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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윤 Jan 13. 2024

사카모토 유지 X 고레에다 히로카즈 <괴물> 리뷰

관점에 따라 달리 보이는 사실

1.

영화 '어느 가족' 이후부터 고에레다 히로카즈 감독은 내 최애 감독이 되었다. 개봉 몇 주 전부터 그의 신작을 영화관에서 만나기만을 고대하고 있었다. 그리고 놀라울 정도로 감동한 영화였기 때문에 서론은 줄이고 감히 한 줄로 이 영화를 정립하고 싶다. 무심코 뱉은 말들이 진실이 되고, 그 오해가 그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이 된다. 그렇게 상대는 괴물이 되고 나도 괴물이 되는 말의 무게를 실감하게 하는 영화다. 감히 2023년 인생작이라 말한다.






2.

좌 미나토, 우 사오리

괴물은 사오리, 호리, 미나토/요리의 시점으로 각 3장 구조를 가진다. 그리고 나는 두 가지의 키워드를 떠올렸는데, 말과 관점이다. 이 두 키워드로 중심으로 잡음이 생기기 시작한다. 악의를 가지지 않고 무심코 뱉은 말도 공격이 되고 누군가는 피해자가 된다. 성 정체성으로 혼란이 겪는 미나토는 말한다. "난 아버지처럼 될 수 없어." 아버지처럼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사오리의 평범한 말이 미나토에겐 폭력이었고, 살아생전 미나토 아버지의 직업은 바로 남성성의 상징인 럭비 선수였다.






3.

영화를 보는 내내 괴물을 찾기 바빴던 나를 반성한다.

말은 입과 입을 통해서 와전된다. 괴물에는 이 말로 인해 피해를 보는 세 명이 있는데, 1장 호리는 걸즈바에 다니는 문란한 선생이라는 소문에 휩싸인다. 사오리는 미나토가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는 정황을 포착하고, 다소 행동이 이상한 호리를 불순한 사람으로 낙인찍는다. 걸즈바라는 편견 하나로 그 사람이 어떠한 행동을 해도 불순할 것이라는 관점이 생겨버린 것이다. 그 편견만큼 그 사람을 대한다.


다른 한 명은 차에 치여 죽은 손자로 인해 휴식하고 돌아온 교장이다. 호리는 실질적으로 악의적인 선생님이 아니었지만, 학교 측은 교육위원회의 처벌이 두려워 강압적으로 그의 해명을 무마시킨다. 제 뜻대로 행동할 수 없는 호리는 불만만 쌓여가는 와중 동료 교사로부터 실은 죽은 손자가 교장선생님의 실수라는 '소문'을 전달한다. 결국에 정직 처분을 받은 호리는 교장과 학교에 분노케 된다. 그러나 후반부에 미나토와 대화 중 자신도 거짓말을 했다는 대사로 봤을 땐 교장이 죽인 것이 맞다는 판단이 선다. 끝까지 좀처럼 알 수 없는 미스터리한 캐릭터였다.






4.

폐전철은 평범함을 강조하는 어른들의 시선을 벗어난 둘만의 놀이터이다.

마지막은 아버지에게 지속해서 돼지의 뇌를 가진 괴물로 취급받는 요리이다. 요리는 말 그 자체를 받아들이고 본인은 돼지의 뇌를 가졌으며, 다가오는 미나토에게 자신이 병이 옮는 것이 두렵지 않냐고 말하기도 한다. 아버지의 오랜 학대로 인해 본인은  돼지의 뇌를 가졌다는 고정관념 속에 살아간다. "너는 돼지의 뇌가 아니야."라는 미나토의 말에도 요리는 자신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지 못한다. 이런 요리는 주변 친구들에게도 심한 괴롭힘을 당하지만, 남자다움을 강조하는 호리에게 아무 말 하지 못한다. 작 중 제일 가슴 아픈 캐릭터이다.






5.

3장에 다다르고 나서야 결국 다른 관점들로 인해 서로서로 괴물로 치부한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싱글맘 사오리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아이를 괴롭히는 학교가 괴물일 것이고, 호리의 입장에서는 학교의 딱딱한 수직 구조적인 시스템과 자기 직장을 잃게 한 사오리 그리고 폭력 교사로 낙인찍어버린 사회가 괴물이 된다. 미나토/요리의 입장에서는 어른들의 상식적이고 틀에 짜여있는 구조를 괴물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6.

괴물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을 꼽자면 한 사람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풀어낼 때는 의도가 굉장히 분명하지만, 여러 사람의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그 사실이 굉장히 모호해진다는 것이다. 1장의 호리는 미나토에게 폭력을 행사했고, 악의적이었으며 불순한 선생님으로 판단이 선다. 사오리 '한 사람'으로서의 시선으로 말이다. 하지만, 호리가 정직 처분을 당하고 난 후 2장이 시작되면서부터는 반전의 이야기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추억은 다르게 쓰인다는 말을 알 것이다. 이처럼 사람은 하나의 세계가 아니라 각각의 머릿속의 세계에 존재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하나의 사실 아래에서 사람마다 다르게 해석되며 전혀 다른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다. 나는 살아오면서 타인의 감정을 100% 이해할 수 없더라는 생각을 자주 해왔는데, 괴물을 통해 다시 한번 통감했다.






7.

호리를 바라보는 동료들. 이게 바로 우리의 모습

그렇다 우린 모두 괴물이다. "우리 애가 그럴 리 없는데..", "우리 개는 안 물어요." 자기 안으로 굽는 자식은 과잉적으로 보호하면서 남은 쉽게 깎아내리는 세상이다. 다시 한번 돌아보라. 과연 나만 또는 내 사람만 선한가? 감독은 우리 스스로가 괴물이 아닌지를 돌아보게 만든다. 내로남불. 이 단어가 떠올랐다. 자신의 세계에서 벗어나 잠시 상대의 입장에 서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사람은 자신이 피해자라고 생각하는것엔 매우 민감하지만, 
가해자라고 깨닫는것은 어렵다."
- 사카모토 유지 (각본가)





P.S.1  고인이 된 <류이치 사카모토>의 마지막 영화 참여작이다. 괴물을 통해 뒤늦게 Aqua란 곡을 알게 돼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위 재생 버튼 누른다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P.S.2 상처라는 공통 분모를 가진 미나토와 교장은 음악실에서 호른을 불며 응어리를 쏟아내는 씬은 가장 명장면으로 꼽을 수 있다. 보통 악기를 분다고 표현하지만, 쏟아낸다는 표현이 더욱 어울린다. 아픔을 가진 둘이 자연스럽게 마주쳐 말할 수 없는 것을 대신해 악기를 불어내는 생각을 어떻게 해냈을까. 대단하다!


P.S.3 이동진 평론가와 고레에다 감독의 대담 영상이 있는데 영화를 보고 나서 보면 유익한 시간이 될 것이다. 다르게 눈이 뜨이는 것들이 많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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