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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운용 Apr 22. 2024

3.하고 싶은 말

(소설) :  마음으로 쓰는 편지 - 아빠 안전벨트 매

제목 : 아빠! 안전벨트 매


3. 하고 싶은 말

3-1 동네 형 ○○이


어릴적 한동네에 정신지체장애를 가진 이웃집 형이 살고 있었는데 나와는 거의 매일 아침 저녁으로 마주쳤습니다. 나이는 나보다 예닐곱살은 더 많았지만 학교를 다니지 못했습니다.


1970년대 초, 그때는 특수학교나 복지시설이란 걸 잘 알지도 못했을 뿐아니라 시골사람들은 행여나 장애인시설을 이용하려엄두를 낼 형편도 아니었습니다.


○○이 형은 자신의 부모님들이 논밭으로 일을 나가고 나면 하루종일 동네 이곳 저곳을 뛰어 다니는게 주된 일상이었습니다.


늘 히죽히죽 웃으며 특별한 용무도 없으면서도 온 동네를 아래 위로 오르내리며 돌아다니곤 했는데 그때마다


아이들은 그런 ○○이 형을 뒤쫒아다니며


 " 바보래요. 바보래요. ○○이는 바보래요"

노래를 부르며 놀리곤 했습니다. 돌멩이를 던지는 애들도 심지어 지렁이를 쥐어주며 먹이려는 애들도 있었죠.


○○이 형은 아이들로부터 모진 악행을 당하면서도 실없이 웃기만 할 뿐 아이들은 물론 아무한테도 해꽂이를  하지 않았습니다.


 ○○이 형은 아이들 틈에 끼여 놀고 싶었는지 온갖 놀림과 구박을 당하면서도

아이들 주변을 서성거렸습니다.


그저 기웃거리기만 했는데도 몇몇 아이들은 " 저리가 이 바보새끼야 " 욕설을 퍼부으며 돌팔매질을 해대며 쫒으려 했습니다.


○○이 형은 아이들의 돌팔매질을 피해 아무도 없는 신작로 길로만 걸어 다니다가 나와 자주 마주쳤습니다.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아래 윗집에 살아서 우리 부모님들과 ○○이형 부모님들은 서로 형님 동생하며 절친하게 지내는 사이라 볼때마다 반가워 했습니다.


○○이형은 나만 보면 허허허허 큰소리가 나도록 웃으며 종종 따라 오곤 했는데 내가

자신과 친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였는지 몰라도 피하거나 도망을 가지 않았습니다.


○○이 형을 보고 아이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라고 놀려댔지만 나와 내친구들이 논뻘에 나가 메뚜기잡는 법을 알려주면 곧잘 잡아내 우리가 환호성을 지르며 칭찬(?)을 해 줄 정도로 운동신경도 있었습니다. 메뚜기를 잡고난 후 강아지풀에 한꾸러미씩 꿰어 들고는 함께 집으로 와서 프라이팬에다 구어먹기도 했었죠.


어느 날엔가는 학교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친구들과 논둑길 옆 작은 개울가에 있는 커다란 고야나무에 매달려 잘익은 고야를 따먹으려고 버둥거리고 있는데 불쑥 나타난 ○○이 형이 큰 키를 이용해 나뭇가지를 잡아당기더니 고야열매를 따서 아이들 손에 쥐어 주었습니다.


(고야 : 중부 이북지방에만 자라는 자두보다 작지만 자두보다 훨씬 신맛으로 눈이 저절로 감기는 잊지못할 추억의 과일)


○○이 형이 따준 것 중 빨갛게 잘 익은 걸로 하나를 옷에다 쓱쓱 닦아서 먹으라 주었더니 한입 베어물고는 유난히 커다란 얼굴로 잔뜩 인상을 찌푸리는데 그 모습이 너무 웃겨서 한바탕 배꼽을 잡고 웃었습니다.


우리가 웃는 까닭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 형도 누런이를 드러내며 씨익씨익 웃었습니다.


몇년이 지나 내가 고등학교를 다닐 무렵에 ○○이 형은 장애인시설로 보내졌다는데 그 이후로 ○○이 형의 소식은 알 수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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