부른다거나 뱀이 나온다는 말을 듣고 자랐다. 하지만 어머니와 할머니 모두 왜 그런지에 관해서는 속 시원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이유를 물으면 좋지 않은 거니까 하지 말라고 주의를 줬다. 때론 대낮에 깎으면 될 일을 굳이 밤에 왜 깎느냐며 언성을 높이셨다. 딱히 이유를 알고 싶은 것도 아니어서 그 말은 속절없이 잊혔다.
나오키상 수상 작가 고이케 마리코는 《달밤 숲 속의 올빼미》에서 윗글, '밤에 손톱을 깎으면' 뒤에 붙는 문장을 정확히 구현해 냈다. 문맥상 마리코의 문장이 훨씬 군더더기 없어 보였다. 세부적인 사실 확인은 딱히 하지 않았다. 뜻이 통하면 의문은 사라지는 법이라고 어딘가 있을 법한 말만 주워 담았다. 그마저도 사람의 일이라 충분히 뒤죽박죽이 될 수 있을 텐데, 그렇게 되면 혼선은 얼마간 더 빌미를 얻을 게다.
밤에 손톱을 깎으면 소중한 사람의 임종을 지킬 수 없게 된다. 폐암으로 세상을 먼저 뜬 마리코의 남편은 '손톱은 반드시 낮에, 햇볕 아래에서만 깎았'다. 마리코는, '손톱은 꼭 밤에 깎았고, 손톱을 깎는 동안 다른 생각에 빠져 있기 때문에 불길하고 말고 할 것도 없었'다. 그는 가고, 그가 남았다. 그는 사랑하는 사람의 임종을 지켜보지 못했다. 그는 어땠을까? 오가는 걸 모르는 건 계절뿐이 아니다. 인생도, 뭇별도, 비록 허접한 시일망정 그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