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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포도의 첫 번째 여행’

테루아와 기후의 교차점

by 콩코드


와인의 이야기는 포도의 첫 번째 여행에서 시작됩니다. 상상해 보세요. 작은 포도알 하나가 땅속에서 자라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그것이 와인 한 병으로 변화할 때까지, 이 포도는 어떤 여정을 거칠까요? 포도는 그저 땅에서 자라나는 열매에 불과할까요, 아니면 그 안에 시간이 담긴 한 편의 서사가 숨어 있을까요?


포도밭의 비밀: 자연이 만들어낸 맛의 지도

포도는 그 어떤 작물보다 특별한 존재입니다. 그 작은 열매 속에는 수백 년의 역사가 담겨 있습니다. 포도가 자라는 곳, 즉 ‘테루아(terroir)’는 포도 품질의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테루아는 단순히 땅의 특성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기후, 토양, 풍향, 그리고 심지어 그 지역의 문화와 사람들의 손길까지 모두 포함된 개념입니다. 포도 한 송이가 자라기 위한 조건은 매우 세심하고 복잡합니다. 따뜻한 햇살과 차가운 밤의 공기, 그리고 적당한 비가 필요한데, 과연 이러한 조건을 모두 맞추기란 쉽지 않습니다.


한 송이 포도는 이렇게 복잡한 환경 속에서 자신의 첫 번째 여행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 여행의 첫 번째 목적지는 바로 ‘포도밭’입니다. 포도밭은 마치 하나의 거대한 실험실과 같습니다. 그 안에서 포도는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더 풍부하고 깊이 있는 맛을 만들어냅니다. 포도가 자라는 과정은 마치 생명의 여정처럼,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합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기후’입니다. 기후는 포도의 맛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입니다. 이곳에서 자란 포도는 그 지역의 기후 특성을 그대로 반영하게 됩니다. 포도가 받는 햇살, 비, 바람의 양은 모두 와인의 성격을 좌우하는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죠.


기후와 운명의 만남: 포도의 첫 번째 시험

와인 전문가들이 말하는 “빈티지”란 바로 그런 의미에서 중요합니다. 특정 해에 자란 포도는 그 해의 기후와 환경에 따라 각기 다른 맛을 가집니다. 2015년 빈티지와 2016년 빈티지의 와인이 다르게 느껴지는 이유는 그 해의 기후 조건이 달랐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포도의 여정은 단순한 성장 과정이 아니라, 자연의 시간과 기후가 만들어낸 역사적 사건들이 포도알에 깊이 스며드는 과정입니다.


테루아의 신비: 포도의 운명을 결정짓는 땅과 하늘

포도는 자신이 자라나는 토양을 ‘느낍니다’. 비옥한 토양에서 자란 포도는 그만큼 더 풍부한 맛을 지닐 수 있습니다. 하지만 때로는 극단적인 환경 속에서 자란 포도가 독특한 맛을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스페인의 리오하 지역의 포도는 알프스의 차가운 바람과 강한 일조량에 의해 독특한 향미를 가집니다. 그 향미를 한 모금 마시며, 우리는 그 지역의 자연을 그대로 맛봅니다.


포도가 처음으로 겪게 되는 중요한 순간은 바로 ‘수확’입니다. 이때는 마치 인생의 중요한 전환점을 맞이한 것처럼, 포도는 본격적으로 변화를 시작합니다. 수확은 단순한 과정을 넘어, 포도의 운명을 결정짓는 중요한 시점입니다. 포도는 수확이 되기 직전에 정점을 찍고, 이제는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한 준비를 마칩니다. 여기서부터는 사람의 손길이 필요합니다. 포도를 수확하고, 그 포도를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와인의 품질을 결정짓는 중요한 부분이 됩니다.


수확의 순간, 포도가 맞이한 변화의 문턱

포도가 그 여정을 마치고 와인으로 변해가는 과정에서, 이 작은 열매는 이제 두 번째 여행을 시작합니다. 그 여행의 목적지는 바로 ‘양조장’입니다. 수확된 포도는 양조장으로 이동해, 그곳에서 새로운 형태로 변하게 됩니다. 포도는 이제 자신의 본래의 모습에서 벗어나, 와인이라는 새로운 존재로 탈바꿈합니다.


포도의 첫 번째 여행은 그렇게 마무리됩니다. 그러나 와인의 여정은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포도밭에서 양조장으로 이어지는 이 여행은 단순히 포도가 와인으로 변하는 과정이 아니라, 와인의 깊이와 풍미를 만드는 또 다른 이야기의 시작입니다.




✨️ 작은 잔에 담긴 크고 깊은 세계


한 모금의 지식 ① — 와인잔의 곡선에는 이유가 있다

와인잔의 모양은 단순한 디자인이 아닙니다. 붉은 와인을 담는 잔은 넓고 둥글어 공기와의 접촉을 늘려 향을 끌어올리고, 흰 와인 잔은 좁고 길어 시원함을 오래 유지합니다. 샴페인 잔의 길쭉한 플루트 형태는 기포가 천천히 올라오게 해 생동감을 길게 즐기게 하죠. 잔 하나에도 ‘향기’의 과학이 담겨 있습니다.


한 모금의 지식 ② — 포도밭에서 들리는 음악

일부 와이너리에서는 포도나무에 클래식 음악을 들려줍니다. 이탈리아 몬탈치노의 한 와이너리는 “모차르트를 들은 포도가 더 잘 자란다”고 믿습니다. 과학적 근거는 아직 논란이지만, 식물이 소리에 반응한다는 실험 결과도 존재하죠. 와인을 마실 때 그날의 음악을 함께 떠올려보는 건 어떨까요?


한 모금의 지식 ③ — 나폴레옹과 샴페인의 인연

나폴레옹은 전투에서 이기든 지든 샴페인을 마셨다고 합니다. “승리했을 땐 축배로, 패했을 땐 위로로.” 검으로 샴페인의 병목을 따는 '사브라주'는 그의 기병대가 즐겨 했던 방식에서 유래했다고 하죠. 오늘날에도 결혼식이나 승진 파티에서 샴페인이 빠지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을지도 모릅니다.


한 모금의 지식 ④ — 와인의 ‘테루아’란 무엇일까?

테루아(Terroir)는 땅, 기후, 환경, 그리고 인간의 손길까지 포함한 와인의 ‘고향’을 뜻하는 말입니다. 같은 품종도 자란 곳이 다르면 맛이 완전히 달라지죠. 테루아는 와인을 ‘그곳의 이야기’로 만들어 줍니다. 와인을 마실 때, 그 맛이 ‘어디서 왔는가’를 상상해 보세요.


한 모금의 지식 ⑤ — 중세 수도사들이 지킨 와인의 품질

중세 유럽의 수도사들은 포도밭을 일구고, 해마다 수확량과 품질을 기록하며 와인 양조법을 체계화했습니다. 특히 프랑스 부르고뉴 지역은 시토회 수도사들 덕분에 와인의 성지로 거듭났죠. 그들의 조용한 헌신이 오늘날 최고의 와인을 탄생시킨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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