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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보라 Oct 30. 2022

조직검사

총 맞은 것처럼

맘 카페의 도움을 받아(가끔 맘 카페를 언론에서 부정적으로 묘사하지만, 성숙한 사람, 좋은 정보, 위로의 글도 많다.) 조직검사가 가능한 유방 외과를 찾았다. 생각보다 예약이 쉽지 않음에 놀랐다. 한 달 후에나 예약이 가능한 곳도 있었다. 아플 때 무작정 가서 기다려도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내과나 이비인후과랑은 달랐다.(유방질환 환자가 이렇게 많단 말이오?) 최소 2주 이상 기다리라고 했으나 운 좋게 다른 사람이 취소한 자리를 잡았다.      



병원 가는 날 아침, 창밖을 보니 새들이 경쾌하게 지저귄다. 너희들은 유방이 없어 좋겠구나. 부럽다. 인간은 왜 포유류이며 젖을 먹어야 한단 말인가. 마음의 헛소리가 튀어나왔다.      



유방외과 선생님은 친절했다. '유방에 마취 주사를 놓은 후 의심되는 멍울 부위에 굵은 바늘을 총처럼 쏴 여러 개의 조직을 채취한다'라고 자세히 설명해 주셨다. 가운을 갈아입고 수술실로 들어갔다.


      

드디어 총을 맞을 시간.      


의사 선생님의 나긋한 목소리가 들린다.      


"9시 방향이요."     


허걱. 총을 쏜 위치인가 보다.     


간호사 선생님이 차가운 소독액으로 내 가슴을 닦는다. 극강의 공포가 몰려온다. 속으로 기도했다. 하나님, 제발 안 아프게 해 주세요. 그렇게만 해 주시면 제가 미워했거나 우습게 여겼거나 뒷담화했던 모든 이들을 앞으로 축복하며 살겠습니다. 으흑흑흑...          

     

“자, 소리 큽니다. 놀라지 마세요. 탕.”     


[탕, 탕!] 


두 발의 총성(?)이 울렸다. 다행이다. 생각보다 통증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자, 다시 한번 갑니다. 탕.”          


[탕!! 탕!!]     


윽! 이번엔 아프다. 


“서, 선생님. 두 발 중 첫발이 좀 아픈데요.”     


“아, 거기가 마취약이 잘 안 닿는 곳이라서 그래요. 원래 거긴 좀 아픈데 미리 아프다고 하면 긴장하실까 봐... 자, 또 갑니다. 탕.”     


[탕! 탕!]     


이렇게 총 6발을 맞고 나는 장렬히 전사 아니 조직검사를 끝냈다.     


간호사님은 단단하고 돌멩이 같이 생긴 물건을(이름은 모르겠으나 지혈을 위한 도구 같다) 상처 부위에 올린 후, 밴드로 고정했다. 가슴 전체를 동여매고 서 있는 내 모습은 총상 입은 전쟁 용사 같았다.          


지혈이 잘 되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20분을 대기실에서 기다렸다. 이상 없으면 귀가다.

     

마취가 풀리면 엄청 아프다는 후기를 읽어서 미리 타이레놀을 샀다. 뻐근하긴 했지만 견딜만했다.     


어쨌든 조직 검사를 마쳤다. 결과는 일주일 후에 나온다. 앞으로 7일. 어떻게 마인드 컨트롤하며 기다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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