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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고릴라 실험'이 가리키는 '무주의 맹시'

인지 착각에서 벗어나려면 균형 잡힌 시각 필요

by 콩코드 Jan 20.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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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가 불투명할 때는 섣불러 보이는 것에 의존하지 않는 게 좋다. 자칫 전원 몰살될 수도 있는 그 시각 어느 때보다 동공을 크게 벌려야 한다는 것, 안다. 혹시 알아 차린 부분이 있나 싶어 눈을 더 크게 뜨고 사태를 주시하려는 뜻을 나무랄 생각 없다. 다만 그 행위가 오히려 사태를 더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 관해서 주의가 필요하다.



눈을 크게 틀수록 바로 앞의 장면을 또렷이 볼 수 있다. 사실을 명료하게 확인하는 데 그만한 방법이 없다. 시급한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럴 것이다. 그것에도 한계는 있다. 눈앞의 장면은 전체의 일부분이라는 점에서 주변을 함께 보아야 그 의미를 정확히 알 수 있다. 사물을 뚫어져라 보는 이유는 단순히 사실확인에 그치지 않는다. 사실 너머의 배경, 상황, 결부된 이해관계, 사건 등을 통해 상황을 해석하려는 뜻에서 눈앞의 사물을 맹렬히 지켜보는 거 아닌가.



보이지 않는 고릴라 실험이 가리키는 무주의 맹시. 균형 잡힌 시각 필요성 알려



1999년 하버드 대학교의 두 심리학자 크리스토퍼 차브리스와 대니얼 사이먼스가 충격적인 실험을 진행한다. 이름도 유명한 보이지 않는 고릴라 실험.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에게 간단한 미션이 주어졌다. 참가자들이 지켜보는 화면 속에는 두 팀이 농구공을 주고받고 있었다. “흰색 유니폼을 입은 팀의 패스 회수를 세세요.” 참가자들이 패스를 세는 동안 화면에 고릴라가 등장한다. 놀랍게도 참가자 절반 이상이 고릴라를 알아채지 못했다. 참가자들이 패스 회수를 세는 데 집중하느라 고릴라의 존재 자체를 인식하지 못한 것이다, 이 현상을 심리학에선 ‘무주의 맹시(Inattentional Blindness)’라고 한다.



어떤 것에 몰입할 때 우리의 뇌는 자신이 정한 확고한 목표 외에 다른 상황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보려는 것만 보는 속성이 우리에게 있다는 것이다. 이를 편향이라는 말로 바꿔 부르기도 한다. 화면에 등장하는 인물이 테러범이라면 어떨까? 아예 장면을 바꿔 그 고릴라가 선량한 시민 사이를 오가는 테러범이라면? 당신은 테러범을 즉각 사살하고 선량한 시민을 구할 수 있을까? 제아무리 명사수라도 자신하기 어렵다.



우리의 주의력은 보기보다 제한적이다. 단순히 고릴라를 못 본 차원을 넘어 결정적 오판을 부르거나 조장하는 맹시 혹은 편향은 극복되어야 마땅하다. 주변을 살피는 균형 잡힌 태도가 특히 많이 요구되는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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