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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장: 거품 속 축제, 스파클링 와인의 세계

by 콩코드


‘펑.’

코르크가 튀는 소리는 언제나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처럼 들립니다. 기념일, 축하의 자리, 뜻밖의 재회, 혹은… 그저 기분 좋은 하루의 끝. 스파클링 와인은 특별한 날을 위한 것이 아니라, 어떤 날도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마법의 술입니다.


아무 일도 없는 평범한 수요일 밤, 냉장고 속에 조용히 기다리던 병 하나를 꺼내어 잔을 채우는 순간 조용하던 일상이 반짝이기 시작하죠. 마치 머리 위로 불꽃놀이가 터지는 듯, 와인의 거품은 입술을 간질이고, 마음은 어느새 설레는 방향으로 기울어갑니다.


프랑스 샹파뉴 지역의 바람 부는 언덕에서, 스파클링 와인의 역사는 시작됩니다. 기포가 생기는 이유조차 몰랐던 시절, ‘우연히’ 발효가 두 번 일어나면서 잔 안에 거품이 피어오르기 시작했죠. 그 기포는 실수였고, 혼란이었고, 때론 "악마의 술"이라 불리기도 했지만, 사람들은 곧 깨달았습니다. 이 거품 안에는 기쁨과 경쾌함, 그리고 반짝이는 생의 감각이 담겨 있다는 것을요.


시간과 자연이 빚은 우연은, 그렇게 축제가 되었고, 전통이 되었고, 결국 하나의 문화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수세기가 지난 지금, 우리는 여전히 그 작은 기포 안에서 삶의 놀라움을 마주합니다.

샴페인은 종종 우아하고, 카바(Cava)는 스페인 햇살처럼 자유롭고, 프로세코(Prosecco)는 부드러운 사랑 고백 같고, 람브루스코는 흥겨운 노래처럼 톡 쏘죠. 모두 같은 거품을 품었지만, 기포의 크기, 속도, 그리고 올라오는 방식까지 제각각입니다. 마치 웃음의 종류가 다르듯 가볍게 피식 웃거나, 배꼽을 잡고 웃거나, 입꼬리만 살짝 올려 미소 짓는 것처럼요.


그 미세한 차이들이 우리를 매혹시킵니다. 누군가는 섬세하고 지속적인 기포를 좋아하고, 누군가는 순간적으로 팡 터지는 활기찬 기운을 찾습니다. 잔에 담긴 와인은 그 사람의 성격을 닮아 있기도 하죠. 조용한 사람은 조용한 샴페인을, 발랄한 이는 거침없는 프로세코를 찾듯이요.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이 거품 나는 술을 그렇게 사랑하게 된 걸까요? 아마도 그건, 거품이 바로 순간의 예술이기 때문일 거예요. 눈앞에서 피어올라 사라지는 그 반짝임, 사라질 걸 알면서도 그 순간을 즐기는 마음. 스파클링 와인은 '지금'이라는 시간에 몰입하게 만듭니다. 잊지 못할 밤, 첫 키스, 친구들과의 환한 웃음… 그 순간을 봉인한 듯한 술이니까요.


시간이 지나도, 기억은 잔 속에 아롱아롱 맺혀 있습니다. 코르크를 여는 손끝의 긴장감, 첫 잔을 기울일 때의 떨림, 거품이 코끝을 간지럽히던 그 순간까지. 마시지 않아도, 그날의 빛과 온도, 목소리와 표정이 함께 떠오릅니다.


그리고 우리는 어느 날 문득, 이유 없이 샴페인을 따기도 합니다. 작은 성공, 괜찮은 하루, 혹은 그냥 살아 있는 기쁨.

“그냥, 오늘이니까.”

그 말이 어쩌면, 스파클링 와인을 마시는 가장 멋진 이유일지도 모르죠.


누군가는 말합니다. 스파클링 와인은 너무 금방 사라져 버린다고. 하지만 바로 그 점이 우리를 끌어당깁니다. 금세 꺼지는 불꽃놀이처럼, 짧은 여운이 오히려 더 짙은 기억을 남기듯이.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거품은 머지않아 사라지지만, 그날의 기억은 오래 남는다는 것을요. 그리고 그 기억은 다음 잔을 부르게 하죠. 다음 축제, 다음 만남, 다음 설렘을 기다리게 만듭니다.


그래서 스파클링 와인은 단순한 술이 아닙니다. 인생에 들이붓는 반짝이는 불꽃같은 것.

매일이 축제가 될 수 있다는 가볍고도 깊은 믿음입니다.


와인 속의 세계, 지역이 빚어낸 거품의 이름들


스파클링 와인을 마신다는 건, 결국 한 지역의 하늘과 땅과 바람을 마시는 일입니다. 그곳의 기후와 토양, 사람들의 방식과 삶의 속도까지 모두 작은 거품 안에 녹아 있습니다. 같은 포도라도, 어디에서 어떻게 자랐는지에 따라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니까요. 이제 우리는 잔을 들고, 세계의 몇 군데를 살짝 돌아보려 합니다. 거품 속에 숨겨진 문화와 기쁨의 조각들을 따라가며요.


<샴페인 Champagne (프랑스)>

스파클링 와인의 왕이자, 모든 거품의 기원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이름. 프랑스 샹파뉴 지역은 아침 안개와 석회암 토양, 엄격한 규칙으로 빚어진 우아함의 정수입니다.

여기선 오직 샤르도네, 피노 누아, 피노 뫼니에 세 품종만이 샴페인이라는 이름을 가질 수 있습니다. 섬세한 기포는 마치 클래식 음악의 현악 4중주처럼 조용히 마음을 감싸고, 혀끝에서 천천히 터지며 시간을 유예시킵니다.

어울리는 순간: 연말의 마지막 밤, 흰 셔츠를 입고 건배하는 자리. 혹은 고요한 방에서 혼자 여는 첫 잔.


<카바 Cava (스페인)>

태양이 내리쬐는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의 자부심. ‘샴페인보다 자유롭고, 프로세코보다 진중한’ 성격의 와인입니다. 주로 마카베오, 파렐라다, 자렐로라는 토착 품종으로 만들어지며, 짙은 과일향과 함께 시트러스한 상쾌함이 특징이에요. 이름처럼 “동굴(Cava)”에서 숙성되어, 어둡고 조용한 시간 속에서 거품을 키워냅니다.

어울리는 순간: 친구들과 열린 테라스에서, 낮술을 합법화시키는 웃음소리 속. 삶이 너무 무겁지 않다고 느껴지는 어떤 오후.


<프로세코 Prosecco (이탈리아)>

이탈리아 북동부 베네토 지역에서 태어난 이 기포는, 마치 봄날의 바람처럼 부드럽고 달콤합니다. 글레라(Glera) 품종으로 만들어진 이 와인은, 본래 ‘조금은 가벼운 사랑’ 같은 존재였죠. 큰 숙성 탱크에서 짧은 시간 발효되어, 신선하고 경쾌한 풍미를 가집니다. 복숭아, 사과, 꽃향기… 첫 입만으로도 미소를 짓게 만드는 스파클링 와인의 러브레터입니다.

어울리는 순간: 첫 데이트, 혹은 혼자 있는 봄날 오후. 꽃이 핀 도시의 공원 벤치.


<람브루스코 Lambrusco (이탈리아)>

북부 에밀리아-로마냐 지역에서 자란, 가장 흥겹고 낙천적인 와인. 적포도 품종 람브루스코로 만들어지며, 스파클링 와인임에도 진한 루비빛을 띱니다. 달콤하거나 드라이한 스타일로 나뉘며, 기름진 음식과 환상의 궁합을 자랑하죠. 와인잔보다는 뭔가 흥겹게 흔드는 축제의 잔에 더 어울릴 법한 분위기.

어울리는 순간: 시끌벅적한 저녁 식탁, 누군가 갑자기 노래를 부르기 시작해도 이상하지 않은 그런 밤.


<프랑차코르타 Franciacorta (이탈리아)>

샴페인과 같은 전통 방식으로 발효되지만, 그보다 따뜻한 기후에서 탄생한 이 와인은 보다 부드럽고 넉넉합니다. 이탈리아 롬바르디아 지방의 평온한 호숫가 마을에서 만들어지며, 고급 레스토랑의 셰프들이 사랑하는 스파클링이기도 하죠. 깊고 복합적인 향과 풍미 속에서, 이탈리아의 미각이 천천히 펼쳐집니다.

어울리는 순간: 책과 함께하는 정오의 식사. 혹은 오래된 연인과의 묵직한 건배.


잔 속의 여행을 마친 후

스파클링 와인을 마신다는 건 단지 거품을 즐기는 일이 아닙니다. 그것은 삶의 수많은 장면을 반짝이는 프레임 속에 담아내는 일이고, 어느 날 문득 그 잔을 다시 떠올리며 미소 짓는 미래를 만들어두는 일입니다. 우리의 잔은 각자의 기억을 안고 있습니다. 샹파뉴의 조용한 고백, 카바의 가벼운 춤, 프로세코의 봄바람, 람브루스코의 축제, 프랑차코르타의 여운. 그 잔들을 하나씩 채워가며, 우리는 오늘도 조금씩 더 살아 있습니다.


다음 장에서는, 좀 더 실용적이고, 동시에 감각적인 이야기로 넘어가 보려 합니다. 9장. ‘와인 리스트 읽는 법, 이름 속에 숨어 있는 풍미들’. 잔을 고르기 전, 메뉴판 위에서 벌어지는 작은 여행으로요. 이름만 보고도 어떤 맛인지 상상할 수 있다면, 와인은 훨씬 더 가까워질 거예요. 이번에는 와인을 마시기 전의 작은 모험, 즉, 메뉴판 위에서 시작되는 이야기입니다. 잔에 와인이 담기기 전, 우리는 이미 많은 선택을 하고 있다는 것, 알고 계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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