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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크팍 Dec 19. 2023

나의 수습일지 #점입가경

작은 사건부터 하나씩 간 보기

종로라인 2일 차.


계획대로 쟁여둔 사건을 풀기 시작했다. 일보를 올릴 때 사건을 풀까 고민했지만 일단은 마와리를 돌아보기로 했다. 여전히 임시청사에 있고, 을지훈련이 진행 중인 종로서 마와리를 도는 것은 어려웠다. 그나마 흡연장에서 과학수사대 경위님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과학수사대 마와리는 이전 혜북라인에서도 한 번 시도했었다. 과학수사대는 각 경찰서 소속되어 있지 않다. 서울청에 소속된 10개 팀이 31개 경찰서를 나누어 담당하고 있다. 과학수사팀을 볼 기회가 많지 않았다 보니 평소 궁금했던 것들을 물어봤다.


마와리 보고를 작성하며 더 이상은 마와리를 돌기 싫다는 생각에 바로 사건을 보고에 같이 올렸다. 무인 상점 절도 사건이었는데 일시, 장소, 매장 관리자 연락처까지 모두 파악해 둔 상황이었다. 사실 이 사건으로 입봉을 할 수 있으리란 기대는 하지 않았다. 피해 금액이 햄버거 하나 2,400원이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입봉 할 수 있는 시기였기 때문에 연습이라도 해보라며 cc를 따러 보내거나 취재를 해보라고 지시하지 않을까 기대하며 보고를 했다. 김 선배는 기대를 저버렸다. 금액이 아쉽다며 곧바로 킬 했다. 큰 금액이나 기사화시킬만한 내용이 엮여있으면 쓸만했다며 그래도 잘했다고 칭찬했다.


그리고 다시 마와리를 돌았다. 도저히 본서에서는 경찰을 만날 수 없어 근처 지파로 향했다. 그리고 이번 보고에는 전날 받은 사건을 같이 올렸다. 이 사건도 미리 정리하고 취재를 해놨었다.


새벽녘 편의점에서 술에 취한 40대 남성이 난동을 부린 사건이었다. 편의점 알바생이 마스크를 써달라고 요구하자 집기를 부수고 난동을 부렸는데 떨어진 형광등을 집어 들어 알바생을 위협하기도 했다. 알바생이 가지고 있던 고추 스프레이를 뿌렸고 피의자는 그 자리에서 고통을 호소하며 굴러다니다가 출동한 경찰에 붙잡힌 사건이었다.


이 사건이라면 입봉도 할 수 있고, 취재를 나가 마와리를 돌지 않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사람이 크게 다치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cctv 영상만 확보한다면 재미있는 그림으로 방송에 딱 맞는 기사를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마침 편의점 영업관리직으로 근무하는 친구가 있었는데 사건이 발생한 편의점이 친구 관할이었다. 마음만 먹으면 바로 cc를 따고 기사도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김 선배도 괜찮은 반응이었다.


“보고한 거 그림 좋으면 괜찮을 것 같은데?”
 

선배는 다른 사건도 하나 알려주며 이제부터 마와리를 돌지 말고 두 사건 취재를 시작하라고 했다. 계획대로 마와리에서 벗어난 것이다!


선배가 취재를 지시한 사건은 상습적으로 무전취식을 한 마약사범 사건이었다. 이 사건 취재를 위해 일단 사건 장소로 이동했다. 이동하던 중 선배에게 다시 연락이 왔다. 캡과 얘기해 봤는데 이왕 입봉작이면 조금 더 얘기되는 사건으로 하자며 편의점 건을 킬 하자고 했다. 그림도 그림이지만 피해가 있거나 더 큰 사건이 좋겠다고 했다.


이제 남은 사건은 코인 사기 하나였다. 이 건마저 안되면 나는 하염없이 다음 사건 인지를 기다리며 마와리를 돌아야 했다. 다시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김 선배는 나를 북돋아 줬다.


“잘했어. 곧 입봉 하겠네.”


일단 선배가 전달해 준 사건을 취재해야 했다. 무전취식 피해를 입은 가게로 갔다. 당시 사건을 목격한 점장, 직원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cc를 따지는 못했지만 당시 상황 목격담 밑대기와 직원들이 찍은 사진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인터뷰도 요청해 봤지만 피의자에게 보복을 당할까 무섭다며 한사코 거절하셨다.


취재 내용을 보고한 뒤 선배는 여유 있게 저녁을 먹을 시간을 줬다. 식사 후 선배는 라인 복귀에 시간을 다 쓸 것 같으니 전날처럼 사건 기사 필사를 하자고 했다. 팔이 조금(사실은 많이) 아팠지만 필사를 끝내며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그리고 다음날, 입봉 하고야 말겠다고 결심한 나는 출근하자마자 코인 사기 건을 터뜨렸다.


https://blog.naver.com/chicpark_/223297545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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