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길은 기억을 담고, 도시는 삶을 품는다.
수십 년, 수백 년의 시간이 흘러가며
사람들이 지나가고, 머물고, 떠나간 자리마다
도시에 무늬가 한 땀 한 땀 새겨졌다.
군산의 시간은 그보다 훨씬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땅 위에는 공룡의 발자국이 찍혀 있고,
바닷가에는 선사시대 패총이 쌓여 있으며,
삼한시대의 유물들이 이 도시의 뿌리를 증언한다.
자연의 세월과 인류의 역사가 겹겹이 쌓이며
군산은 이미 오래전부터 시간의 무늬를 품어왔다
흉터인 듯, 훈장인 듯 이 도시에 아로새겨진 무늬.
그 이중의 무늬는 아픔이면서도
동시에 삶을 이어낸 증표였다.
해망굴은 수탈의 통로였으나 피난의 숨길이 되었고,
철길은 착취의 상징이었으나 서민의 생활길이 되었다.
낡은 건물들은 영화 속 장면으로 되살아나고,
시장은 지금도 사람들의 체온과 목소리로 살아 있다.
이 도시의 결은 단순한 흔적이 아니다.
누군가에겐 피난처,
누군가에겐 생계의 터전,
또 누군가에겐 아픔이자, 희망의 출발점이었다.
겹겹이 쌓인 시간은 흐르면서도, 지워지지 않았다.
오히려 도시의 얼굴에 또렷이 새겨져
군산만의 향을 머금게 했다.
「블렌딩의 도시, 군산에 취하다」 제3부 이야기는
겹겹의 삶이 남겨놓은 무늬를 더듬는다.
도시와 길, 건물의 틈 사이에서 여전히 숨 쉬는 기억들을 찾아
군산이라는 도시가 어떻게 삶을 품고 있는지 살펴보려 한다.
오늘도 군산의 길과 건물, 그리고 사람들 속에는
새로운 시간이 흐르고, 또 하나의 무늬가 새겨지고 있다.
#군산 #군산여행 #임피역 #패총 #선사시대 #유물 #공룡발자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