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사기 어려운 이유는 자본주의가 너무 잘 작동해서?
요즘 많은 이들이 이렇게 말합니다.
“이젠 월급으로는 집도 못 사고,
삶을 유지하기도 벅차다.”
그 말에 담긴 분노와 좌절은 진심입니다.
그러나 이 말속엔 우리가 간과하는 전환점 하나가 숨어 있습니다.
혹시, 우리가 살아가는 이 자본주의 시스템이
실패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정교하게, 그리고 치밀하게 작동 중인 것은 아닐까요?
자본주의는 단순한 경제 체계가 아닙니다.
그것은 결핍을 전제로 한 순환 시스템입니다.
우리는 소비해야 하고,
그 소비는 생산을 자극하며,
생산은 노동과 자본을 축적하고,
이 모든 과정은 이윤 창출로 귀결됩니다.
이 순환의 엔진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인플레이션’**입니다.
인플레이션은 단지 가격이 오르는 현상이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에게 이런 믿음을 심는 장치입니다:
“지금 가진 돈으로는
미래를 살 수 없다.”
이 믿음은 우리를
현재의 노동, 소비, 움직임으로 몰아넣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멈출 수 없게 됩니다.
더 벌어야 하고, 더 사야 하고, 더 앞서야 하죠.
‘월급만으로는 살 수 없다’는 인식은
자본주의 시스템이 우리 안에 내면화된 증거입니다.
그 결핍감은 사람들을 두 방향으로 밀어 넣습니다.
더 많은 수입을 추구하게 합니다
부업, 투자, 자산 증식, 재테크
소비를 조급하게 만듭니다
지금 사야 싸다
앞으로는 더 비싸질 것
이처럼 인플레이션은 단지 통계가 아니라,
우리 삶의 의미구조와 감정의 리듬을 결정하는
철학적 장치이기도 합니다.
들뢰즈와 가타리는 『천 개의 고원』에서 말했습니다:
“욕망은 체계 너머를 열망하면서도
결국 체계 안에 자신을 정착시킨다.”
오늘의 우리는
더 나은 삶을 갈망하면서도
자본주의 안에서만 그 욕망을 실현하려 합니다.
그 안에서 출구를 찾고,
그 안에서 저항하고,
그 안에서 살아남을 전략을 고민합니다.
그런 점에서 자본주의는
단순한 경제 체계가 아닙니다.
그것은 삶의 리듬,
사유의 구조,
존재 양식을 설계하는 철학입니다.
그리고 그 철학은
우리를 늘 불만족스럽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더 많이 일하고,
더 조급해지고,
더 불안해지고,
더 소유하려 하고,
더 빨리 움직이게 될수록…
자본주의는 그 목적에 더 가까워집니다.
멈추지 않게 만드는 것.
그 자체가 시스템의 작동 원리입니다.
변화/발전을 먹고 자본주의는 유기체처럼 자랍니다.
“월급으로는 집도 못 산다.”
“물가는 계속 오르는데 내 월급은 그대로다.”
“지금 안 사면 더 비싸진다.”
이 모든 감각은
자본주의 시스템이 실패했다는 신호가 아닙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시스템이 본래 의도대로
정교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우리가 멈추지 못하는 이유,
그리고 그 리듬 속에서 어떻게 살 것인지는
이제 우리 각자의 질문으로 남습니다.
자본주의는 실패한 것이 아니라,
너무 잘 작동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